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성공 주장…요격체계 무력화 우려

“IRBM 고체연료 추진체에 극초음속 전투부 탑재”
극초음속으로 저고도 활강하며 비행 경로 자유자재
사실이라면 패트리엇·사드 등 대응 쉽지 않을 듯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고체연료 추진체를 이용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전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한국과 미국의 요격체계를 무력화할 위력을 가지는 만큼 군 당국은 북한의 기술적 진전을 파악·분석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 공식매체 노동신문은 15일 “14일 오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싸일총국은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싸일 시험발사를 진행하였다”며 “시험발사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시험발사는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의 활공 및 기동비행특성과 새로 개발된 다계단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들의 믿음성을 확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였다”고 했다.

북한은 이번 시험 발사가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미사일이 활강 단계에서의 속도와 변칙 기동 여부 등이 확인되지 않은 이상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발사 후 추진체에서 분리된 미사일 탄두부의 비행 속도가 마하 5(시속 6120㎞)를 넘으면 극초음속 미사일로 분류된다.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의 정점 고도와 비행 속도 등 구체적인 수치는 하나도 공개하지 않았다. 군 당국은 비행 거리가 약 1000㎞라고 밝혔을 뿐이며 일본 방위성은 최고 고도 50㎞ 이상, 비행 거리 500㎞ 이상으로 추정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을 극초음속 미사일로 평가하느냐는 질의에 “수집된 데이터를 가지고 종합 분석을 하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전쟁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저고도에서 활강 비행을 하며 비행 방향과 경로를 쉽게 바꿀 수 있어 추적과 요격이 매우 까다롭다. 한국군이 보유한 패트리엇(PAC)-3,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도 따라잡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북핵·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개념인 한국형 3축 체계의 ‘킬체인’ 전력이 제 힘을 발휘하기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2024년 1월 14일에 발사된 고체연료 추진 극초음속 미사일, 2022년 1월과 2021년 9월의 액체연료 추진 극초음속 시험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이 정확히 어느 단계에 왔는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제원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1년 1월 “가까운 기간 내에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를 개발 도입할 데 대한 과업”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이래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21년 9월28일 발사한 화성-8형은 최대 속도가 마하 3에 그쳤다. 이듬해 1월5일과 11일에 발사한 미사일은 속도가 최대 마하 10 안팎까지 올랐으나 군 당국은 이 속도가 하강 및 활강 단계에서까지 유지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에는 고체연료 추진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사용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극초음속 미사일에 고체연료 추진체를 활용하면 미사일 발사 준비 단계에서도 탐지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습공격이 용이해져 더욱 위력적이다. 북한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고체연료 추진체를 활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11월에는 IRBM에도 고체연료 추진체를 장착해 시험 발사했다가 실패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번에 최고 고도가 50㎞를 넘지 않는 저각 발사를 해서 장거리 레이더 탐지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이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과 IRBM도 모두 극초음속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은 고체추진체 기반의 부스터를 사용하는 극초음속 미사일과 IRBM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장거리급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회피해 괌을 타격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IRBM의 사거리는 3000~5500㎞ 수준으로 괌 미군 기지를 사정권에 넣는다.

정부는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도 높게 규탄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 정권의 도발이 자신들의 체제를 지켜줄 것이라는 헛된 꿈에서 하루속히 깨어나 진정으로 북한 주민들을 위하고 한반도의 미래를 향한 올바른 길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정부는 우리와 국제사회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저버리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그리고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