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입찰 `쩐의 전쟁`… 제4이통 승자 누가될까
3사 경쟁 재무적능력 최대관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이어 제4 이동통신사업자가 되려는 기업들이 주파수 확보를 위한 3파전을 예고한 가운데 어느 정도 금액에 주파수가 낙찰될 지 주목된다.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는 어떤 비용을 치르고라도 주파수를 확보하는 게 최종 목표인 만큼 전통적으로 쩐의 전쟁으로 꼽힌다.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사업자가 승자가 되는 만큼 사업자들의 재무적 능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5세대(5G) 28㎓ 주파수 할당 적격심사를 통과한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스테이지파이브 컨소시엄), 미래모바일(마이모바일 컨소시엄) 등 3개 법인을 대상으로 오는 25일 시작되는 주파수 경매를 앞둔 경매규칙 설명회를 진행했다. 설명회는 각 사업자별로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경매 이후 최종 1개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앞서 이들 3개 법인이 적격심사를 통과하면서 제4 이통 출현에 초록불이 켜졌다. 오는 25일 시작하는 주파수 경매는 최대 50라운드 오름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승부가 가려지지 않으면 밀봉 입찰하는 2단계로 이어진다. 오름입찰은 더 높은 가격을 부른 사업자가 승자가 되는데, 라운드가 진행될 때마다 경매가가 오르고, 나머지 2개 법인이 포기할 때까지 진행된다. 경매는 라운드별로 최대 시간이 정해져 하루에 5~10라운드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50라운드 이후에도 입찰 포기자가 나타나지 않아 결론이 나지 않으면 서로 입찰가를 적어 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업자가 최종 선정된다.
이번 주파수 최저 입찰가는 742억원이지만 복수의 법인이 참여하면서 경매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경매가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 컨소시엄간의 경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3개 법인 중 유일한 상장사인 세종텔레콤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약 231억원에 불과하다. 또 앞서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주파수 경매에서 출혈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과도한 부담을 지고 경매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스테이지파이브는 신한투자증권이 재무적 투자자로 합류해 자금 80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무적 측면에서 앞선다는 평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테이지파이브가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제4 이통 선정을 추진하면서 경매가 과열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스테이지파이브는 대표 주관사로 신한투자증권, 공동 주관사로 NH투자증권을 선정하고 코스닥 시장 상장을 준비 중이다. 마이모바일 컨소시엄의 미래모바일은 재무적 상태를 점검해 주파수 경매에 다양하게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경매가가 치솟을 경우 신규 사업자의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이번 제4이통 선정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법이 바뀌면서 진입 문턱이 낮아졌다. 이전에는 재무 건전성 심사를 사전에 거쳤지만, 등록제에서는 주파수 경매 과정에서 3개 법인의 재정적 능력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파수 경매가 과열되지 않는다면 입찰 첫날인 25일 끝날 수도 있지만, 경매가 과열돼 입찰가가 1000억원 이상으로 높아지면 더 길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정부가 기대하는 통신비 인하나 적정한 투자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어느 사업자가 유력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가 등록제로 바뀐 이후 수행능력보다 문서상 신청 절차를 중요하게 보기도 한다. 3개 법인 모두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어 기본적 통신운영 경험자로 적격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사업자가 선정돼도 재정적 이행력에 의구심이 제시된다. 재무적 능력이 탄탄한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은 만큼 이동통신 3사와 어깨를 겨룰 메기의 등장은 어렵다는 관측이다. 다만, 통신장비 시장은 투자 증가로 인한 실적 상승 기대감도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행 기간통신사업 등록제에선 신규 이통사업자의 재정적 능력에 대한 별도 심사가 이뤄지지 않아 실제 주파수를 할당받고 투자에 나설지는 미지수"라며 "다만 주파수 할당만으로도 기존 통신 3사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고 통신장비 업체는 투자 확대 기대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 3사를 견제할 수 있을 정도의 몸집을 갖춘 사업자가 등장하지 않는 경우 자원 낭비와 '나눠먹기'식 소모적 경쟁만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정보통신 산업이 매출, 영업이익 감소뿐 아니라 네트워크 보급률, 인프라 품질이 갈수록 떨어져 흔들리는 상황에서 파이를 쪼개면 가입자 빼앗기로 산업 체력이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산업 선순환 구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자가 등장할 경우 이에 대응할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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