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완투 한번 없는데 $2억4000만? 그 말에 양키스 두손 들었다, 양리그 CYA 투수는 왜 욕심내나

블레이크 스넬은 역대 7번째로 양 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AP연합뉴스

평균 연봉 최고액을 받는 저스틴 벌랜더와 맥스 슈어저. 둘은 지난 여름 나란히 뉴욕 메츠를 떠났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FA 좌완 블레이크 스넬은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인 2018년에 이어 작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생애 두 번째로 사이영상을 받았다.

사이영상을 두 차례 이상 받은 투수는 스넬을 포함해 역대 22명이다. 그들 중 양 리그 사이영상은 맥스 슈어저, 로이 할러데이, 로저 클레멘스,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 게일로드 페리에 이어 스넬이 7번째다. 앞선 6명 가운데 4명이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나머지 둘 중 슈어저는 은퇴 후 헌액이 확실시되고, 클레멘스는 7번의 사이영상을 받고도 스테로이드가 섞인 커리어 때문에 10번의 도전 끝에 최종 탈락했다.

그렇다면 스넬도 훗날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는 '최소한' 입지는 마련해놨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무려' 양 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이니 최고 투수 반열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그의 가치는 '특급'과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

즉 생각보다 스넬에 대한 시장 평가는 낮다. 이번 오프시즌 들어 유력 매체들이 내놓은 스넬의 예상 계약 규모는 ESPN 6년 1억5000만달러, 디 애슬레틱 5년 1억2200만달러, 블리처리포트 5년 1억1500만달러, MLBTR 7년 2억달러다. MLBTR의 평균 연봉(AAV)이 3000만달러에 가까울 뿐 다른 매체들의 AAV는 2300만~2500만달러 수준이다.

게다가 계약기간에 대해서도 대부분 5~6년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시즌 32경기에서 180이닝을 던져 14승9패, 평균자책점 2.25, 234탈삼진을 올린 투수에 대한 시선이 이렇다.

스넬을 바라보는 시장 평가, 구체적으로 구단들의 평가는 왜 이렇게 낮은 것일까.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FA 블레이크 스넬이 2억4000만달러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P연합뉴스

2016년 탬파베이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스넬은 작년까지 8년을 던지면서 규정이닝을 채운 시즌이 두 번뿐이다. 바로 사이영상을 받은 시즌인 2018년과 2023년이다. 그만큼 내구성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부상자 명단에 통산 7번 등재됐고, 아직 완투한 경기가 없다는 게 놀랍다.

그리고 그는 제구력이 썩 좋은 투수는 아니다. 통산 9이닝 평균 볼넷이 4.1개로 에이스 치고는 많고, 볼넷 비율도 11.0%에 이른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99볼넷을 허용해 이 부문 전체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양 리그 평균자책점 1위 투수가 최다 볼넷을 내준 것은 스넬이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이다.

그러는 사이 스넬의 나이는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하고 있다. 지난달 만 31세를 넘어섰다. 계약기간 5년을 적용하면 36세를 맞는다.

그런데 스넬의 요구액이 2억4000만달러 이상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USA투데이 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15일(한국시각) '사이영상에 빛나는 스넬이 최소 2억4000만달러짜리 계약을 요구하며 응답해 줄 구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뉴욕 양키스가 그보다 1억달러가 적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곧바로 거절당하자 마커스 스트로먼으로 시선을 돌려 2년 3700만달러에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양키스는 그동안 스넬의 가장 유력한 행선지로 지목돼 왔다. 실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협상을 진행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양키스는 1억4000만달러 수준을 제안했다는 것이 나이팅게일 기자의 전언이다. 스넬과는 엄청난 입장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스넬이 원하는 계약기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올해가 32세 시즌인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8년 계약을 원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AAV는 3000만달러다. '특급'이 아닌 투수에게 AAV를 3000만달러에 맞춰줄 수는 없다. 협상이 더 길어질 수 있다. 스넬의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라는 점도 협상 장기화에 한 몫한다고 봐야 한다.

블레이크 스넬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AP연합뉴스

나이팅게일 기자는 '몇몇 팀들이 스넬의 가격이 떨어지는지 눈치를 보고 있는 가운데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조용히 스넬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토의 경우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쟁탈전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한 자금이 있기 때문에 스넬에 거액을 투자할 능력은 되지만, 역시 총액 2억달러 이상에 대해선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스넬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과 계약하는 것이 설득력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왜냐하면 스넬이 NL 서부지구 팀들에 강했기 때문이다. 통산 성적을 보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5승1패-평균자책점 1.11,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5승1패-1.61, 샌디에이고전 1승-1.80, LA 다저스전 2승2패-2.59, 콜로라도 로키스전 3승2패-3.60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