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에도 플린의 법칙이 적용될까

윤덕룡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 2024. 1. 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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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야후는 미국에 기반을 둔 포털 사이트이자 이를 운영한 기업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때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이자 웹 디렉토리였지만 구글에 밀려나면서 지금은 옛 영광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후가 등장할 때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 이름이다. ‘야후’는 조나단 스위프트가 쓴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짐승의 이름이다. 걸리버가 네 번째 여행에서 해적들에게 배를 빼앗긴 후 버려진 땅이 말의 나라다. 이 나라에서 말들은 후이넘이라고 불리는 지배 종족이었고 후이넘에게 가장 야만적인 동물로 취급되는 것이 야후다. 야후의 외모는 진화 이전 인간의 모습과 유사한 유인원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서 걸리버도 야후라고 불린다.

윤덕룡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

후이넘들은 자연이 부여한 이성을 기반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종족이다. 말의 나라에서 야후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불쾌한 짐승으로 취급을 받는다. 야후들은 간사하고 악할 뿐 아니라 배신도 잘하고 거짓말을 잘해서 이해할 수 없는 종족이다. 탐욕스러운 습성이 있어서 모두가 충분히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양의 많은 먹이를 던져줘도 야후들은 혼자 차지해서 먹겠다고 싸우고 다툰다. 거짓말하고 탐욕을 부리는 모습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불쾌해 후이넘들 사회에서는 야후라는 표현을 심한 욕설로 사용할 정도다.

걸리버는 자신이 살던 세계에서는 인간들이 이성을 바탕으로 문명화된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야후의 특성이 그대로 남아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자신에게 야후들의 저열한 특성이 남아있는 것을 후이넘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쓴다. 후이넘들에게는 자신이 사는 세상에서는 야후들의 이성이 발달해 문명화된 사회를 이뤄 산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여전히 빈부 격차 등의 문제가 존재해 사회적 갈등이 있다고 말한다. 후이넘들은 이성을 가진 인류가 탐욕 때문에 서로 시달리며 사는 것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보인다. 결국 인간의 이성이 불완전해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불편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성의 발달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욕망의 확장을 위한 도구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후이넘들은 걸리버를 타락하지 않은 야후로 대접해 주지만 아직 이성을 갖추지 못한 야후들이 걸리버 때문에 이성을 발달시켜 갈등이 확대될 것을 염려해 결국 걸리버를 떠나보낸다.

조나단 스위프트가 ‘걸리버 여행기’를 발표한 시기는 1726년이다. 아일랜드계 영국인으로 정치인이자 성직자로 살았던 그는 당시 영국과 유럽 사회에 대한 비판을 여행기 형식으로 풀어냈다. 그의 날카로운 문장력 때문에 한때 보수당인 토리당의 촉망받는 정치인이 됐지만, 후에 권력이 진보당인 휘그당으로 넘어가면서 성공회 성직자로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당시 최고의 과학기술과 발달한 이성으로 유럽의 지배국이던 영국 사회 내부의 부패와 우스꽝스러운 정치 행태를 보면서 발달한 이성이 탐욕에 의해 왜곡되면 야후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걸리버 여행기’ 4장에서 제기했다.

인간의 지적인 능력은 ‘걸리버 여행기’의 야후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실제로 1980년대 초 뉴질랜드의 심리학자 제임스 플린은 국가별 IQ 지수를 연구하다가 대부분 국가에서 IQ가 지속해 상승하는 추세를 발견했다. 미국의 신병 지원자 IQ는 10년마다 3점씩 상승했고,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 모두에서 약간의 국가별 편차는 있지만 IQ의 개선 상황이 확인됐다. 학계에서는 이 현상을 플린 효과(Flynn effect)로 부르고 있다. 플린 효과를 인간의 지적 능력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하지만, 정신 활동의 증가에 따른 인간 능력 개선을 보이는 현상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전문가가 동의한다.

새해가 밝았다. 플린 효과를 고려한다면 우리 모두 지난해보다 조금은 지능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능이 나아진다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이성적인 사회로 변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사회적 지성이 탐욕으로 왜곡되지 않는다면 새해는 적어도 플린 효과만큼은 더 나아질 수 있다. 총선이 있는 해다. 우리 사회의 온갖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진화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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