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만명 금융 유권자 [더 나은 세계, SDGs]

황계식 2024. 1. 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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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서민금융포럼에서 상생금융안을 발표하는 김정훈 한국거래소 공익대표
 
지난 14일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은 제16차 고위 당·정 협의회를 열고 설 민생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설을 앞두고 서민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대책 중 특히 금융 지원안이 눈에 띄었다. 최근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은 서민과 소상공인·청년층을 상대로 상생 금융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협의회 후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은 결과 브리핑을 통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약 40만명을 대상으로 이자를 최대 150만원 경감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1일 ‘서민·소상공인을 위한 신용사면 민·당·정 협의회’를 통해 채무 연체자에 대한 신용사면을 단행하기로 한 정책의 연장선이다. 신용사면 대상은 2021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2000만원 이하의 채무를 연체한 약 290만명으로, 이들이 오는 5월 말까지 빚을 전액 상환하면 관련 연체기록을 삭제해주기로 한 금융 지원 정책이다.

또 지난해 12월 금융당국과 국내 20개 은행은 ‘2조원+α’ 규모로 민생금융 지원 방안에 합의했었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1조5251억원을 지원하기로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이 지원을 통해 대출금 2억원 한도로 금리 연 4% 초과 이자 납부분에 대해 1년간 그 90%까지, 최대 300만원의 캐시백을 신속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잇달아 발표된 금융 지원 정책은 현재 각종 빚 부담에 몰린 서민과 청년,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통계청이 지난달 11일 발표한 ‘2022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신혼부부 103만2000쌍 중 대출 잔액이 있는 비중은 89.0%에 달하는데, 그 중앙값은 1억6417만원으로 2021년(1억5300만원)보다 7.3% 증가했다.

20대 청년들의 빚 부담과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20대들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1.4%로, 전년 동기(0.7%) 대비 두배 상승했다. 사회 초년생 또는 아직 사회에 진입하지 않은 청년들은 빚부터 지고, 또 이를 갚지 못해 연체로 이어지면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더라도 금융 취약계층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빈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자산 취득을 위한 대출보다는 주로 신용대출이 훨씬 많다는 점에서 큰 위험요인으로 지적된다.

또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12월 금융감독원을 통해 19개 은행(시중·지방·인터넷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20대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무려 0.39%로 집계됐다.

20∼30대의 다양한 빚 부담은 사회 전체의 금융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와 초저출산 국가 늪에 빠진 직접적인 요인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신용 평점과 소득 기준이 매우 낮은 금융 취약계층 중에서도 소액의 급전이 필요한 최저 수준 금융 취약계층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걱정이다. 지난해 12월28일 금융위원회는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의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 서민금융에 작년 통틀어 10조7000억원이 공급됐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년 대비 9.3%(9000억원)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정책금융 규모가 10조원이 넘어선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약 300만명에 이르는 금융 취약계층에 더해 개인 자산 형성의 꿈을 위해 투자하는 약 1400만명의 증권시장 개인 투자자까지 두텁게 지원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더불어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이 지난해부터 주장해온 공매도 금지, 대주주 양도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을 최근 대통령실에서 잇달아 수용하는 등 자본시장 유화정책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정책의 하나로 보인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예측불허한 환경(전쟁·기후재난) 등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삼중고 즉 고금리·고유가·강달러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또 인플레이션의 터널 역시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유엔 경제사회국(DESA)은 지난 4일 공개한 ‘2024 세계 경제 상황과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경제는 지난해 1.4%에 이어 올해 2.4%로 성장세가 오를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했지만, 반면 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대비 0.1%포인트 낮춘 2.4%로 하향 조정됐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여전히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참석한 증권·파생상품 시장 개장식에서 “임기 중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해 글로벌 증시 수준으로 만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자본시장에 이어 2030세대의 빚 부담과 서민금융, 가계경제 문제도 해결할 때 진정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다. 지속가능금융의 핵심은 잘 만들어진 서민금융 정책과 자본시장의 불필요한 규제 완화에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둔 시점 무려 1700만명의 금융 유권자가 지켜보고 있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 협력연구위원, 유럽연합(EU) 유럽기후협약 대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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