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빙의' 비니시우스 해트트릭에 레알, 바르사 4-1 완파…슈퍼컵 우승

맹봉주 기자 2024. 1. 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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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니시우스 주니어(위)는 과거 레알 마드리드 선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연상하게 하는 '호우' 세리모니를 펼쳤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세계 축구 최고의 라이벌전이었는데, 상대가 되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알아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스페인 슈퍼컵(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를 4-1로 대파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스페인 슈퍼컵은 프리메라리가 1, 2위 팀과 코파 델 레이(국왕컵) 1, 2위 팀이 맞붙는 대회다. 명실상부 스페인 최고 팀을 가리는 대회라 할 수 있다. 지난해 결승에서는 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를 3-1로 꺾고 우승했다. 이 대회 최다 우승(14회) 기록도 새로 썼다. 하지만 올해에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크게 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레알 마드리드는 1988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1989, 1990, 1993, 1997, 2001, 2003, 2008, 2012, 2017, 2020, 2022, 2024년까지 총 13회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이로써 바르셀로나(14회)를 바짝 뒤쫓으며 슈퍼컵 최다 우승 경쟁을 본격 시작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준결승에서도 더비전을 펼쳤다. 지역 라이벌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웃었다. 정규시간 동안 여섯 골을 주고받으며 3-3으로 비겼고, 연장으로 접어든 승부에서 호셀루와 브라힘 디아스의 연속골로 5-3으로 이겼다.

결승전 해결사는 비니시우스 주니어였다. 3골을 몰아치는 해트트릭으로 바르셀로나 수비를 무너트렸다. 역대 엘클라시코에서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카림 벤제마에 이어 네 번째로 해트트릭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 우승을 차지한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맞대결을 엘클라시코로 불린다. 스페인 라리가를 넘어 세계 축구 최고의 라이벌 매치다. 당연히 양 팀 모두 꺼낼 수 있는 최상의 카드를 냈다. 레알 마드리드는 4-3-1-2 포메이션을 꺼냈다.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가 최전방에 섰다. 주드 벨링엄이 그 뒷선을 지켰다. 중원은 토니 크로스, 오렐리앙 추아메니,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버텼다. 포백은 페를랑 멘디, 나초 페르난데스, 안토니오 뤼디거, 다니 카르바할로 꾸렸다. 골문은 안드리 루닌이 지켰다.

바르셀로나는 4-2-3-1로 맞섰다. 원톱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맡았다. 세르지 로베르토 페란 토레스, 페드리가 뒤를 이었다. 프랭키 더 용, 일카이 귄도안이 중원을 지휘했다. 포백은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 쥘 쿤데, 알레한드로 발데, 로날드 아리우호로 형성됐다. 골키퍼 장갑은 이나키 페냐가 꼈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레알 마드리드의 선제골이 나왔다. 주인공은 비니시우스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가 수비 라인을 바짝 올린 틈을 공략했다. 벨링엄이 전방으로 정확한 패스를 찔렀다. 비니시우스가 순간적으로 라인을 허물며 질주했다. 1대1로 골키퍼를 맞자 골키퍼마저 제쳤다.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3분 뒤에 추가골이 나왔다. 이번에도 비니시우스였다. 호드리구가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골문으로 쇄도하는 비니시우스에게 낮은 패스를 뿌렸다. 비니시우스는 슬라이딩하며 공을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2-0. 분위기가 완전히 레알 마드리드 쪽으로 넘어왔다. 바르셀로나는 뒤늦게 추격했다. 전반 33분 레반도프스키가 골망을 갈랐다. 레반도프스키는 골문 정면 부근에서 높게 떠오른 뒤 착지하는 공을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했다.

▲ 비니시우스 주니어.

하지만 곧바로 레알 마드리드의 달아나는 득점이 나왔다. 전반 39분 비니시우스가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성공해 3번째 골을 만들었다. 후반 19분엔 호드리구의 쐐기골까지 나오며 4-1이 됐다. 바르셀로나는 후반 26분 아리우호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하며 수적 열세까지 안았다.

경기 최우수 선수(MVP)는 단연 비니시우스였다. 슈퍼컵 결승에서 그것도 바르셀로나에 해트트릭을 한 건 역사에서도 쉬이 찾아볼 수 없는 대기록이다. 이에 축구 매체 '골닷컴'은 "빠른 스피드와 재치 있는 플레이로 바르셀로나 수비를 괴롭혔다"며 평점 10점을 줬다.

비니시우스는 “나는 우리가 경기한 방식과 내 골에 대해 매우 기쁘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과 모든 팀원에게 감사하다.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 바르셀로나는 울상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만 통산 11번째 우승을 이끈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이번 타이틀은 우리가 후반기에도 잘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기쁨을 표했다. 슈퍼컵을 우승한 레알 마드리드는 이제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에 내줬던 라리가 패권 탈환을 위해 속도를 낸다.

패장 차비 에르난데스 바르셀로나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할 자격이 있었다. 우리는 그들과 같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패배는 아쉽지만 이걸 받아들여 발전해야 한다"라고 완패를 인정했다.

바르셀로나는 위기다. 슈퍼컵 최다 우승 기록 경쟁에 있어 불안해졌다. 바르셀로나는 지난해 결승에서 올해와 정반대 결과를 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를 3-1로 꺾고 통산 14회 정상에 오르면서 최다 우승 기록을 썼다. 그런데 1년 만에 레알 마드리드에 트로피를 헌납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우승 횟수를 13회로 늘려 바르셀로나를 바짝 추격했다.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박살이 났다. 킥오프 7분 만에 뒷공간이 허물어지면서 선제 실점을 하더니 3분 뒤에도 측면이 뚫려 허용한 크로스에 재차 골을 허용했다. 순식간에 비니시우스에게 2골을 허용한 바르셀로나는 끝까지 해법을 찾지 못했다.

전반 33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만회골로 잠시 분위기를 띄웠으나 39분 비니시우스에게 또 다시 뚫렸다. 오른쪽 풀백으로 나선 로날드 아라우호가 비니시우스의 박스 안 돌파를 막으려다 파울을 범했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비니시우스가 키커로 나서 이냐키 페냐 골키퍼와 수싸움까지 이겨냈다.

비니시우스가 전반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해트트릭을 폭발했다.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결과다. 역대 엘 클라시코에서 해트트릭을 한 건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카림 벤제마에 이어 네 번째 기록이다. 그것도 차비 에르난데스 감독 체제에서만 두 번째 허용한 해트트릭이라 현 전력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바르셀로나는 끝내 레알 마드리드를 따라붙지 못했다. 후반 호드리구에게 한 골 더 내주면서 1-4로 고개를 숙였다. 일방적인 스코어에 따른 조롱도 당했다. 글로벌 축구 매체 '골닷컴'에 따르면 비니시우스는 후반 아라우호가 경고 누적으로 토장을 당할 때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향해 4-1 스코어를 과시하는 행동을 보여줬다. 자존심이 박살이 나는 상황이었다.

화를 내기에도 너무 벌어진 격차에 그저 입술만 깨물 수박에 없다. 차비 감독부터 라이벌과 격차를 인정했다. 경기 후 "실망스럽다.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우승 희망을 품었는데 최악의 결과를 냈다"며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할 자격이 있었다. 우리는 그들과 같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패배는 아쉽지만 이걸 받아들여 발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차비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이 한층 커졌다. 이번 시즌 내내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 경질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대패는 결정을 내릴 때가 왔다는 분석도 따른다.

차비 감독도 여론을 안다. 그는 "바르셀로나 팬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비난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여기는 바르셀로나고 비판을 받는 데 익숙하다"며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우승 트로피까지 상대에게 내줬기에 오늘 결과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라고 받아들였다.

일단 바르셀로나는 차비 감독을 도중에 경질할 생각이 없다. 데쿠 바르셀로나 단장은 "차비 감독에 대한 경질설은 말이 안 된다. 여전히 회장과 구단의 신임을 받고 있다. 이번 슈퍼컵에서 1-4로 진 건 아쉽지만 지금은 경질이 아닌 다음 경기를 생각할 때"라고 했다.

스페인 매체 '스포르트'도 "조안 라포르타 바르셀로나 회장은 차비 감독을 계속 신뢰한다"며 "라이벌에 당한 패배는 언제나 고통스럽다. 알 수 없는 위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차비 감독은 라포르타 감독의 격려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르셀로나는 당장 과감한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즌이 끝나고 성적에 따라 결정할 계획"이라며 "바르셀로나는 아직 3개 대회에서 생존해 있고 우승 가능성도 있다. 구단 고위층은 차비 감독이 현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차비 감독 역시 "힘든 패배지만 이전에도 여러번 지면서 일어났다. 다시 경쟁력을 찾아 바르셀로나의 본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고, 달라질 자신감도 있다. 앞으로 프리메라리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코파 델 레이(국왕컵)를 위해 싸울 것이다. 나와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라고 힘줘 말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압도적인 우승으로 킬리안 음바페 이적설도 더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레알 마드리드에 주드 벨링엄이라는 스타가 자리매김하면서 거액을 들여 음바페를 영입해야 하는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한 벨링엄은 22경기에서 무려 17골을 몰아넣으며 이적 한 지 한 시즌도 지나지 않아 레알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또 다음 시즌부터 세계 최고 유망주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브라질 출신 공격수 엔드릭이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한다. 레알 마드리드는 엔드릭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영입을 위해 무려 1000억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현재 16세인 엔드릭은 해외로 이적할 수 있는 법적 나이가 되는 오는 7월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할 예정이다.

'ESPN'은 엔드릭을 "브라질 축구 역사에서 가장 흥미롭고 젊은 재능"이라고 평가했다. 펠레, 호나우두, 네이마르의 뒤를 잇는 대형 스트라이커 유망주라는 평가다. 2006년생으로 아직 16살이지만, 지난해 10월 브라질 리그 팔메이라스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유스팀에서 1경기에 1골 이상씩 넣는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치자 소속팀 팔메이라스는 엔드릭을 단번에 성인 무대로 올린 것이다.

플로렌티노 페레즈 레알 마드리드 회장은 음바페 영입을 원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레알 마드리드 측 생각은 보너스 영입이었다. 굳이 음바페에게 모든 걸 걸 필요가 없다. 지금 있는 선수단도 어리면서 재능이 넘치기 때문이다. 페레즈 회장은 벨링엄을 예로 들면서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하고픈 마음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올해 여름 여러 프리미어리그 팀 영입 제안을 거절하고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한 벨링엄이 대표적“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비니시우스의 잠재력까지 터지며 음바페가 아쉽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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