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스타’ 한소희 “미술 유학 대신 뛰어든 연기, 여기서 끝을 보겠다”[인터뷰]
‘마이 네임’ 액션 연기 훈련이 큰 도움 돼
일제강점기 배경 생체실험·고문 등장하자
일본 팬 악플...“슬프지만 사실” 답글 화제
“미술과 연기, 표현함에 크게 다르지 않아”
배우 한소희는 요즘 최진영의 소설 <구의 증명>을 다시 읽고 있다. 원래 MBTI가 ‘F’(공감형)였는데, 요즘엔 뭘 봐도 슬프지 않다고 한다. 고민을 얘기하는 친구에게도 위로 대신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라며 ‘T’(비공감형)처럼 묻는 자신을 발견했다. ‘왜 이럴까’ 싶어서 깊은 사랑 이야기인 <구의 증명>을 다시 읽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엘르코리아 인터뷰에서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를 읽고 있다고 해 800쪽짜리 벽돌책을 품절시켰다.
명실상부한 톱스타이면서도 데뷔 전부터 운영한 블로그에 여전히 꼬박꼬박 일상 글을 올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밝혀 ‘솔직하다’는 평을 받는 배우.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로 첫 시대극에 도전한 그를 15일 서울 북촌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경성크리처>는 해방 직전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시대물이다. 한소희는 죽은 사람도 찾아낸다는 토두꾼 ‘윤채옥’ 역을 맡았다. 채옥은 10년 전 만주에서 실종된 어머니를 찾으러 경성에 왔다가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 장태상(박서준), 일제의 생체실험으로 탄생한 크리처와 만난다.
극 중 그는 싸움에 능한 인물이다. <마이 네임> 때 한 차례 액션 연기 훈련을 해둔 것이 이번 작품을 찍는 데도 도움이 됐다. “액션은 사실 액션 ‘연기’잖아요. 하지만 채옥은 액션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액션 쪽에 더 치중해서 연습했던 것 같아요.”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이 들어간 ‘크리처’와 일대일로 대면하는 장면이 유독 많았는데, 초록색 크로마키 배경에서의 촬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촬영 때 스턴트 선생님들이 초록색 쫄쫄이를 입고 시선을 맞춰주셨는데 눈만 마주치면 웃음참기 시작이었어요. 오로지 상상에만 맡겨야 하니까 좋은 것도 있더라고요. 제가 상상하는 최대한이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이니까, 상상력으로 제 연기를 끌어올 수 있잖아요.”
작품의 배경이 일제강점기인 데다 생체실험과 고문 등이 소재로 등장하다 보니 공개 전부터 일본 팬들의 반응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실제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올린 한소희의 SNS 게시물에 ‘실망했다’는 댓글을 단 일본 팬도 있었다. 그는 여기에 ‘슬프지만 사실인걸’이라는 답글을 달았다. “그런데 저는 그게 고마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서 댓글을 단 거잖아요. 그리고 일본 팬분들이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상처받지 말아라’ ‘우리도 수용하고 있다’ 같은 따뜻한 이야기도 해줬어요. 댓글로 난리가 났다고들 하는데, 다 읽지도 못했어요. 일본어라서 몰라요.”
그는 “그냥 개인 공간인 인스타그램에 제 뜻을 올린 거다. 파급력을 생각하고 올리진 않았다”며 “그 반응을 보면서 ‘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다 존중했다. 그건 ‘네 의견에 고맙다’는 것이지, 내 의견은 이렇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한소희는 요즘도 종종 블로그에 자신의 일상을 올린다. 그의 글은 담백하다. “남에게 폐 끼치는 거 너무 싫어해요. 글 쓸 때도 ‘감정 전가’ 하는 거 정말 싫어해요. ‘저 오늘 너무 힘들었어요 어쩌고저쩌고’ 같은 거요. 그래서 할 말 딱딱 쓰고, 기분 좋거나 유용하게 쓰일 만한 짤 딱 공유해요. 제 기준은 ‘법 안에서’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좀 솔직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딱 한 가지 부담 되는 것은 미성년자인 팬들이 생기다 보니까…. 제가 블로그에는 망나니처럼 사는 걸로 묘사를 해놓거든요. 그런 게 좀 조심스러워지는 거죠. 20대들은 ‘저 사람이 그래도 뒤에선 열심히 살면서 놀 때는 화끈하게 노는구나’ 생각하지만, 미성년자들은 잘 판단이 안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저 진짜 열심히 산다는 거 알아주면 좋겠어요.”
그는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다 배우 일을 사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알렉산더 매퀸 쇼를 본 것을 계기로 ‘패션 드로잉’을 하면서 미술 유학을 준비했다고 한다. ‘다시 유학 갈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하고 싶느냐’고 묻자 그는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사실 늦었다고 생각은 안 해요. 그런데 제가 연기라는 영역에 뛰어들었잖아요. 그럼 여기서 끝을 보고 싶어요. 끝이라는 게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기가 저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아직은 너무 재밌어요. 미술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게, 저는 저를 표현하는 그림을 많이 그렸거든요. 그런데 연기는 정말 일차원적으로 저를 표현하는 거잖아요. 미술로 얘기하자면 ‘최대한 많은 색’의 물감을 갖고 싶어요.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돼서, ‘이런 색은 나만 낼 수 있는 색이야’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오면 좋겠어요.”
<경성크리처>는 지난해 말과 최근 파트 1, 2가 순차적으로 공개됐다. 시대 배경을 2024년으로 하는 시즌 2는 올해 중 공개 예정이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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