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선 쉬고 싶은 한국인···"혼자 있을때 가장 즐겁다" 40%
韓, 업무외 사회생활로 에너지 소모 커
가정에선 소통보다 '재충전' 원해
경제적부담 큰 교육·육아 등 영향
'자녀 기르면서 성취감'도 8% 그쳐
한국인 10명 중 4명만이 집에서의 생활에 만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홈퍼니싱 기업 이케아가 조사한 38개 국가 중 두 번째로 낮은 순위다. 전 세계 응답자의 60%가 ‘현재 집에서의 생활에 긍정적으로 느낀다’고 답한 것과 정반대 결과다.
이케아는 15일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38개국, 3만 74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담은 ‘2023 라이프 앳 홈 리포트’를 공개했다. 이케아가 이 같은 조사를 실시한 것은 올해로 10회 차를 맞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응답자의 60%가 ‘현재 집에서의 생활에 긍정적으로 느낀다’고 답했지만 한국인 응답자의 긍정 답변은 43%에 그쳤다. 한국인 중 집에서의 생활에 매우 긍정적으로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12%, 약간 긍정적으로 느낀다고 한 비율은 31%를 기록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은 아파트가 전체 주택에서 70~8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집이 먹고 자는 생활의 공간일 뿐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특히 아파트는 공간이 협소해 사람을 만나거나 여가를 즐기는 활동은 밖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 집에서의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인은 집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함께하기’보다는 재충전과 성찰을 위한 개인적인 공간에서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응답자의 33%는 ‘함께 사는 사람들과 웃는 것이 집에서의 생활에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집이 이런 의미가 있다고 답한 한국인은 14%로 절반에 불과했다. 오히려 한국인 응답자의 40%는 ‘홀로 보내는 시간을 집에서의 생활에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답해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욕구가 남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지나치게 에너지 소모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조사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회사에서 업무 외에도 식사·회식 등을 같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과의 소통이 외국에 비해 중요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집 밖에서 사람들과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집에 혼자 있고 싶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최근 1인 가구가 많아지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인은 집에서 일, 취미, 정리 정돈 등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더 하기’보다 조용히 여유를 즐기는 ‘덜 하기’를 선호했다. 전 세계 응답자의 22%는 ‘집에서 자녀 또는 손주를 가르치며 성취감을 느낀다’고 답했지만 한국 응답자의 답변은 8%에 그쳤다. 곽 교수는 “세계 평균보다 집에서 자녀 또는 손주를 가르치며 성취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은 것은 한국의 교육 및 육아 시스템이 가족에게 심리적·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사회구조로 인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가족과 함께 잠들기보다 혼자 잠드는 것을 크게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응답자들의 30%는 ‘홀로 자는 것’을 숙면의 핵심 요소라고 꼽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아울러 ‘잠자리에 들기 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고 대답한 우리나라 응답자는 12%에 그쳐 38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케아코리아는 “한국인들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삶’과 ‘비용 효율적인 삶’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집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함께하기’보다는 재충전과 성찰을 위한 개인적인 공간에서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고 싶어 하는 성향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라이프 앳 홈 리포트는 집의 모양 및 상호 작용하는 방식 등을 탐구한 예측 연구를 통해 2030년 이후 집에서의 생활에 대한 세 가지 미래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이케아는 미래에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가족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유동적인 주거 공간’, 해조류를 사용한 바이오솔라 벽지로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며 생활하는 ‘자립형 커뮤니티’, 버섯을 활용해 3차원(3D) 프린터로 의자를 만드는 등 ‘기술로 구현하는 지속 가능한 생활’ 등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박정현 기자 kat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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