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생명의 물에서 죽음의 물로···' 오염물질 덮친 평택시 관리천
물고기 떼 죽음에 겨울 철새도 뜸해
오염수 국가하천 진위천 유입은 일단 막아
복구 비용 최소 수백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 추산
市,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청에 막상 주민들은 '어리둥절'
15일 낮 12시께 평택시 청북읍 양교리 관리천 하류. 지난 9일 화성시 양감면에 위치한 유해화학물질 보관업소 화재 여파로 유해물질 일부가 관리천으로 유입된 지 일주일 째 되는 날이었다. 페인트 세척제 등으로 쓰이는 메틸에틸케톤 같은 유해물질이 하천과 뒤섞이면서 청북읍 한산리 827에서 안화리 325-1에 이르는 총 7.4km 구간 물빛을 파란색으로 변색시켰다. 색깔만 변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평택시에 따르면 오염수로 인해 폐사해 수거한 물고기만 100kg에 달한다. ‘죽음의 하천’이 두려웠을까. 기자가 이날 관리천 하류에서 상류로 향하는 2km 구간에서 2시간 동안 목격한 겨울 철새는 단 2마리에 불과했다.
평택시는 오염수 확산 방지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관리천 하류 백봉교 일대에서는 평택시 환경과 직원들과 용역업체 관계자들이 오염수 수거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백봉교 인근에 정차한 2만3000L 용량의 탱크로리는 총 5대. 이 중 3대는 호스를 관리천에 연결하고 펌프를 가동해 오염수를 뽑아내고 있었다. 평택시는 백봉교 아래 하천 바닥을 파 오염수를 가두고 방재둑을 쌓아 국가하천인 진위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고 있었다. 이곳 말고도 4개의 방재선을 더 쳐 놓았다. 진위천은 철새도래지이자 인근 아산만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국가하천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주함에도 일대 주민들은 사고의 심각성을 아직 실감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기자가 이날 관리천 하류 일대 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단순히 ‘하천 공사 중’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농촌지역 특성 상 고령자가 대다수여서 겨울철 바깥출입이 뜸한 데다 언론보도도 제한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사고의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보였다. 이 때문에 평택시가 중앙정부에 자신이 사는 마을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건의한 사실을 알리자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주민도 있었다.
백봉1리에서 만난 조영수씨(65·평택시 소사동)는 “58년 개띠인 나도 이런 것(오염수)은 처음 본다. 평택 시내에 살아도 부모님이 여기 사시니 자주 찾아뵙는데 불안하다. 부모님이 여전히 여기 물로 농사를 짓고 계신데 (오염수와)상관이 왜 없겠냐.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오늘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조씨는 “어쨌든 특별재난지역이 빨리 선포돼 피해복구가 됐으면 좋겠다”며 “겨울철이라 농작물 피해는 없겠지만 저렇게 난리인데 농사짓는 땅에는 문제없을까 불안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당연히 불안하다. 녹조현상이나 이런 것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심각한 줄 처음 알았다”며 “우리한테는 이게 생명줄이다. 빨리 원래대로 복구됐으면 좋겠다”고 말햇다.
현장에서 오염수 수거작업을 하던 영역업체 관계자는 “요 며칠 내내 오염수를 빼내고 있지만 워낙 오염된 곳이 광범위해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일단 오염수 추가 확산은 막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워낙 방대한 지역이 오염돼 있기 때문에 사고 수습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시장이 밝힌 사고 복구 비용은 단순 수거비로만 계산했을 때 최소 수백억 원에서 최대 1000억 원. 평택시는 지난 14일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정부에 요청해 놓은 데 이어 경기도에는 특별교부금을 요청하고 사고원인을 제공한 업체에 구상권 청구 등의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사고 수습과는 별개로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의 총량은 아직까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관리천 일대에는 지하수를 식수나 허드렛물로 쓰는 농가가 즐비하다.
평택시 관계자는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의 긴급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체가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환경부 산하 기관에서 나온 직원들은 속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관리천 인근 농가에서 지하수를 취수해 유해물질 유입 여부를 파악하고 있던 한 직원은 “정확한 조사 결과는 2주 후 쯤이나 나올 것”이라며 “인체 유해 여부를 아직까지 가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오염수가 파란색을 띠는 것은 화성시 유해화학물질 보관업소에 보관돼 있던 화학물질 중 에틸렌다이아민의 '다이아민' 성분이 구리(CU)와 반응해 생긴 현상으로 전해지고 있다.
평택=손대선 기자 sds1105@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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