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폭락 월동무 갈아엎는 농민들…"수급 안정책 필요"

오늘(15일) 오전 10시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제주 월동무연합회 강동만(71) 회장 밭에서 농민들이 트랙터를 이용해 월동무를 갈아엎기 시작했습니다.

트랙터를 몰고 온 월동무연합회 회원들은 운전석 뒤쪽에 '제주도 월동무 우리가 지킨다!'는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트랙터 넉 대는 10여 분 만에 3천㎡가 넘는 월동무 밭을 완전히 갈아엎고 옆 밭으로 이동해 작업을 이어갔고, 3필지 8천여㎡에 심어진 월동무는 30여 분 만에 모두 폐기됐습니다.

제주월동무연합회는 월동무 가격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폭락하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바라지 않고 자율적으로 산지 폐기를 결의했습니다.

미력하나마 농가 스스로 수급 안정을 도모하려는 고육지책인 셈입니다.

제주월동무연합회가 회원 위주로 신청을 받은 결과 143농가가 181.5㏊를 감축하겠다고 신청했습니다.

지역별 농가 수와 면적을 보면 성산읍이 83 농가 111㏊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구좌읍 43 농가 55.1㏊, 표선면 11 농가 9.7㏊, 대정읍 4 농가 4.3㏊ 순입니다.

이들 농가는 오늘부터 19일 사이에 산지 폐기를 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자율 폐기하는 물량은 48억 원어치로 추산됩니다.

2023년산 제주 월동무 20㎏들이 상품 1상자의 가락 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12월 평균 경락가는 1만 3천671원이었으나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평균 경락가는 9천276원으로 10.5%나 떨어졌습니다.

오늘 가락시장 경락가는 8천872원으로 폭락했습니다.

2023년산 월동무의 농가 손익분기점은 1만 1천550원으로, 하락세가 계속되면 농가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처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도의 드론 관측 조사 결과 2023년산 월동무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5천435㏊, 36만 1천884t에 이릅니다.

전체 예상 생산량 가운데 현재까지 7만t이 출하됐고, 28만t이 남은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제주에서는 월동무를 대체할 수 있는 별다른 작물이 없어 최근 5년간 과잉 생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동만(71) 회장은 경락가가 폭락해 산지에서 갈아엎고 있는데 소비자 가격은 엄청 비싸다며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수입 관세 철폐라는 단기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강 회장은 제주산 월동무는 전 국민이 반년 이상 먹을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농산물인데도 농가는 정부로부터 계속 외면당하고 있다며, 정부는 관세 철폐가 아니라 우리 농산물을 살리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정부가 가락시장에 180억 원을 투입해 계속 할인 행사했다는데 그런 예산으로 수급 안정 대책을 세우고 농가를 직접 지원해서 생산량을 줄이도록 하면 좋겠다고 호소했습니다.

제주도가 추진 중인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 정책과 관련해서는 제도권 안에 들어오지 않는 농가들은 행정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서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며, 수급관리연합회를 통해 재배 면적을 줄이고 과잉 생산에 따른 가격 폭락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게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류희준 기자 yoohj@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