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산책] 유연하고 강한 자연의 순환, 생동하는 아름다움 - 담보 작가
YTN 뉴스퀘어 1층에 담보 작가의 초대전이 진행되고 있다.
영감의 근원은 숲이다. 자연이 좋아 강원도의 한 숲속에 작업실을 지은 작가는 숲과 함께 호흡하며 자연의 섭리를 읽어낸다.
새들의 힘찬 날갯짓, 비 온 뒤 무지개, 하늘을 향해 자라는 버드나무의 오브제 등은 작가가 숲에서 발견한 희망의 메시지다.
작가는 그림 조각들을 오려 붙이는 콜라주 기법을 활용한다. 여러 시간에 걸쳐 그려온 그림 조각을 모아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낸다.
이는 동식물의 탄생과 소멸을 통해 생동을 만들어내는 숲의 모습과 닮았다.
자연의 순환하는 아름다움, 유연하고 강한 힘을 옮겨 우리 삶 속에 희망과 위로를 전한다. 전시는 31일까지다.
나의 작품 속에는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서사적인 섭리가 담겨있다. 스스로 너그럽고 경계가 없으며 유연하고 강한 자연의 순환처럼 나의 예술도 우리의 삶도 그러하길 꿈꿔본다.
YTN 아트스퀘어 담보 초대전 (1.1 ~ 1.31)
담보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 갤러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담보 작가와의 일문일답
주로 숲에서 영감을 얻어요. 어릴 적부터 숲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변함없이 자연이 참 좋아요. 2019년에는 강원도 홍천의 깊은 숲속에 오두막을 지어 작업실을 만들었어요. 주말마다 숲속 작업실에 와서 숲을 관찰하고, 드로잉 작업을 합니다. 나무 하나를 반나절 동안 바라볼 때도 있고요. 노루, 고라니, 여러 새들을 만나기도 해요. 새와 동물을 카메라에 가까이 담기 위해서 제가 숲속에 초록색 옷을 입고 위장도 한답니다.(웃음)
8~9시간씩 숲을 가만히 바라보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빛이 들어왔다 나가며 숲의 모습이 달라지고, 구름이 지나가고 안개가 자욱한 장면 등 숲의 모습이 굉장히 유연하거든요. 그런 점이 참 매력 있어요. 바람에 갈대가 흔들리고 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은 하나의 아름다운 교향곡처럼 느껴지죠. 그런 리듬감과 분위기를 작품에 표현하기도 합니다.
작품 하나하나에 다 애착이 가기에 어려운 질문이지만, 굳이 꼽자면 '숲 순환하는 아름다움 1' 작품입니다. 철새 무리를 표현했어요. 희망의 푸른 바람을 타고 무지개 숲을 비행하는 모습이죠. 모두가 금빛 벼슬을 달고 있지만 작품 중앙에 있는 어린 새는 벼슬 대신 나뭇잎을 달고 있어요. 실제로 숲을 관찰하다가 우연히 어린 새가 머리에 나뭇잎을 달고 날아가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은 적이 있어요. 어린 새는 무리와 이동하는 것보단 꽃밭에서 놀기를 좋아하는, 호기심 많고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보였어요. 아직은 더 성장해야 하는 제 모습 같기도 했죠. 그래서 작품 속에서 어린 새에게 희망의 단비를 내려주었어요.
이 작품은 판화, 프로타주, 콜라보 작업으로 완성했어요. 제가 틈틈이 이미지를 그려 쌓아둬요. 오래전에 그렸던 개별 그림들을 꺼내 가위로 오려서 붙인 작품입니다.
여러 개의 작은 조각을 붙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콜라주 작업인데요. 드로잉을 평소에 좋아해서 아침에 눈 뜨면 바로 드로잉을 해요. 나무나 새처럼 구체적인 대상을 그릴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날의 감성을 담아 선이나 면으로 채워진 형태가 없는 그림을 그리고, 종이함에 보관해둬요. 그리고 작업을 할 때 여러 시간에 걸쳐 그린 그림들을 꺼내죠. 시간이 흘러 몇 년이 지난 드로잉도 있어요. 그 그림 조각들을 가위로 오려내 즉흥적으로 형태를 만드는 데요.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낼 때 제 안에서 짜릿한 무언가가 느껴져요.
생각해 보면 저는 어릴 때부터 느긋하고 여유가 있었어요. 작품을 당장 완성해 내지 않아도, 천천히 쌓아둔 그림 조각을 오리고 붙이는 걸 블록 놀이처럼 즐겼어요. 제 느긋한 성격이 콜라보 작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조형성을 중시해요. 조소를 전공한 영향인 것 같아요. 대상의 의미 전달을 위해 형태와 색에 많은 힘을 주는 편입니다. 상징물을 단순하고 강하게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에요.
아기 코끼리 '덤보' 애니메이션에서 따왔어요. 제가 '덤보' 캐릭터와 많이 닮았거든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코끼리 '덤보'는 귀가 기형적으로 커서 서커스를 하는데 힘이 들었어요. 서커스단 동료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하죠. 그런데 서커스 단원 중 '티모시'라는 생쥐는 덤보에게 '너는 재능이 있어'라고 말해 주며 믿음을 줘요. 어느 날은 덤보가 물인 줄 알고 실수로 술을 마셔서 귀로 날게 되는 재능을 발견해요. 그런 덤보를 도와준 건 티모시에요.
제가 현실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어려웠을 때, 작업을 못하는 제 모습이 마치 덤보 같더라고요. 제게 조소를 알려주신 스승님께서 세상을 일찍 떠나시면서 심적으로 무너지던 때도 있었어요. 그때마다 신랑이 '너는 긁지 않은 복권이야. 너는 할 수 있어'라고 용기를 줬어요. 그런 남편 덕분에 그림을 다시 할 수 있게 됐어요. 남편이 장난스럽게 덤보 아닌 '담보'라고 불러준 애칭에 힘을 얻어 '담보'를 작가명으로 지었어요.
'구름'은 알 수 없는 미래를 의미해요. 시간을 품어 서서히 변하는 구름의 형태가 하나의 신비로운 현상처럼 느껴졌어요.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한 불안의 감정도 언젠가는 시간이 흘러 새롭게 변하게 되죠. '무지개'는 비가 온 뒤에 피어나는 희망의 메타포를, '새'는 여리면서도 강한 존재로서 힘찬 날갯짓은 새로운 도약을 의미해요.
'버드나무'는 밑으로 떨어지는 잎의 모양이 왠지 쓸쓸하게 보여, 거꾸로 뒤집었습니다. 하늘을 향해 거꾸로 자라는 희망의 버드나무입니다. 저를 이끌어주신 스승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날, 장례식에서 나오는 데 버드나무가 흔들리는 모습이 각인이 됐던 거죠. 그 버드나무가 너무 슬펐어요. 십 년 정도 제 개인 작업을 못하고 힘들었어요. 그러다 결혼 후 다시 작업을 하게 된 건데, 어느 날 버드나무가 더는 외로워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만큼 제가 많이 성숙해지고 자존감을 되찾은 거죠. 그런 의미에서 '버드나무'를 희망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자연의 세계를 보고 그리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돼요. 숲에서 지내다 보면 아름다운 풍광도 만나지만, 숲에서 새나 동물의 죽음을 목격하거나 사체를 밟는 일도 종종 있어요. 어쨌든 죽고, 또 모든 것이 생성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잖아요.
돌아보면 제가 하고 싶은 걸 못하고 마음이 꺾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게 끝난 건 아니었거든요. 그때는 그게 끝일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이 되고,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우리네 삶이 자연의 순환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죽고, 또다시 희망으로 태어나는 자연 속에서 순환하는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Q. 작품을 감상하는 팁을 준다면요?
작품을 오래 바라보며 천천히 감상해 주세요. 종이의 질감과 두께, 높이의 차이를 발견하며 입체감을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올해는 '빛'을 작업 주제로 정했어요. 갤러리 전시, 아트콜라보 작업, 아트페어 등 여러 전시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늘 새로운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작품의 소재와 재료의 변화를 시도하며 작업을 확장해 나갈 예정입니다. '담보 (DamBo)' 만의 독보적이고 재밌는 작품을 기대해 주세요. 언제나 성실하고 묵묵히 작업해 나가겠습니다.
여러분도 2024년에는 새로운 도전을 아낌없이 해보시길 바랍니다. 희망의 무지개 숲 위를 힘차게 나는 새들과 같이!
YTN 커뮤니케이션팀 김양혜 (kimyh121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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