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축소되는 세계
2000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48이었으나, 2022년 0.78명으로 처음 0.7명대에 진입했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 뿐 아니라 일찍부터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서유럽, 동유럽, 이란 등 전 세계의 인구 감소세는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젊은이들의 나라들이 고령화되면서 중위 연령은 높아지고, 이민자 감소로 인구가 줄어들 것이다. 인구 성장은 경제 성장의 문제이자, 정치적인 문제이며 ‘한 나라의 힘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지금 급격히 감소하는 인구는 미래의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중국 난징 동남대의 도시 계획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인 도시 계획 전문가가 쓴 신간 ‘축소되는 세계’는 인구 감소로 인한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데이터와 함께 보여준다.
책에서 30년간 인구 감소 상황에서 주택 공급과 경제 개발 문제를 주로 연구해온 저자는 지금과 같은 인구 추세가 지속될 때 2050년의 세계와 경제는 어떤 모습일지를 분석한다. 인구 감소와 축소 세계를 초래하는 원인과 그 영향도 함께 살펴본다.
인류는 소멸 직전 단계인 ‘축소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구 감소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측면에서 부정적 결과를 야기한다. 저자는 한 번 출산율이 떨어진 나라는 다시 회복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구 감소는 경제적 쇠퇴와 빈곤과 분리할 수 없다. 인구 감소에서 시작된 주택 수요 감소와 주택 시장의 붕괴, 생산 가능 인구 감소, 고령 인구 증가로 소비 감소와 생산성 감소, 전 세계 경제 쇠퇴와 글로벌 교역 감소, 빠르게 감소하는 세수, 고령 인구 부양을 위한 재원 부족 등으로 자본주의 기반이 흔들리게 될 수도 있다.
책은 2050년의 세계와 경제가 어떤 모습일지 전망한다. 인구 예측 기관인 워싱턴대 건강지표평가연구소(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는 2050년이 되면 65개 국가, 즉 전체 국가 중 3분의 1에서 인구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또 다른 5분의 1 국가에서 연간 인구성장률이 0.5%를 밑돌 것이다. 저자는 경제 강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도 예외 없이 2050년이 되면 인구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 전 세계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글로벌 변곡점은 2070년경에 도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구감소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2050년쯤 세계의 경제 성장은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인구가 줄어드니 빈집도 늘어난다. 예컨대 일본은 빈집 수가 현재 800만 가구인데 2040년에는 1500만~200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2017년 조사를 통해 주택 재고의 약 20%에 달하는 6500만 채의 집이 비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도 제조업 붕괴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는 2014~2020년 사이에 2만 가구에 달하는 빈집을 철거했다. 인구가 감소하니 빈집과 버려진 땅이 늘어나 결국 부동산 시장이 사실상 기능을 멈추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
저자는 인구가 급감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하게 여겼던 것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인구 감소는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닌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 사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규모 학교 활성화, 원격 근무를 전제로 한 이주 정책 등을 통한 지역 살리기 등을 통해 국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역과 그곳에 거주 중인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인구, 도시, 경제 규모가 쪼그라드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21세기에는 모든 것이 성장하는 추세가 인류의 정상 상태로 여겼다면, 이제는 점점 축소되는 국가나 도시가 성장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 합리적인 미래 경로라는 생각부터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저자의 요지다.
앨런 말라흐 지음ㅣ김현정 옮김ㅣ사이ㅣ456쪽ㅣ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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