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권위원회, 비트코인 불안정성에도 ETF 허용…국내에선 "거래 승인 불가"

홍성완 기자 2024. 1. 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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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ETF 관련 시장 연내 1000억달러, 6개월 내 200억달러 자금 유입 전망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된 이후 실질적인 거래가 시작된 가운데 연내 약 1000억달러의 자금이 관련 시장으로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히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실질 가치와 안정성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은 사실이나, 주류 금융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가상화폐 시장이 큰 전환점을 맞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국내 가상화폐 ETF 거래 승인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가상화폐 관련 상품에 대한 제도권 진입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비트코인 ETF 거래 시작된 미국 증권시장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는 290억달러의 암호화폐를 보유한 그레이스케일(GBTC: Grayscale Bitcoin Trust) 등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 출범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투자회사들이 비트코인을 사 모으고, 이에 대한 권리를 쪼개서 주식처럼 파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만 사고 팔 수 있던 비트코인을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은행이나 증권시장을 통해 예금이나 주식 거래를 하듯 손쉽게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실질적으로는 대형금융회사들이 관리하고 미국 정부가 보증한 것과 마찬가지의 의미를 지니게 되면서 엄격한 투자규정을 지켜야 하는 연기금 같은 큰 규모의 기관투자사들도 투자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해외에는 SEC의 이번 결정이 암호화폐가 주류 금융시장에 진입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변동성이 크고 불안정하다는 평가 속 제도권에 들어오지 못했던 가상자산이 하나의 투자 상품으로 공식 인정받은 셈이다. 금이나 원유 같은 중요한 투자대상에 비트코인이 합류했다는 의미로 금융시장에서는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관련 상품에 1000억달러(한화 약 130조원), 첫 6개월에 200억달러(한화 약 26조원)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11일 보고서를 통해 "자산운용사들이 주로 사용하게 될 가상자산거래소 Coinbase(코인베이스)의 경우 비트코인을 약 40만개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약 180억달러에 해당한다"며 "전 세계 가상자산거래소에는 약 200만개의 비트코인이 있으며 이는 약 920억달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TF 출시 초반에 강한 자금 유입이 발생할 경우 단기적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변동성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에 총 1000억달러의 자금 유입이 가능해보이며, 지금의 높은 관심이 이어진다는 가정 하에서는 낙관적으로 첫 6개월에 200억달러 유입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고 전망했다.

◆ 국내에서는 가상화폐 ETF 거래 불가

미국이 가상화폐 ETF를 허용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거래가 가능해질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그러나 11일 SEC 발표 직후 금융당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증권사가 해외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입장 및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국내 증권 시장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융당국은 미국 증권시장에서 실질적인 첫 거래가 이뤄진 15일(현지시간)에 이 같은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이나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기존 정부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추가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아울러 "미국은 우리나라와 법체계 등이 달라 미국사례를 우리가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이 문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 비트코인의 가치와 안정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

비트코인이 정말 가치가 있는 자산이냐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미국 SEC는 비록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하긴 했으나, 여전히 가상화폐에 대한 제도권 진입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 강하다.

특히,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미국 증권거래위원장은 비트코인의 경우 조작이 가능해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를 적극 저지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반대 입장에도 SEC가 비트코인 ETF를 허용한 이유는 관련 소송에서 졌기 때문이다.

SEC는 가상화폐 리플을 발행하는 시가총액 세계 5위권인 리플랩스에 대해 "리플은 불법 증권"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뉴욕지방법원은 "리플랩스가 거래소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리플을 판매한 것은 연방 증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리플랩스의 손을 들어줬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관련해 겐슬러 위원장은 "비트코인 자체를 승인해 주거나 지지한 것은 아니다"라며 "어쩔 수 없이 ETF를 승인한 것으로, 투자자들은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에 청신호가 켜진 가운데, 여전히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금이나 원유같이 경쟁대상들이 예측이 가능하고 가격이 안정적인데 반해 비트코인은 가격제한폭이 없고, 예측 범위를 벗어난 상태에서 갑자기 급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관투자자들이 함부로 투자할 수 없는 불안정성 때문에 예상보다 투자금이 적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불안정성에 우리나라는 손을 들어준 셈이다.

금융위 등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이 규정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 통화, 일반상품, 신용위험 등이며, 가상자산은 기초자산에 포함되지 않다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는 상장 중개 모두 법 위반이라는 논리다.

다만, 가상자산이 큰 전환점을 맞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에 투기로만 바라보던 가상자산법 제도로는 시장변화에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향후 미국 증권시장에서의 비트코인 ETF 관련 추이에 따라 전향적인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난 1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비트코인은 투자재로 자리 잡아 이제 내재가치와 안정성을 시험해 볼 시기"라며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1일 금융당국도 "'가상자산의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올해 7월 시행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고, 미국 등 해외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15일에는 "해외 비트코인 선물 ETF는 현행처럼 거래되며, 현재 이를 달리 규율할 계획이 없다"며 "향후 필요시 당국의 입장을 일관되고 신속하게 업계와 공유할 수 있도록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단서조항을 제기했다.

한편, 미국에서 현물 ETF 상장 승인을 공표한 뒤 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 불가 방침을 갑작스럽게 전달하면서 업계에서는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등은 당국 지침에 따라 이번 SEC의 상장 승인 이전 미국 외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매매를 뒤늦게 중단했다. KB증권 등은 12일부터 비트코인 선물 ETF 매수를 금지했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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