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PGA투어에 '빅 벤' 안병훈의 종이 울릴 날 머지않았다!

하유선 기자 2024. 1. 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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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 끝에 소니 오픈 준우승
2024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 오픈 인 하와이 골프대회 우승에 도전하다가 준우승으로 마친 안병훈 프로가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PGA 투어

 



 



[골프한국] 안병훈(32)만큼 어릴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선수도 흔치 않을 것이다.



그의 부모 안재형(59)과 자오즈민(60·焦志敏)부터가 한중 수교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88 서울올림픽에서 국적을 초월한 로맨스로 미디어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안재형은 탁구 복식 동메달, 자오즈민은 단식 동메달과 복식 은메달을 땄다. 경기장에서 자주 마주친 두 사람이 나눈 호감은 곧 사랑으로 발전했고 이듬해 결혼으로 꽃을 피웠다.



 



부모로부터 뛰어난 스포츠 DNA를 물려받은 안병훈은 어릴 때부터 뛰어난 스포츠 감각을 보여주었다. 6세 때 골프채를 처음 잡은 그는 금방 소질을 발휘해 중학 때 미국으로 건너가 유명한 골프교습가 데이빗 리드베터로부터 사사받았다. 17세 때 US 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뒤 UC버클리 대학에 진학했다. 19세 때인 2011년 프로로 전향, 2012년부터 유럽 2부리그에서 담금질을 한 뒤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를 병행해왔다. 



 



프로 전향 4년만인 2015년 KPGA투어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한 그는 같은 해 런던 인근 웬트워스 골프코스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BMW PGA챔피언십에서 최저타 기록을 세우며 해외경기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웬트워스 골프장은 유러피언투어 사무국이 있는 유럽 프로골프의 심장으로 이곳에서 열리는 유러피언투어 PGA 챔피언십은 4대 메이저 대회를 제외하곤 유러피언투어에서 가장 큰 대회다. 



 



안병훈에겐 일찌감치 '빅 벤(Big Ben)'이란 별명이 붙었다. 키 188cm에 몸무게가 110kg에 육박하는 그에게 어울렸다. 빅(Big)에 그의 영어 이름 벤자민(Benzamin)의 약자가 결합돼 만들어진 것이다. 영국 런던의 국회의사당 북쪽이 있는 높이 96m 시계탑 이름도 설계자 벤자민 홀의 이름을 따 '빅 벤'이다.



 



그러나 차세대 스타 감으로 지목받으며 2016년부터 PGA투어에 등장한 그의 전적은 빅 벤이란 그의 별명에 어울리지 않았다. 우승 없이 버텨오다 PGA투어 시드를 잃어 2022년에는 2부 투어인 콘페리투어에서 와신상담하며 1승을 거두어 간신히 2023년 PGA투어 시드를 회복했다.



 



이런 안병훈이 2024시즌 들어 놀라운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마우이 섬 카팔루아 플랜테이션코스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며 4명의 한국선수 중 가장 높은 단독 4위에 오른 데 이어 15일 하와이 오아후의 호놀룰루 와이알레이CC(파70)에서 막을 내린 PGA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 소니오픈 연장전 끝에 공동 2위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여러 차례 공동선두 단독선두를 오르내린 안병훈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6타를 줄여 최종합계 17언더파로 키건 블레들리, 그레이슨 머레이와 함께 연장전에 돌입했다. 18번 홀에서 치러진 1차 연장에서 우승 기회가 찾아왔으나 1.2m 버디 펏을 놓쳐 2차 연장전 기회를 잃고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2016년 PGA투어에 뛰어든 이후 182번째 시합에서 거둔 통산 5번째 준우승이다. 



 



호쾌한 장타는 위력을 발휘했으나 퍼팅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동안 퍼팅 부진으로 고생한 그는 샤프트가 긴 브룸스틱 퍼터로 교체한 뒤 퍼팅 노이로제에서 벗어나는 듯했으나 별로 길지 않은 거리의 퍼팅을 놓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영국 런던의 국회의사당 북쪽이 있는 시계탑 '빅 벤'. 사진=골프한국

 



 



파5 18번 홀(566야드)에서 3명 모두 투온에는 실패했다. 안병훈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의 어프로치 샷으로 1.2m에 붙여 버디가 무난해 보였다. 브래들리의 긴 버디퍼트가 실패해 먼저 우승 경쟁에서 탈락한 상황에서 머레이가 12m 거리에서 기적 같은 버디를 성공시켰다. 안병훈이 짧은 버디 펏을 성공하면 2차 연장전에 들어갈 수 있었으나 안병훈의 퍼터를 떠난 공은 홀컵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2016년 PGA투어에 발을 들인지 8년 찾아온 우승 기회도 빗겨 갔다.



 



그레이슨 머레이로선 2017년 7월 바바솔 챔피언십 첫 승에 이어 6년 6개월 만에 품은 두 번째 우승컵이고 안병훈은 통산 182번째 경기에서 통산 5번째 준우승 기록을 남겼다.



 



장타력에서 꿀릴 게 없는 안병훈으로선 2~3m의 짧은 거리의 퍼팅 성공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 취약점이었다. 퍼터를 바꾸고 많이 좋아졌다지만 5m 이내 거리의 퍼팅 때는 안정성이 떨어지는 듯했다. 시급히 점검받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짧은 퍼팅 실수가 트라우마로 남지만 않는다면 '빅 벤'이 울리는 날이 머지않은 느낌이다.



 



이경훈은 9언더파로 김성현과 함께 공동 30위를 차지했고, 디펜딩 챔피언 김시우는 8언더파로 공동 42위에 머물렀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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