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OCI ‘이종 통합’ 뒤엔 경영권 분쟁?
한미약품그룹이 소재·에너지 전문 OCI그룹과 이례적인 ‘이종 간 통합’을 결정한 가운데 오너가 일원이 반기를 들고 나서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통합은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이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은 지난 12일 지분을 맞교환해 통합 지주사를 만들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OCI그룹 지주사 OCI홀딩스는 7703억원을 들여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3%(구주 및 현물출자 18.6%·신주발행 8.4%)를 취득키로 했다. 임주현 전략기획실장(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 임 실장은 고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선대회장과 송영숙 회장의 장녀다.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에 오르고, OCI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는 임 실장이 된다. 현재 이우현 OCI 회장의 OCI홀딩스 개인 지분율은 6.6%에 그치지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28.7%에 달해 견제가 가능하다.
향후 OCI홀딩스는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별로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를 2명씩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꾸린다. 이우현 회장과 임 실장이 그룹별 대표를 맡아 각각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제약·바이오 사업을 이끈다.
양사 통합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OCI로선 제약·바이오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앞서 OCI는 2018년 제약·바이오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2022년 부광약품을 인수했다. 한미약품에겐 2020년 8월 임성기 선대 회장 별세 이후 최대 고민거리였던 상속세 납부 문제를 해결하고 신약 개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기회다. OCI 내부에서도 극비리에 진행될 만큼 이 회장이 전격 통합을 결단했고, 한미약품에선 송 회장과 임 실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수가 불거졌다.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코리그룹 회장)이 어머니와 여동생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임 사장은 통합이 발표된 이튿날인 13일 개인 회사인 코리그룹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떤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임 사장은 통합을 막기 위한 법적 대응까지 시사한 상태다.
한미약품그룹 유력 후계자였던 임 사장은 2대 회장 체제가 시작된 이후인 2022년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사내이사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당시 “후계 구도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임종윤 사장이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인 차남 임종훈 사장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지를 등에 업어야 한다. 임종윤 사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마찬가지로 통합 과정에서 배제된 임종훈 사장도 함께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임성기 선대회장의 고교 후배인 신 회장의 입장이 중요 변수다. 만약 신 회장이 두 아들과 손을 잡는다면 OCI와의 통합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미약품그룹 측은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임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 사장은 이번 OCI와의 통합 작업에는 결정권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임 사장과 만나 통합 취지와 방향성을 설명해 차질 없이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날 증권가는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대해 “양사 간 필요에 부합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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