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열풍…우리 아이 철학 책 한번 읽혀볼까?
집중력 약해진 학생 위한 ‘정신 근력운동’
옳고 그름 등 논리 감수성과 집중력 향상
통찰력과 객관적·비판적 사고 키워주고
인생 설계에 필요한 어젠다 설정에 도움
새해 서점가에 ‘쇼펜하우어 철학’ 열풍이다. 20만 부를 판매하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유노북스)를 필두로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페이지2북스),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포레스트북스) 등의 관련 서적도 인기를 끌고 있다. 덩달아 ‘철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박정훈(45)씨는 “최근 힘든 일이 많았는데, 쇼펜하우어 책을 통해 행복과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되었고 철학의 영향력을 느끼게 되었다”며 “학업과 진로, 친구 관계 등을 고민하는 사춘기 중1 아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함께 철학 책을 읽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씨처럼 ‘겨울방학을 활용해 자녀와 함께 책을 읽으며 철학의 늪에 빠져볼까?’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해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의 도움을 받아 청소년에게 철학이 중요한 이유와 도움이 될 만한 철학 책을 정리했다. 안광복 교사는 지난해 프로이트, 라캉, 아들러, 푸코, 그람시, 베냐민 등 대표적인 현대 철학자 26명의 사상을 소개한 철학 입문서 ‘처음 읽는 현대 철학’(어크로스)과 ‘열일곱 살의 인생론’(사계절) 등을 펴냄으로써, 철학을 통해 청소년들의 실존적 고민에 대한 응답을 제시해온 대한민국 1세대 철학 교사다.
최근 20쇄를 맞아 개정증보판으로 출간한 ‘열일곱 살의 인생론’을 통해서는 짝사랑, 성적, 열등감, 가치관 등 15가지 키워드와 함께 ‘좋아하는 친구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면?’ ‘인정받아야만 행복한 삶인가?’ ‘내 마음은 왜 분노로 가득 차 있을까?’와 같은 10대 청소년들의 실존적 고민이 녹아 있는 질문들을 해결할 지혜를 담아 호평을 받았다.
그는 “‘철학함’은 논증적이고 체계적인 사고로 이뤄지며,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듯 철학 공부는 옳고 그름에 대한 정교한 논리 감수성, 긴 호흡의 지적 지구력 등을 길러준다”며 “전자기기 과몰입 등으로 집중력이 많이 약해진 지금의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정신의 근력 운동’이라는 점에서 청소년들이 철학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기에 접하는 철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철학은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하는 능력,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는 물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필요한 혁신적인 어젠다 설정에 도움을 준다. 또한, 철학은 학업과 성적 등 눈앞의 절실한 문제를 넘어, 인생과 세상의 근본 문제를 건드리며 생각하도록 이끌어 인생의 목적과 살아가는 의미를 가르쳐 주며, 삶을 가치 있고 풍성하게 만든다.
안광복 교사는 “나아가 철학은 인생의 작전타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모두가 유용함과 실용성에 매달리는 시대일수록 문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삶이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철학의 작업’은 삶에서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철학을 공부할수록 자신이 공부하려는 학문이 풀어내려는 가장 깊은 문제와 고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며 “어떤 공부를 하건 폭넓고 심도 있게 탐색하기에, 새로운 생각을 통해 남다른 대안을 찾을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철학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안광복 교사는 학생들이 겨울 방학 때 읽으면 좋은 철학 책으로 ‘동굴 밖으로 나온 필로와 소피’(지와사랑)와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우리학교)를 추천했다. ‘동굴밖으로 나온 필로와 소피’는 플라톤, 카를 마르크스, 시몬 드 보부아르, 공자, 장자 등 철학자 13명의 주요 사상을 어린이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동화로 재해석한 책이다. 그는 “‘남보다 예쁘면 더 행복해질까?’ ‘왜 누구는 가난하고 누구는 부유할까?’ 등 청소년 시기 가슴에 맺힐 만한 의문들을 동화 형태로 철학 논의에 실어 깊은 성찰로 이끌어가기 때문”이라고 추천 이유를 소개했다.
2500여년 철학의 역사를 빛낸 36가지 철학의 말을 매개로 철학의 탄생 배경과 철학자의 사상을 담은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모르 파티’ ‘카르페 디엠’ 등 잘 알려진 철학 명언들을 소개하며, 짧은 호흡의 글들로 철학의 깊은 지혜를 맛보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등 동양철학에 관심이 있다면 ‘똥에도 도가 있다고?’를 읽어봐도 좋겠다. 동양 철학의 가장 기본적인 주제들을 ‘배우지 않고도 살 수 있을까?’ ‘모두가 친구가 되면 안 돼?’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없나?’ ‘서로 기준이 다를 때 해결하는 방법은?’ 등 40가지 재밌는 질문으로 풀어낸 청소년용 철학책이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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