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에 꿈 싣고 올림픽으로 달리는 남매

김지한 기자(hanspo@mk.co.kr) 2024. 1. 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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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루지 국대 김소윤·김하윤
한 살 터울 남매로 동반 출전
함께 선수 생활, 서로에 큰 힘
루지 국가대표 김소윤(왼쪽)·김하윤 남매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대한루지경기연맹

최고 시속 150㎞. 납작한 썰매에 누워 얼음 슬라이딩 트랙을 내려오는 루지는 썰매 종목 중에서 가장 빠르다. 빠른 속도감 때문에 스릴 넘치는 스포츠로 꼽히는 루지에 꿈을 실은 국가대표 꿈나무, 그것도 '진짜 남매'가 오는 19일 개막하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 참가한다. 한 살 터울인 '루지 남매' 김소윤(17)·김하윤(16)이다.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만난 김소윤·김하윤 남매는 대회 참가를 손꼽아 기다렸다. 누나인 김소윤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청소년올림픽이라 외국 선수들을 마치 우리 집에 초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각국 선수들 사이에서 내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싶다"고 말했다. 동생인 김하윤은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은 내가 루지를 시작하게 만든 이유와 같은 무대다. 큰 무대에서 외국 선수들의 기량을 보고 좋은 경험을 쌓고 싶다"며 설레어 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복싱, 수영 등 다양한 운동을 함께하던 남매는 2020년 여름, 우연한 기회에 루지를 경험하고서 삶이 바뀌었다. 운동신경이 좋은 남매를 본 지인의 권유로 나란히 루지를 시작한 후 남매는 루지에 모든 걸 걸었다.

김소윤은 "썰매를 타는 그 자체가 좋아서 루지를 시작했다"면서 "100분의 1초까지만 다투는 다른 썰매 종목과 달리 루지는 1000분의 1초까지 계측한다. 빠른 속도감만큼 세밀하게 기록을 다투기에 루지를 경험해본 사람만 아는 희열감이 있다. 그게 매력"이라고 웃어 보였다. 김하윤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루지를 보고 멋있는 종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라이딩 트랙을 따라 깔끔하게 내려갈 때 느끼는 쾌감이 정말 좋다"며 거들었다.

썰매 종목에 입문했던 다른 선수들처럼 남매도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얼음 트랙을 내려오면서 썰매가 뒤집히거나 벽에 부딪혀 입은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김하윤은 "2년 전 라트비아 전지훈련에서 사흘 동안 하루 3번씩, 9번 썰매를 탔다. 그런데 주행 중에 모두 썰매가 뒤집혔다. 그때 멘탈이 크게 흔들린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둘은 금방 성장했다. 김소윤이 중학교 3학년, 김하윤이 2학년이었던 2022년 7월 나란히 국가대표로 뽑혔다. 당시 경험 많은 국가대표를 누르고 김소윤이 여자부 3위, 김하윤이 남자부 4위로 태극마크를 달자, 남매를 향한 시선이 더욱 집중됐다. 2022년과 지난해 열린 유소년 대륙간컵에서 연이어 상위권에 입상하며 국제 경쟁력도 쌓은 남매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다.

남매가 함께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건 전 종목을 통틀어서도 매우 드물다. 국가대표 생활을 함께하면서 남매는 서로에게 큰 힘이 됐다.

김소윤은 "힘든 일이 있을 때 하윤이에게 속마음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고 했고, 김하윤도 "(기술에 대해 공부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편하게 얘기하고 누나에게서 도움을 많이 얻는다"며 웃었다. 남매는 많지 않은 자원에도 기본 기량과 꾸준한 노력을 통해 향후 한국 루지의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과정 중에 출전하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은 남매에게 큰 목표를 향한 중요한 관문이다. 남매의 당면 과제는 나란히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것. 김소윤은 "우리 남매의 노력을 통해 루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좀 더 알려지는 데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계청소년올림픽이라는 무대를 앞두고 서로를 향한 덕담을 들었다. 김하윤은 "운동할 때만큼은 진지하고, 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준비하는 모습이 멋있다. 같이 열심히 해보자"고 말했다. 김소윤은 "평소에는 장난기 많은 동생이지만, 슬라이딩 트랙에서는 진짜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앞으로 더 발전하는 하윤이를 계속 곁에서 응원할 것"이라면서 "표현은 잘 안 하지만 (하윤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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