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당·국민당은 통일·독립만…커원저는 민생과 개혁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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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과거 정치를 바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올해 21살인데, 그동안 계속 민진당과 국민당이 번갈아 집권했다. 민진당과 국민당은 이번 선거를 중국과의 통일이냐 독립이냐는 주제로만 접근하는데, 커원저는 민생과 정부 개혁을 주요 문제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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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과거 정치를 바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13일 대만 총통선거에서 제2 야당 대만민중당(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는 26.4%를 득표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애초 예상됐던 10~20%의 득표보다 훨씬 높았고, 40%를 득표한 집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와 33%의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를 위협했다. 현지 매체들은 ‘커원저가 청년층의 정치적 첫사랑이 됐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는 커원저’라며, 그의 선전 요인을 분석하기 바쁘다. 일부 매체는 선거 데이터를 분석해 20~39살 유권자의 48.83%가 커원저에게 투표했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지난 13일 그에게 표를 던진 대만 국립 진먼대학생 황보얼(21)을 소셜미디어로 인터뷰했다.
―왜 커원저에게 투표했나?
“올해 21살인데, 그동안 계속 민진당과 국민당이 번갈아 집권했다. 민진당과 국민당은 이번 선거를 중국과의 통일이냐 독립이냐는 주제로만 접근하는데, 커원저는 민생과 정부 개혁을 주요 문제로 주장했다.”
―커원저의 어떤 정책이 마음에 들었나?
“민진당의 공약은 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고, 국민당 공약은 거창하지만 알맹이가 없다. 반면 커원저는 사회주택 건설, 다주택 특별세, 원전 처리 등 현실적인 공약을 내놨다. 커원저는 청년들 관심이 많은 저출산, 주택, 양안 문제 등도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자세로 접근하는데, 다른 두 정당은 돈을 뿌리는 방식의 해결책을 내놨다. 이렇게 하면 증상만 치료될 뿐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다.”
―친구들 중에 커원저 지지가 많나?
“그렇다, 내가 사는 진먼도의 친구들은 다 커원저를 지지하고, 대만에 있는 친구들도 대부분 커원저를 지지한다. 민진당 라이칭더를 지지하는 친구는 소수이고, 국민당 허우유이를 지지하는 친구는 보지 못했다.”
―청년들 사이에 민진당과 국민당은 왜 이렇게 인기가 없나?
“1996년 총통선거에서 직선제가 도입된 뒤 민진당과 국민당은 상대를 친공산당 혹은 대만 독립 세력으로 규정하고 싸웠다. 하지만 이는 결국 자기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 국민당은 이미지가 너무 낡았다. 이들의 생각과 주장은 현재의 젊은이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커원저 후보가 26%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나?
“과거 총통선거와 비교하면, 제3당 후보가 26%의 득표를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의 통치력이 떨어지고 국민당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26% 득표는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커원저는 10%대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대부분 청년이 전화 없이 휴대전화만 사용한다. 그런데 상당수 여론조사는 전화 조사만 한다. 나는 여론조사 연락을 받아본 적이 없다. 또 여론조사 회사의 배후에는 민진당과 국민당이 있다.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
―라이칭더가 이겨 민진당이 4년 더 집권하게 됐는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이다. 또 내정이 걱정되고, 많은 개혁이 지지부진할 것 같다.”
황의 평가는 이번 선거에 대한 대만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과 일맥상통한다. 성균중국연구소는 15일 ‘2024년 대만 선거결과 분석’ 보고서에서 “대만 청년 세대는 거대 담론으로 ‘전쟁 대 평화’(국민당) 혹은 ‘민주 대 독재’(민진당)보다 일자리, 저임금, 주거 문제 등 민생 이슈에 더 관심이 있었다”며 “기성 정치인과 다른 스타일을 보이며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한 커 후보에게 공명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커의 실용주의가 대만 정치를 움직일 수 있는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진 입법의원(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중당은 8석을 얻었다. 민진당이 51석(과반 의석 57석)을 얻는 데 그쳤기 때문에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선 민중당의 협력이 필요하다.
타이베이/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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