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복궁 낙서, 저작권에도 남긴 상처

2024. 1. 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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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복궁 담벼락이 낙서로 훼손된 사건이 있었다.

'영화 공짜' 문구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는 광고 테러였다.

우리 정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창작자의 권익 보호와 이용자의 문화 향유권 수호를 위해 불법 유통 범죄자 검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OTT 망명' '디지털 이민'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구독료가 저렴한 국가로 IP를 우회해 시청하는 행위가 늘어남에 따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다시 성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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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복궁 담벼락이 낙서로 훼손된 사건이 있었다. '영화 공짜' 문구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는 광고 테러였다. 해당 사이트는 지난해 4월 폐쇄된 '누누티비'의 유사 사이트로 추정된다. 당시 누누티비의 누적 접속자 수는 8300만명 이상으로 저작권 피해 규모만 5조원에 달한다. 반면 낙서 사건의 피의자들이 범행 대가로 받은 돈은 10만원으로 밝혀졌다. 우리 창작자들이 수십 년간 쏟은 노력이 단 10만원에 거래된 것이다. 제2의 누누티비가 등장해 K콘텐츠 산업을 저해할 위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한다.

콘텐츠 불법 유통과 도둑 시청이 계속되면 콘텐츠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콘텐츠가 불법 유통되면 콘텐츠 창작자들이 창작 동력을 잃게 된다. 그 결과 질 높은 콘텐츠가 제작되지 않으면 이용자는 이를 향유할 기회를 잃게 된다. 콘텐츠 불법 유통으로 인한 피해는 창작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까지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정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창작자의 권익 보호와 이용자의 문화 향유권 수호를 위해 불법 유통 범죄자 검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에서 국내 콘텐츠 10만개 이상을 불법 송출한 일당을 문체부 등 우리 당국과 보호원, 인터폴 등이 국제 공조수사를 통해 체포했다. 또한 보호원에서는 해외에서 영어, 중국어 등 현지 언어로 불법 유통되는 저작물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외국어 침해 정보 수집 시스템' 운영을 시작했다.

'저작권 침해 종합대응 시스템 구축' 3단계 사업도 추진 중이다. 올해는 2단계 개발로 불법 사이트 자동 탐지, 분석, 보고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2025년까지 3단계 개발을 완료하고 나면 저작권 침해 발생부터 대응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종합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합법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일이다. 그러나 일부 온라인 이용자들의 "제값 내고 콘텐츠를 이용하면 호구가 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불법 사이트를 만들어내는 촉매가 되고 있다. 최근 'OTT 망명' '디지털 이민'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구독료가 저렴한 국가로 IP를 우회해 시청하는 행위가 늘어남에 따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다시 성행하고 있다. 현행법상 불법 콘텐츠를 보는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기에 이용자의 도덕적·윤리적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올해 보호원에서는 대학생, 창작자, 콘텐츠 기업들을 저작권 보호 서포터스로 임명하고, 국내외에서 저작권 보호 공모전을 진행하는 등 사회 곳곳에서 저작권 존중 인식 강화를 위한 메시지를 확산할 예정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장으로서 2024년 새해 바람은 '모든 창작물에는 저작권이 있고, 저작권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공리(Axiom)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공리란 시간은 지속적으로 흐르고, 모든 물체는 중력의 영향을 받는 것과 같이 증명할 필요가 없는 자명한 진리를 말한다. 저작권도 마찬가지다. 창작자들의 정신적 고뇌의 소산인 창작물에는 저작권이 있고, 창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모두 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 모두가 자연스럽게, 당연히 받아들이기를 기대한다. 이를 바탕으로 백범 김구 선생의 소망처럼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아름다운 나라를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희망한다.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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