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한소희 "독립군 비하? 실제 그 시대 사셨던 분께 무례한 표현" [인터뷰M]
'경성크리처'에서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소문난 토두꾼 윤채옥을 연기한 한소희를 만났다. 만주에서 경성까지 실종된 어머니를 찾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10년간 단서를 찾아다니던 중 경성 제1의 정보통인 태상과 맞닥뜨리고 서로가 찾는 것을 알아봐 주기로 한 윤채옥은 날렵한 움직임과 남자 못지않는 싸움 실력,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다.
MZ세대가 좋아하는 배우 한소희는 인터뷰 내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내숭이나 예쁜 척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한소희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조잘조잘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우선 작품에서 보인 독립군의 모습이 너무 정의롭지 않는 것 아니냐는 혹평에 대해 그는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던 사람은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라고 단언하며 "어림짐작으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을 투영해서 보는데 그 선택이 잘됐다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는 일. 그 시절을 참고 견디고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무례할 수 있는 발언이라 생각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하 중 하나가 태상이 했던 말 '이 시절을 겪지 않았으면 그러지 않았어도 될 것'이라는 대사와 나월댁이 했던 '이건 인간이 당할 짓이 못 된다. 들어가는 순간 이름을 대고 나오라'는 말이다. 수많은 독립군이 역경과 고난을 거치며 나라를 지켜준 덕에 살고 있는데 그 시절을 겪은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비난하겠나"라며 열변을 토했다.
이 작품을 촬영하면서 배우들끼리 '진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많이 이야기했다는 한소희는 "고문신을 눈으로 보는데 정말 보면서도 너무 힘들더라. '너를 위해 누군가가 죽는 게 좋겠냐, 그들을 위해 네가 죽는 게 좋겠냐?' 했을 때 저는 그들을 위해 제가 죽는 게 좋겠더라. 누군가 나를 위해 죽었다고 했을 때 살아 있는 게 지옥일 것 같아서 아예 내가 뛰어들어 죽고 말지 싶더라. 그래서 내가 독립운동을 했을 것 같다."며 만약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자신도 독립운동을 했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어느 정도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섞인 작품에 출연한 한소희는 "마음으로 알고 있는 것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더라. 아이들을 구하는 장면에 나온 공간은 너무 끔찍했다. 촬영을 하면서 아무리 가짜이고 소품이라도 아이들이 이걸 봐도 될까 걱정이 되더라. 내가 봐도 끔찍한데 아이들이 이런 걸 봐도 되나 싶었다."라며 일제의 인체 실험이 있었음을 배웠으나 실제 현장에 세팅된 걸 보는 건 더 충격적이었다며 현장에서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이와 반대로 옹성병원에서 조선인들을 구출한 뒤 본정거리에서 꾕가리를 치고 하회탈을 쓰며 축제를 벌이는 장면을 촬영할 당시에는 가슴이 벅차올랐다고도 했다. "그 시대를 살지도 않았고 그냥 말로만 들었던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말로 설명 못할 감정이 들더라. 같이 현장에 있던 다른 배우들의 표정에서도 비슷한 감정임을 읽을 수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실제같이 잘 만들어진 상황이 있었기에 더 극 중 상황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한소희가 '경성 크리처'에서 선보인 액션 연기와 감정 연기 등 꽤 난도가 있는 연기였다. 그는 "크로마키 촬영이 처음이어서 어려움도 있었고 도움도 있었다. 세이싱을 만나는 장면은 늘 스턴트맨 선생님들이 초록 쫄쫄이를 입고 시선을 맞춰 줬는데 눈만 마주치면 웃음 참기를 해야 했다. 이런 장면은 너무 어려웠다. 반면 상상으로 연기해야 하는 장면들은 상상을 최대치로 해서 감정을 그만큼 끌어올릴 수 있어서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했다."며 연기하며 기억에 남는 장면을 이야기했다.
괴물이 된 어머니를 마주하고 눈물을 흘리던 장면에 대해 그는 "그 장면에서 대사는 '어머니 맞아? 진짜 우리 어머니 맞아?'였는데 그 대사만으로는 못 울겠더라. 처음으로 어머니를 마주쳤는데 너무 많이 다쳐있는 모습에 '어떻게, 누가 엄마를 이렇게 만들었어'라는 말을 해버렸고 그러고 나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 그런 게 상상력을 통해 나온 대사라 오히려 좋았다."라며 자신이 현장에서 대사를 만들어 장면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던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거친 액션도 선보였던 한소희는 "전작 '마이네임'에서 기본 연습을 많이 했던 게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악으로 깡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이미 단련된 캐릭터였기에 현장에 한 시간 일찍 모여 합을 연습하거나 무술감독님이 미리 보내준 영상을 외우며 준비했다."며 액션도 연기의 연장이라고 이야기했다.
'경성크리처'를 촬영하던 중 눈 주변에 부상을 입었던 한소희는 "그건 누구도 예측 못할 사고였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고 어쩔 수 없는 사고. 이제는 괜찮다"며 왼쪽 눈 아래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글로벌 팬의 반응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보통의 로맨스는 난관이 닥치면 사랑으로 헤쳐나가려는데 태상은 채옥이 가는 길을 막지 않는다. 서로 죽지 말라며 보내주는 게 더 로맨틱하고 큰 사랑으로 다가왔다는 말을 팬들이 해줬다. 로맨스라 해서 포옹하고 키스를 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인생을 놓아주는 게 더 로맨틱했다는 반응이 인상적이었다."라고 기억을 회상했다.
시즌2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달라는 말에 한소희는 "과연 채옥이는 빌런일까? 착한 인물일까? 호재는 누구인가? 마에다가 나오느냐 아니냐? 이런 것들이 시즌2의 관전 포인트"라고 밝히며 "시즌2가 훨씬 재미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로 시즌1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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