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LG전자, 전기차 충전사업 거점 텍사스 찜한 이유

백유진 2024. 1. 1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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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첫 생산 공장 구축…본격 공략
인프라 갖춰 시장 진입 가장 신속해
/그래픽=비즈워치

LG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미국 충전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냅니다. LG전자는 지난해 LG전자가 자회사인 하이비차저(HiEV Charger)를 통해 국내에서 전기차 충전기 생산을 본격 시작한 바 있는데요. 이번 텍사스 공장은 해외 첫 생산 공장입니다.

미국 전기차 시장 노린다

LG전자 텍사스 공장은 연면적 약 5500제곱미터(㎡) 규모로 연간 약 1만대 이상의 충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요. LG전자가 텍사스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 거점을 마련한 이유는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섭니다. 현지에 공장을 마련하면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죠. 

미국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최대 수요처 중 하나인데요. 지난해 미국 정부는 2032년까지 생산되는 신차 중 전기차의 비중을 67%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 보급 비율은 높지 않은 편입니다. 지난 5월 미국 에너지부(DOE) 발표에 따르면 미국 내 공공 전기차 충전소는 약 14만개인데요. 현재 미국 내 판매된 전기차와 비교하면 충전기 보급 비율은 18:1 수준이죠.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 수준인 10: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지난 2021년 '국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특별법(NEVI)'을 제정하고,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총 50만개 구축을 목표로 하는 등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죠.

또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전략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도 이점입니다. 현재 미국은 IRA를 통해 전기차 충전기 보급 확대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다만 기업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 내 제조 비율을 충족해야 합니다. 내년 7월부터 비용 기준 충전기 부품의 55% 이상을 미국산으로 사용해야 하고, 충전기의 최종 조립을 미국에서 해야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죠.

현지시각 12일 LG전자 텍사스 전기차 충전기 생산공장을 찾은 매티 파커 포트워스시장(왼쪽)가 장익환 BS사업본부장(부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LG전자 제공

미국 중에서 텍사스 지역을 선택한 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텍사스는 자동차, 금융 등 다양한 산업이 발달해 물류와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LG전자가 텍사스를 택한 데에는 예전 모바일 사업의 텍사스 공장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는데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익환 BS사업본부장(부사장)은 텍사스 지역을 부지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가장 빨리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텍사스 공장은 과거 모바일 사업 당시 서비스 공장이어서 이미 모든 인프라가 돼 있었다"며 "보통 공장 건축부터 시작하면 최소한 3년을 잡아야 하는데 작년부터 준비해 작년 말에 가동했다"고 설명했죠.

완성도 높여 차별화 꾀해

LG전자 텍사스 공장에서는 북미 시장에 판매될 11kW 완속 충전기를 먼저 생산하게 됩니다. 11kW 완속충전기는 벽에 부착하거나 세우는 등 자유로운 공간 활용이 가능한 게 특징이고요. 전력 상황에 따라 출력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부하관리 솔루션도 탑재됐다고 합니다. 

이어 올 상반기 중 대표적인 전기차 충전 방식인 CCS1과 NACS을 동시에 지원하는 175kW 급속충전기 생산을 시작하고, 연내 350kW 초급속 충전기 등을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특히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기의 고장률을 낮추는 것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현재 전기차 충전기는 인프라가 부족하고 고장이 잦아 사용자들의 불만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LG전자가 타사 대비 론칭에 시간이 걸린 것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장 부사장은 "조사해 보니 충전 서비스를 하는 고객 입장에서 고장률이 높은 게 가장 큰 페인 포인트(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였다"며 "이에 재작년 말부터 품질 개발 인원이 다시 붙어 개발을 다시 했고, 글로벌 사업을 하고 있지만 서비스 A/S(사후 서비스)망이 잘 구축돼 있는 점이 다른 업체와는 차별화 포인트"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그는 "최근 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이유 중 하나도 충전 인프라"라며 "북미와 유럽 시장에 충전기가 빠르게 깔리면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는 부분이 원래대로 복귀할 것"이라고 부연했죠.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익환 부사장(왼쪽)과 서흥규 EV충전사업담당(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LG전자의 장기 목표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빠른 시일 내에 '조' 단위 사업으로 만드는 것인데요. 지난해 조주완 CEO(최고경영자)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조 단위 사업으로 빠르게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연내 아시아, 유럽 등 글로벌 시장으로도 전기차 충전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서흥규 LG전자 EV충전사업담당은 "장기 목표는 7년 내에 조 단위 사업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제품 라인업을 구축해 지역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독일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186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인데요. LG전자가 움트기 시작한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 수위를 선점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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