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에 꿈틀대는 유가…정유업계도 긴장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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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에 따라 유가가 꿈틀대고 있지만, 정유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 국면 자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교역의 중심지인 중동 항로가 계속 불안하면 글로벌 공급망 이슈도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유가 상황과 겹쳐 세계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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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에 따라 유가가 꿈틀대고 있지만, 정유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 국면 자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15일 관련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12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7.65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자재 비용을 뺀 수치로, 보통 배럴당 5달러가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4분기 평균 5.5달러, 1월 둘째주 6.8달러를 거치며 점진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제마진 개선은 정유사들의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해 3분기 OPEC+ 감산 등의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배럴당 10달러를 넘어서며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S-OIL)·HD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4조원을 넘겼던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4분기의 경우 수요 부진 등에 따라 정제마진이 하락하며 정유 4사의 실적이 반토막 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유업계는 최근의 정제마진 상승을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처지다.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 따라 정제마진이 개선되는 상황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흔들리기 시작며 가격 불안정성이 늘었고, 여기에 덩달아 정제마진까지 올라가는 모양새에 가깝다.
국내 정유업계가 원유의 70% 이상을 수입하는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더 심화되고 있다. 특히 세계 핵심 교역 항로인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가 일촉즉발이다. 지난해 12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홍해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란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 유가는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배럴당 80달러 이하를 보이던 두바이유는 이달 들어 80달러 선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지난 8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가격 인하를 발표했음에도 상승세는 잠재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 정세 불안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 12일에는 두바이유 가격이 전일 대비 배럴당 1.73달러 오른 79.03달러까지 치솟았다.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문제가 장기화되는 데 따른 부작용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교역의 중심지인 중동 항로가 계속 불안하면 글로벌 공급망 이슈도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유가 상황과 겹쳐 세계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가장 근원적인 문제인 석유제품 수요 부족 현상이 해결될 수 없단 뜻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의 경우 국내 주요 원유 수입처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의 입구"라며 "이곳이 막혀버린다면, 아무리 시장에서 석유제품의 가격이 뛰는 상황이라도, 원유를 못 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이란의 원유 생산 및 수출이 늘어나며 OPEC의 감산을 어느 정도 상쇄시킨 측면이 있다"며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이란 원유 공급에 변화가 있을 경우, 원유시장 내 공급 불안은 재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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