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정확한 판정이 생명" 코트의 포청천, 한재우 H리그 슈퍼바이저
태권소년에서 우연히 핸드볼 경기에 참여했다가 핸드볼과 인연 맺어
심판 평가제를 통해 공정한 판정을 위해 노력
(MHN스포츠 김용필 기자) 태권소년이었다가 우연히 교내 체육대회에서 핸드볼 경기에 참여하면서 핸드볼과 인연을 맺은 한재우 한국핸드볼연맹 심판본부장. 그는 지난해 11월 개막해 한창 진행중인 신한 SOL페이 23-24 핸드볼 H리그 경기의 모든 걸 총괄하는 슈퍼바이저다. 1979년부터 45년 동안 오직 핸드볼 심판으로만 활동해 국내 핸드볼 코트의 포청천으로 불린다.
지난해 11월부터 H리그로 새롭게 시작하면서 파울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다 보니 여기저기 불만이 쏟아지고 있지만, 한재우 슈퍼바이저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국제대회의 흐름 등을 종합하여 이해시키며 불만을 잠재우고 있다.
지난 13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시민체육관에서 SK슈가글라이더즈와 인천광역시청의 경기를 앞두고 한재우 슈퍼바이저를 만나 이번 H리그의 심판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얘기를 나눴다.
국제대회 기준과 선수 보호를 위해 엄격해진 파울 기준
Q. 슈퍼바이저의 역할이 뭔가요?
- IHF(세계핸드볼연맹)에서 슈퍼바이저 제도를 쓰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때 슈퍼바이저 제도를 운용하다 멈췄다가 이번 H리그에서 다시 도입했다. 국제핸드볼연맹 기준에 따라가려고 슈퍼바이저 제도를 쓰고 있다. 경기 감독관, 심판을 총괄 관리하고, 양쪽 벤치와 선수, 경기에서 심판의 오심 문제 등 경기 전체에서 일어나는 걸 총괄 관리하는 역할이다.
Q. 심판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 1979년부터 심판을 했다. 그러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대한핸드볼협회 심판위원장을 했고, 2020년에도 잠깐 하다가 내려놓았다. 실업연맹 심판부장도 4년 했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핸드볼연맹 심판부장을 맡게 됐다.
Q. 핸드볼은 어떻게 시작하시게 됐나요?
- 어릴 때 태권도를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교내 체육대회에서 핸드볼 시합이 있었는데 거기에 참석했다가 핸드볼 선생님 눈에 띄어서 시작하게 됐다. 고려대학교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에서 7년 정도 선수 생활을 했다. 이후에는 학교 선생님으로 체육 과목을 담당했고, 2013년에 정년 퇴임했다.
Q. 몸싸움이 격렬해 핸드볼 심판이 쉽지 않을 거 같은데
- 핸드볼이 심판 보기가 어려운 종목이다. 선수와 지도자, 관중 모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판정이 가장 이상적인 판정이라 생각한다. 규정을 잘 몰라서 심판의 판정이 잘못됐다고 판단할 때가 있을 정도로 핸드볼 심판 보기가 어렵다. 핸드볼은 몸싸움이 허용되는 운동이기 때문에 가벼운 신체 접촉은 허용된다. 가벼운 신체접촉은 인플레이로 넘어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그럴 때 지도자나 벤치에서는 기준이 어디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 통상적으로 슈터가 명백한 득점 기회에서 슛하는데 수비와 접촉이 있어서 자세가 흔들렸다거나, 슛에 영향을 미쳤을 때 파울로 간주해 7미터 드로가 주어지지만, 그러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인플레이로 넘어간다.
Q. H리그에서 판정 기준이 엄격해졌다고 하던데요?
- 지금까지는 심판들이 매일 같은 팀 경기에 들어가다 보니 규정 자체를 완화한 경우가 많았다. 매일 만나는 선수들이라 과감하게 휘슬을 불지 못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이 대표팀으로 국제대회에 나가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국내에서는 경고 정도인데 국제대회에서는 실격당하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국제대회 기준에 맞춰서, IHF에서 행하는 심판 기준에 맞춰서 우리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국제대회 기준에 맞춰서 불어줌으로써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가서 불이익을 안 당하고. 또 긴 리그 동안 부상자가 너무 많이 나오니까 부상자를 줄이기 위해서 파울 규정을 강화하게 됐다.
Q. 판정에 대한 불만이 있을 거 같은데요?
- 카메라가 보는 각도와 관중이 보는 각도, 심판의 위치에서 보는 각도가 다 다르다. 핸드볼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달리 보일 수 있다. 심판이 수비나 공격 선수에 가려서 그 상황을 못 보는 경우가 나오기도 한다. 카메라는 위에서 아래로 비추기 때문에 그런 걸 잡아낸다. 기계가 판정하는 게 아니고 사람 눈으로 판정하기 때문에 빠트리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럴 때 벤치에서 보이는 각도에서 이뤄지는 어필이 있을 수 있다. 통상적으로 80% 정도 소화했다고 하면 심판은 잘 본 심판이라고 판정한다. 20% 정도의 공백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은 비디오 판독을 통해 어느 정도 커버하고 있다.
평가제를 통한 심판 등급제 시행 등 공정한 판정을 위해 노력
외부의 불만에는 유연하게 대처하지만, 심판에게는 엄격한 한재우 슈퍼바이저는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이 심판의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격렬한 몸싸움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게 핸드볼이기에 심판의 주관적 판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심판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는데 이런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한재우 슈퍼바이저의 생각이다.
유독 학연과 혈연, 지연이 강한 게 대한민국 사회다. 핸드볼 심판들 역시 이런 역학관계에서 자유롭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서 보기에는 학연, 지연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H리그 출범과 함께 심판 평가제를 통해 심판 등급제를 시행하는 등 심판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심 부분에 대해서 감추기보다 비디오 분석을 통해 철저히 반성하고,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구단 관계자를 상대로 판정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투명하게 판정 결과를 공개한다. 평가제를 통해 심판도 얼마든지 퇴출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전에는 우리끼리 하는 거라는 생각에 어느 정도 유도리를 발휘했지만, 이번 H리그 부터는 그런 여지를 완전히 차단했다. 세계핸드볼연맹 심판 규정에 따라 판정하고, 그 판정이 정확히 이뤄졌는지 평가하다 보니 심판도 심사의 대상이 돼버렸다. 그렇다면 공정한 판정을 위해 한국핸드볼연맹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Q. 현재 H리그에는 어떤 심판들이 활동하고 있나요?
- 심판은 크게 IHF 심판, 아시아연맹 심판, 국내 심판 이렇게 나눠어 있다. 국내도 상임심판, 겸임심판, 일반심판으로 구분된다. 이번 H리그에는 겸임심판, 상임심판, 아시아연맹심판, IHF 심판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8명의 국제심판이 있다. IHF 심판이 4명, 아시아연맹 심판이 4명 있다. 그리고 2월부터는 외국 심판도 합류한다. 처음에 11명으로 시작했는데 부상자가 나오고 그래서 도저히 이 심판 가지고 운영하기 어려워서 해외에서 국제심판 초빙해서 2월 둘째 주부터 외국인 심판들이 합류한다.
Q. 공정한 판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 경기 2시간 전에 나와서 지난 경기 비디오 판독을 통해서 심판에 대한 오심 문제, 잘한 거는 잘한 것 대로 뽑아내고 있다. 그걸 통해서 심판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심판 평가제를 한다. 그래서 심판 등급에 따라서 수당도 차등 지급도 하고 있다. 심판에 대한 문제점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Q. 판정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 이번 리그 끝나면 심판에 관한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되리라 본다. 한 라운드가 끝나면 관계자들 앞에서 판정 설명회를 한다. 남자 1라운드 끝나고 판정 설명회를 했다. 거기에서 좋은 반응이 있었다. 여자 경기도 판정 설명회 할 거다. 오심에 대한 것도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벤치에서의 어필도 마찬가지로 편집해서 자제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Q. 가장 중요한 심판의 자질은 뭔가요?
- 인성과 품성이 상당히 중요하다. 언행을 조심해야 하고 부단한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 본인 노력 없이는 심판을 잘 볼 수 없기 때문에 마인드나 이런 부분에서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평상시에도 심판으로서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을 많이 한다. 핸드볼이 심판의 주관에 의해서 판단되는 게 상당히 많기 때문에 공정성, 정확성이 상당히 중요하다. 시간 나는 대로 본인이 봤던 지난 경기의 비디오를 보면서 반성하고, 체크하고 그렇게들 하고 있다.
Q. 심판도 체력이 중요하나요?
- 예전의 핸드볼하고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속공 플레이를 많이 한다. 미들 속공, 롱 속공까지. 속공 플레이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평상시에 대회가 없을 때도 체력 운동을 하라고 강조한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을 잃게 되니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살릴 수 있도록 체력 보강에 신경 써달라는 주문을 많이 한다.
Q. 팀이나 심판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 팀에서는 심판을 믿고 경기에 임해주면 좋은 경기가 나올 거로 생각한다. 심판들은 사명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오심에 의해서 승패가 좌우된다면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정확한 판단과 정확한 사고에 의해서 판정을 내려주면 좋겠다.
Q. 핸드볼 팬들에게 한마디
- 핸드볼이 스피드하고 박력 있다. 몸싸움도 어느 정도 허용되기 때문에 관중이 보기에는 상당히 터프하고 열광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한번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핸드볼이 이렇게 재미있는 경기인 줄 몰랐다고 다시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응원할 팀을 정해서 그 경기를 본다면 더 활기차고 좋은 경기를 관전할 거로 생각한다.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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