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의 도전 "해외자본 유치해 세계적 헬스케어펀드 만들것"

김희수 기자(heat@mk.co.kr),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1. 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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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홀딩스 이르면 연내 나스닥 상장
"전문가로서 헬스케어에 투자
국내 창업가에 후원자 되겠다"
홀딩스가 통합셀트리온 지배
지분 21.5%로 8조8천억 가치
나스닥서 시총 10조 무난할 듯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14일 강릉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퓨처 리더스 캠프에서 강연을 마치고 캠프에 참석한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주사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데에는 100조원 규모의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서 회장의 도전정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연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서 회장의 발언에 따라 셀트리온홀딩스가 나스닥시장 안착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얼마인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선 한때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시가총액 합이 80조원에 달했다는 점을 들어 셀트리온홀딩스의 공모가도 10조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셀트리온홀딩스가 보유한 통합셀트리온 지분율은 21.5%로, 15일 국내 증시 시장가 기준 8조8000억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다. 통합셀트리온이 보유한 셀트리온제약 지분의 54.8%는 국내 코스닥에서 시가총액 4조10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 14일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행사에서 서 회장은 100조원을 모으려면 해외 주식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외국 자본가들에게 친숙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에서 100조원 규모 펀드가 20개 정도 운용되고 있는데, 이들이 모두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여러 업종에 간접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든 우리나라 창업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지주사의 상장처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 회장의 100조원 규모 펀드 조성 계획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4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처음 공개됐다. 당시 그는 "가능성 있는 여러 바이오 기업에 전문가로서 투자할 계획"이라며 "지금보더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약을 저렴하게 쓰고, 투자자들은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큰 덩치를 가진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 경영자가 곧 설립자인 곳은 셀트리온밖에 없다"며 "내 뜻은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이사가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14일 진행된 한국경제인협회 행사는 미래 최고경영자(CEO)를 꿈꾸는 청년 200여 명에게 기업가정신을 가르치기 위해 마련됐다. 서 회장은 20여 년 전 셀트리온 창업 당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렸던 기억을 회고하며 청년들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돼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주사 지분의 98% 이상을 내가 갖고 있다"며 "그대로 둘 수도 있었지만 국내 창업가들이 투자받기 어려운 현실을 잘 알고 있어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1983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서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마흔다섯 살의 나이에 자본금 5000만원으로 셀트리온을 설립했다. 서 회장은 "사업 초기에 명동 사채도 많이 썼고 장기 포기 각서도 여러 번 작성했다"며 "처음엔 장기를 포기하는 게 꺼림칙했는데, 나중에는 장기 숫자보다 각서를 더 많이 써서 명동에서도 돈을 안 빌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이 막혀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를 자살 장소로 정하고 강변 난간을 차로 들이박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서 회장은 2년여간 노력한 끝에 바이오시밀러를 핵심 사업으로 낙점했고 셀트리온을 시가총액 80조원 이상의 회사로 키워냈다.

서 회장은 "여기 모인 젊은 사람들이 각자 업종에서 금·은·동메달을 따는 훌륭한 재원이 되길 바란다"며 "하다 하다 안 될 경우 찾아오면 조언해주고 좋은 아이템에 투자도 하겠다"고 덧붙였다.

1957년생인 서 회장은 은퇴 시기를 7년 뒤로 잡았다. 그는 2020년 말 셀트리온을 떠났지만, 지난해 초 경영진의 요청에 따라 미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복귀한 바 있다. 서 회장은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앞으로 7년 정도로 본다"며 "7년간 셀트리온의 뿌리를 더욱 튼튼히 만들기 위해 그룹 총수로서 영업에 직접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 김희수 기자 / 서울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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