[Interview] 닉 보스트롬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 소장 | “AI 시대, 화이트칼라 직업 곧 종말…노동 없는 시대 논의해야”
“AGI(범용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오면서 가까운 미래에 일상적인 사무직 일자리가 가장 위험에 처할 것이다.”
닉 보스트롬(Nick Bostrom)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 소장 겸 철학과 교수는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일자리 대체가 눈사태처럼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내다봤다. 보스트롬 교수는 옥스퍼드대에서 지난 2005년 인류미래연구소를 창립하고 소장으로 재직하며 인류의 미래를 연구하고 예측해 왔다. 특히 그는 AI와 ‘기술적 특이점’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창업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도 보스트롬 교수가 기술적 특이점을 주제로 2014년 출간한 저서 ‘슈퍼인텔리전스’에서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적 특이점이란 AI가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고, 이로 인해 기술 발전이 예측 불가능하고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그는 AI로 인해 화이트칼라뿐 아니라 블루칼라 등 모든 종류의 일자리가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스트롬 교수는 “AI와 비교해 그동안 로봇 기술의 발전은 뒤처졌었는데 곧 획기적인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I의 일자리 대체는 AGI가 언제 출현할지가 관건”이라면서 “AGI가 개발되더라도 사회적 규제와 인식, 컴퓨팅 파워와 로봇 기술 생산 문제 등으로 전 세계에 확산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스트롬 교수는 ‘시뮬레이션 우주론’의 철학적 배경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뮬레이션 우주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우주가 고도로 발달한 문명의 컴퓨터에서 운영되는 수많은 시뮬레이션 중 하나라는 이론이다. 보스트롬 교수는 2003년 발표한 논문 ‘Are You Living In a Computer Simulation(우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에 살고 있습니까)?’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실제가 아닐 확률이 있고, 언젠가 매우 정교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날이 온다면 사람들은 그러한 시뮬레이션을 굉장히 많이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① 인류가 기술 발전을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우주 전체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을 것이다 ② 인류가 하나를 할 수 있다면 단 1개의 시뮬레이션만 돌리지는 않을 것이며, 수많은 우주 시뮬레이션을 실행할 것이다 ③ 시뮬레이션 속의 인류 역시 시뮬레이션 우주를 만들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시뮬레이션 우주가 만들어질 것이다 ④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시뮬레이션이 아닐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내용의 모의실험 논증을 담았다.
보스트롬 교수의 영향을 받은 머스크 테슬라 CEO도 이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근거로 “우리가 사는 세계가 가상 세계일 확률이 99%”라고 언급하며 주목을 받았다. 보스트롬 교수는 “인류가 만들어 낼 현실과 같은 시뮬레이션은 AGI 등장 이후에 나올 것”이라면서 “인간의 노동력이 불필요해진 세계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 오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보스트롬 교수와 일문일답.
2023년은 오픈AI의 채팅형 AI ‘챗GPT 4.0’의 등장으로 ‘생성 AI(Generative AI)’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올해는 AI 분야에 어떤 변화와 발전이 있을까.
“2024년에는 AI의 더 빠른 발전이 있을 것이다. 멀티모달(multi-modal·복합 정보 처리) 기능을 갖춘 초거대 AI 모델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제품에 통합될 것이다. 생성 AI 기술이 가진 혁신성과 잠재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 높아질 것이다.”
한국 같은 곳에서 로컬 IT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생성 AI를 개발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앞으로 생성 AI의 선도적 모델들은 더 커지고 일반적인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작고 특화된 AI에 대한 필요성을 줄일 것이다. 한국의 경우 AI 산업에서 전략적 위치를 고려할 때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선도적인 AI 칩을 제조하는 능력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M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AI 기술 경쟁을 하고 있다. 어떤 분야를 선점해야 승리할까.
“휴대폰 단위에서 실행되는 작은 AI 시스템이 아닌,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 운영되는 초거대 AI 시스템에서 가장 우위에 서는 기업이 최종 승리 기업이 될 것이다.”
AGI가 언제쯤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이제 더 가까워진 것 같다.”
AI의 발전으로 화이트칼라인 사무직과 블루칼라인 육체 노동자 중 누가 먼저 대체될 것으로 전망하나.
“가까운 미래에 일상적인 사무직 일자리가 가장 위험에 처할 것이다. (블루칼라 일자리의 경우) 지금까지 로봇 기술의 발전이 뒤처져 왔는데 곧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의 경우 인간이 대체될 마지막 직업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언젠가는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가 필연적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시기를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처음에는 천천히 시작되지만, 그다음에는 눈사태처럼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AGI에 도달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가 중요한 문제다. 다만 사회적 규제와 인식 때문에 모든 일자리 대체에 지연이 생길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AGI를 보급하기 위해 필요한 충분한 컴퓨팅 파워와 로봇 기술을 생산하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암기식 위주의 교육이 주를 이룬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AI 같은 신기술 도구를 빠르게 마스터하는 능력과 함께,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자기 주도적인 학습과 프로젝트를 추구해야 한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즐거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유례없이 낮은 0.7명을 기록했다. 앞으로 인류의 결혼 제도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나.
“합계 출산율 0.7은 매우 낮은 수치이긴 하다. 만약 기술적 혁신을 통해 세계가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면,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보일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어떤 예상과 조언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AI의 발전으로 로봇이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른다면 로봇에도 인권이 있어야 할까.
“인간과 매우 다른 AI 시스템이 있을 수 있으며, 그에 따른 도덕적 가중치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AI에 적절한 윤리적 고려를 제공한다는 것이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과는 매우 다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본성과 필요성이 우리와 매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디스토피아가 아닌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이를 올바르게 다루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더 많은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혹자는 AGI의 등장으로 기술적 특이점이 오고 인류는 영생이 가능할 것이라는 유토피아 세상을 기대하고 있다. 자신의 정신을 디지털 데이터로 복사해 두는 방법도 이야기한다. 트랜스 휴먼 기술을 통해 정신적 영생뿐 아니라 육체적 영생도 가능할까.
“의미 그대로의 불멸(不滅)은 큰 기술적 요구가 필요하지만 앞으로 발전하고 성숙할 기술로 극도의 장수(長壽·현재의 생물학적 몸을 포함)는 충분히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논문을 통해 이야기한 ‘시뮬레이션 우주론’과 관련한 모의실험 가설(simulation hypothesis)은 매우 흥미롭다. 언제쯤 우리 인류가 각자 또 다른 시뮬레이션(가상현실)을 만들 세상이 올까.
“현실 세계와 구분이 어려운 완벽한 가상현실을 구현한 시뮬레이션은 AGI 이후에 나올 것이다. 인간의 노동력이 모두 불필요해진 세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내용의 책을 준비해 마무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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