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이사들 “듣고 싶은 대로 듣는 MBC...자성 없어” 비판 성명

정정보도 판결받은 당시 MBC 뉴스 - 2022년 9월 뉴욕 순방 중 MBC 카메라에 포착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모습. ‘비속어 논란’을 낳았던 이 뉴스에 대해 법원은 MBC 자막의 ‘(미국) 국회’ 부분은 “한국 국회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고, ‘바이든은’ 부분은 “전문가 감정 결과 판독이 불가하다”고 판결했다. /MBC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들은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방문 당시 MBC의 ‘자막 논란’과 관련해 “MBC의 모습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도 싶은 대로 듣는 ‘확증편향’의 생생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김병철·지성우·차기환 이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은 특정 정파, 노조의 전유물도 아니고, 직원이나 조합원, 노동조합이 자신이나 조직의 정치적 신념,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 사건은 윤 대통령의 2022년 9월 뉴욕 순방 중 불거진 것이다. 윤 대통령이 회의장을 빠져나오며 한 말이 MBC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MBC는 명확히 판독되지 않은 윤 대통령 발언을 보도하며 ‘(미국)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았다.

이와 관련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 12부(재판장 성지호)는 지난 12일 MBC에 정정 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이라 발언했는지 여부가 기술적 분석을 통해서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MBC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이라 발언했다고 보도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진위가 불분명한 ‘바이든은’ 부분을 자막에 추가함으로써 시청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 왜곡이 생기게 했다”며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MBC는 선고 직후 “잘못된 1심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세 이사는 항소 의지를 밝힌 MBC를 향해 “음성 인식 전문가가 수 시간 노력해도 명확하게 분별할 수 없는 내용을, MBC의 음성 인식 시스템을 사용해 확인해 보지도 않고, 단정적으로 확정적으로 자막을 삽입하는 것이 과연 집단지성의 결과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사들은 또 MBC의 보도 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문제의 영상이 전파된 사실을 언급하며 “위 보도는 사실관계의 취재 보도라기보다 정파적인 선전 선동에 가까운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보도 행태에 대해 아무런 자성이 없는 MBC에 각성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