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영국선 블프 대신 '1월 세일'

2024. 1. 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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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국인이 미친 듯이 소비하는 12월은 영국 비즈니스 오너에게 거대한 파티와도 같다.

그러나 천하무적 슈퍼맨도 크립토나이트에 무력해지듯이 영국의 우울한 1월 경제 판도를 뒤집는 강적이 있으니, 바로 1월 세일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이 전 세계인의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지만, 영국 유통업계에는 찰스 디킨스 시대부터 1월 세일이 존재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큰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도 1월 세일에 눈을 질끈 감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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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다음날 빅세일 시작
재고정리 사계절 상품 내놔
매장엔 바글바글 인파 몰려
'금욕의 달'로 불리는 1월에
줄어든 구매력 살리는 효과
지난해 12월 29일 런던 리젠트 거리에 쇼핑 인파가 몰렸다. 로이터연합뉴스

모든 영국인이 미친 듯이 소비하는 12월은 영국 비즈니스 오너에게 거대한 파티와도 같다. 크리스마스 파티와 송년회를 위해 식당과 펍 출입이 잦아지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장만하려는 사람들 덕분에 장난감을 비롯해 상품권, 식품, 주류 판매는 최고조에 이른다. 그러나 흥청망청 파티가 벌어진 후에는 숙취가 찾아오는 법이다. 아무런 근심 없이 돈을 쓰고 먹고 마시는 12월이 끝나면 엄청난 죄책감이 밀려들고, 그제야 영국인은 은행 계좌 잔액이 바닥났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비즈니스 오너는 12월을 사랑하는 만큼 영국에서 비공식적으로 검소와 금욕의 달인 1월을 싫어한다. 은행권에서 카드 거래 횟수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1월에는 필수적이지 않은 품목의 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한다.

그러나 천하무적 슈퍼맨도 크립토나이트에 무력해지듯이 영국의 우울한 1월 경제 판도를 뒤집는 강적이 있으니, 바로 1월 세일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이 전 세계인의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지만, 영국 유통업계에는 찰스 디킨스 시대부터 1월 세일이 존재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큰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도 1월 세일에 눈을 질끈 감기는 어렵다. 그래서 1월에 전반적인 소비는 줄어들지만 매장의 입점 고객 수나 판매율이 종종 증가하며 브랜드에는 오래된 재고를 없애고 물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세일 상품을 위한 사냥은 종종 영국인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세일은 주로 성탄절 다음 날인 복싱데이에 시작하는데, 어떤 이는 세일 상품을 가장 먼저 손에 넣고자 성탄절 밤 침낭을 가지고 매장 밖에서 노숙을 한다. 때때로 선반에 놓인 마지막 세일 상품을 향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데,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손에 넣고자 다른 고객을 밀치고 짓밟는 일이 다반사이다. 방송국에서는 이런 기회를 놓칠세라 촬영팀을 보내 카오스와도 같은 1월 세일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간다. 사계절 상품이 한데 나와 질서 없이 뒤섞여 있는 매장은 마치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것처럼 보인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을 여기저기 던져두고 다니는 메뚜기떼 같은 고객 때문에 심신이 지친 매장 직원은 상품을 정리할 여력이 없다.

또 1월 세일은 이커머스의 각축장이 되기도 한다. 온라인 쇼핑몰은 1월 내내 경쟁사보다 몇 파운드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벼랑 끝 전술을 펼치며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전쟁에 뛰어든다.

과거 런던에 살던 시절에 나는 1월 세일 기간이 되면 런던에서 가장 붐비는 쇼핑가인 옥스퍼드 스트리트로 달려가 일년 동안 입을 옷을 전부 장만하고, 남은 11개월간 악몽 같은 경험을 치유하며 보냈다. 이 같은 혼란에도 세일 가격에 현혹돼 불필요한 물건을 구입하지 않을 자제력만 충분하다면 1월 세일은 돈을 절약할 절호의 기회임이 틀림없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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