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가자지구 비극 키우는 美침묵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4. 1. 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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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 전쟁 발발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고 있는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를 겨냥한 반발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중동에서 이슬람 무장단체들을 지원하며 북한, 중국,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이란이 벌써부터 이스라엘과 미국의 불법성을 지적하면서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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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 전쟁 발발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전쟁 강행 의지를 거듭 표명해온 그지만, 이날 발언은 유난히 울림이 컸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고 있는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를 겨냥한 반발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100일을 넘기면서 가자지구에서는 많은 것이 사라졌다. 2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가자지구 북부의 주택과 사회기반시설 70%가 파괴됐다. 가자전쟁이 과거 전쟁들과 명확히 구별되는 특징은 '규칙'이 아무렇지도 않게 소멸됐다는 점이다.

20세기 초 제1차,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인류는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전쟁의 방법을 법률로 제정했다. 국제인도법과 그 하위 조약인 제네바협약이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가자지구에서 이 약속은 손쉽게 무시됐다. 피란민 대피소 공습, 병원 등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 등은 모두 법 위반이다.

사실상 범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재판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네타냐후의 자신감은 미국의 침묵에서 기인한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인도주의를 지키라고 촉구하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즉각적인 휴전'에 반대하며 결의안 채택을 지연시켰고 끝내 기권했다.

국제법과 미국의 실종은 전 세계에 지정학적 불안을 야기한다. 당장 중동에서 이슬람 무장단체들을 지원하며 북한, 중국,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이란이 벌써부터 이스라엘과 미국의 불법성을 지적하면서 꿈틀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해 11월부터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 미국 등 서방과 이란 사이에 '핵 합의'가 파기될 수도 있다는 위험 신호다. 지난해 10월 7일 유대인 최대 명절날 갑자기 가족들을 잃은 이스라엘인들의 애끓는 분노를 이해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똑같이 법을 무시하는 야만적인 집단이 될 이유는 없다. 네타냐후가 귀를 열고, 외교 공간을 복구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준 글로벌경제부 kim.sangj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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