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리온, 6000억 들여 레고켐바이오 최대주주 오른다

2024. 1. 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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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보유 구주+신주 발행 통해 단일 최대주주로
총 5000~6000억원 투입…공동경영 합의
창업자 김용주 대표, 주요주주로 남아 신약 개발 이끌기로
이 기사는 01월 15일 17:1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오리온그룹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의 최대주주에 오른다. 레고켐바이오는 작년 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성과를 낸 신약 개발회시다. 오리온그룹은 숙원이던 바이오분야에 진출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레고켐바이오는 확보한 현금을 활용해 새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빅딜'이 성사됐다.

 오리온, 기술수출 '잭팟' 레고켐바이오 단일 최대주주로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그룹은 레고켐바이오의 최대주주인 김용주 대표 및 특수관계인 지분 10.49% 중 일부를 사오고 회사가 발행한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단일 최대주주에 오른다. 오리온그룹이 총 투입하는 비용은 5000억~6000억원 수준이다. 오리온그룹 내 해외 투자법인을 통해 거래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오리온그룹이 최대주주에 오른 이후에도 일부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 남아 대표이사직을 유지할 계획이다. 회사의 기술 개발과 글로벌 바이오업체들과의 협력 등은 기존 대표 체제 하에서 이어지되, 오리온 그룹은 신규 기술개발을 위한 실탄을 지원하는 형식이다.

이번 통합은 신약 개발 자금이 필요한 레고켐바이오와 신성장 동력이 아쉬운 오리온그룹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레고켐바이오는 신주 발행을 통해 확보한 현금과 오리온그룹의 1조5840억원에 달하는 현금성자산(2022년 말 기준 오리온홀딩스 유동자산)을 바탕으로 자사의 차세대 항암 기술인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오리온그룹도 그룹의 신규 먹거리로 총력을 펴온 제약·바이오 사업에서 글로벌 신약업체를 품으며 한 발 도약하게 됐다. 오리온은 2022년 12월 하이센스바이오와 합작사 방식으로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바이오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최종 조율에 실패했지만 최근까지 국내 바이오업체인 알테오젠의 경영권 인수를 두고 막바지까지 협상을 벌이는 등 다양한 M&A를 검토하기도 했다. 

얀센 수출 이후 후속 기술개발 투자금 마련

코스닥에 상장된 레고켐바이오는 2006년 설립된 국내 바이오벤처다. 지난해 12월 미국 제약사 얀센에 ADC 신약 후보물질을 2조2000억원에 기술이전하면서 글로벌 항암제 유망 업체로 각광받았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기술 수출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얀센과의 계약으로 단숨에 업계 슈퍼스타로 떠올랐지만 레고켐바이오 김용주 대표의 꿈은 더욱 컸다. 김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플랫폼에 안주하면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며 “독자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구축에 힘을 쏟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항체를 보유한 회사에 단순히 ADC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술이전 사업모델에 머물지 않고 직접 신약 개발에 나서겠다는 포부였다. 얀센에 수출한 ADC 신약후보물질은 레고켐바이오가 자체 임상을 계획한 5개 후보물질 중 첫 번째 기술인만큼 후속 기술 개발에도 매진해야했다.

문제는 자금력이었다. 얀센으로부터 수령한 계약금으로 연구개발(R&D) 여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기술 개발에만 매진할 수 있는 안정적 현금 지원을 확보하는 것은 오랜 숙원이었다. 김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ADC를 개발하는 데 다른 신약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간다”며 “우리가 직접 미국에서 임상을 해보려고 했지만 엄청난 비용 탓에 생존 차원에서 기술수출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알테오젠 놓친 오리온, '독립경영' 보장

지난해부터 1조원에 육박한 실탄을 앞세워 제약·바이오 업체 M&A에 총력을 쏟았던 오리온그룹은 김 대표의 숙원을 해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며 장기간 설득에 나섰다. 오리온은 최근까지 국내 바이오사인 알테오젠 인수를 두고 협상을 벌여왔지만 막바지 조건을 둔 이견으로 결렬된 바 있다. 이번 거래 성사에 명운을 건 오리온 측은 '독립 경영'을 전폭 보장하며 김 대표 핵심 경영진의 마음을 움직였다. 기존 레고켐바이오 연구진의 기술개발을 유지하면서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청사진을 내걸어 레드켐바이오 경영진을 설득해 거래를 성사시켰다.

업계에선 오리온이 보유한 글로벌 최대 내수시장인 중국 네트워킹과 레고켐바이오의 기술력을 접목해 회사를 키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오리온그룹이 바이오 사업을 시작한 건 2021년 3월으로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가 중국 국영제약사 '산둥루캉의약'과 합작사 '산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과기개발유한공사'를 설립하면서다. 이후 해당 합작사를 통해 큐라티스의 결핵백신을 생산하고, 지노믹트리의 대장암 조기진단 기술을 중국에서 상용화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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