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폴크스바겐 골프 GTI | ‘핫해치’의 대명사…아담하지만 강력한 성능

고성민 조선비즈 기자 2024. 1. 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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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골프 GTI. 사진 고성민 기자

작은 해치백의 차체에서 강력한 동력 성능을 뿜어내는 차종을 핫해치(Hot Hatch)라고 부른다. 핫해치의 상징 같은 차가 폴크스바겐 골프 GTI다. 골프 GTI를 시승해보니 아우토반(독일 고속도로)을 휘젓고 다닌다고 해서 붙은 ‘포켓 로켓(주머니 속 로켓)’이라는 별명이 실감 났다.

아담한 차체에 고성능 특화 디자인

골프 GTI는 1976년 1세대가 출시됐다.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모두를 위한 스포츠카’를 개발 방향으로 잡고, 인기 해치백인 골프를 고성능 모델로 진화시킨 것이 골프 GTI다. 1976년에 5000대 판매를 목표로 시장에 출시됐는데,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1세대가 46만1690대 팔렸다. 약 50년의 역사를 가지며 현재 8세대까지 풀체인지(완전 변경)가 이뤄졌다.

8세대 골프 GTI 차체는 길이 4290㎜, 너비 1790㎜, 높이 1450㎜의 아담한 크기다.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는 기본형 골프를 기반으로, 고성능 특화 디자인을 곳곳에 도입했다. 일반 골프보다 강렬한 GTI 모델 전용 디자인은 달리기를 강조한 듯한 인상을 준다. 예를 들어 앞 범퍼 하단 공기 흡입구는 차폭을 꽉 채울 만큼 넓고, 독특한 벌집 모양이다. 폴크스바겐은 이를 ‘허니콤(Honeycomb·벌집) 에어 인테이크(공기 흡입구) 그릴’이라고 부른다. 공기 흡입구 좌우에 알파벳 ‘X’ 모양 안개등이 있고, 전면을 가로지르는 주간주행등(DRL) 상단에 붉은색 가로선을 배치했다. 후면에 트윈팁 머플러(배기구)를 적용했고, 19인치 휠에 붉은색 브레이크 캘리퍼를 탑재했다. 모두 GTI 전용 디자인이다.

실내는 테두리에 붉은색 선을 추가한 스포츠 시트와 GTI 로고가 박힌 스티어링 휠(운전대)이 눈에 띈다. 디지털 계기판은 10.25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는 10인치다. 디지털 계기판은 순간 출력, 엔진의 부스트 압력, 랩 타이머 등 스포츠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표출한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기 전부터 스포츠 주행을 기대하게 한다.

다만 차급의 한계로 뒷좌석 레그룸(다리를 뻗는 공간)은 좁다. 뒷좌석과 트렁크가 연결된 해치백이라 부피가 큰 짐을 실을 수 있다는 실용성은 장점이다. 골프 GTI 트렁크 적재 용량은 기본 374L인데,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230L까지 늘어난다.

폴크스바겐 골프 GTI. 사진 고성민 기자

아우토반 휘젓는 강력한 성능

골프 GTI는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DSG)를 조합한다. 최고 출력 245마력, 최대 토크 37.7㎏·m의 성능을 발휘한다. 7세대(최고 출력 211마력)보다 동력 성능을 높였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2초, 최고 속도는 250㎞/h다. 전륜구동으로 움직인다. 최대 토크는 1600의 낮은 rpm(분당 엔진 회전수) 구간에서부터 구현되며, 4300rpm까지 넓은 영역을 담당한다.

실제 주행 성능은 제원보다 뛰어나다는 느낌이 든다. 작은 차체와 비교적 가벼운 공차 중량(1496㎏)의 영향이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의 발진감은 출력이 더 높은 중형 세단을 탈 때와 비슷하다. 100㎞/h 안팎까지 손쉽게 속도를 올린다. 운전자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스티어링 휠도 가볍고 민첩하다.

rpm이 치솟으며 발생하는 엔진음은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블루투스로 연결한 음악을 끄고 엔진음을 들으며 주행해도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폴크스바겐의 고급 브랜드 포르셰가 연상된다.

해치백은 세단과 비교하면 무게중심이 높은데, 골프 GTI는 일반 골프보다 지상고(땅과 자동차 바닥 사이의 거리)를 15㎜ 낮춰 고속 코너링도 안정적으로 소화한다. 골프 GTI는 좌우 바퀴의 토크 배분을 0~100% 범위에서 맞춤 제어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코너링 시 안쪽 타이어의 공회전이 감지되면, 구동 토크를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분배하는 기술이다. 덕분에 강력한 엔진의 힘이 손실 없이 노면에 전달된다. 전륜구동차가 고속으로 회전할 때 발생하는 언더스티어(운전대를 돌린 각도보다 차의 회전 각도가 커지는 현상, 바깥쪽으로 빠지는 현상)를 극복하며 안정적으로 주행하는 비결이다. 서스펜션은 단단한 편인데, 주행 모드를 컴포트로 두면 일상 주행을 해칠 정도로 과하지 않다.

골프 GTI의 연비는 복합 기준 11.5㎞/L다. 도심에서 10.1㎞/L, 고속도로 주행에서 13.9㎞/L를 나타낸다. 강력한 퍼포먼스와 우수한 연료 효율을 겸비한 셈이다. 폴크스바겐은 “콤팩트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상의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구현했다”고 자부한다.

운전자 선호 옵션 가득

골프 GTI는 단일 트림으로 국내에 출시됐다. 국내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 앞좌석 통풍 시트, 앞·뒷좌석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등이다. 또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

아울러 폴크스바겐의 최신 조명 시스템인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를 장착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최적의 조명을 활성화하는 ‘다이내믹 라이트 어시스트’, 코너링 시 진행 방향에 헤드라이트를 비추는 ‘다이내믹 코너링 어시스트’ 등을 지원한다. 방향 지시등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다이내믹 턴 시그널’을 앞뒤에 모두 적용했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포함한 폴크스바겐의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를 장착했다.

골프 GTI는 1열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에 센터 에어백을 탑재했다. 센터 에어백은 측면 충돌 시 1열 승객 간 머리 충돌을 예방한다. 또 앞좌석과 뒷좌석에 각각 두 개씩 마련한 USB-C 포트의 충전 전력을 구형 대비 세 배 향상했다. 45W 충전을 지원한다. 휴대폰 외에도 태블릿 PC, 노트북 등 다양한 전자 기기를 빠른 속도로 충전할 수 있다. 골프 GTI의 가격은 47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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