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즙 색으로 변한 강…‘판도라의 메탄 상자’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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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북단 알래스카의 강들이 '주황색'으로 물들고 있다.
110㎞ 길이의 새먼강 3분의 1에 기후변화로 인해 녹은 영구동토의 산화된 철광물이 흘러들어 '녹슨 강'이 된 것이다.
연구진들은 기온 상승으로 해빙한 영구동토 내 광물에서 나오는 산 성분이 수천년 만에 처음으로 물에 노출된 암반에서 철분을 녹였거나, 해빙한 토양의 습지에서 박테리아가 철분을 끌어오면서 강물을 주황색으로 변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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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영구동토층 녹아 산화철 유입
미국 최북단 알래스카의 강들이 ‘주황색’으로 물들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1년 내내 얼어있던 영구동토층이 녹으며 산화한 철광물이 흘러들고 있는 탓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대중 과학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새해 첫 호에서 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미국에서 가장 넓은 보호 야생지대에 속한 알래스카의 코북밸리국립공원 내 새먼강을 알래스카 앵커리지대학 생태학자들과 6일간 탐사한 과정을 담아 올해 1월1일치 기사로 보도했다.
새먼강이 위치한 코북밸리국립공원은 자연환경이 척박한 알래스카주 내에서도 ‘최후의 개척지’로 알려진 곳이다. 미국에서도 가장 외딴 북극과의 경계지역에 위치해 있다. 새먼강은 알래스카주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코북강에 합류해 북극해와 태평양으로 흘러가는데, ‘탁월한 투명도의 물’, ‘연어가 많이 서식’하는 경치 좋은 강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앵커리지대학 생태학자 등이 찾은 새먼강 바닥은 “당근 주스에 얼룩진 것 같은 주황색”을 띄고 있었다. 또 “또 수면은 휘발유 같은 무지개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110㎞ 길이의 새먼강 3분의 1에 기후변화로 인해 녹은 영구동토의 산화된 철광물이 흘러들어 ‘녹슨 강’이 된 것이다. 앵커리지대 연구진이 측정한 강물의 용존 산소는 극도로 낮았고, 용존 금속이나 미네랄을 나타내는 지표인 전기 전도도는 산업 폐수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최근 5~10년 사이 이 일대 강과 하천 최소 75곳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러시아나 캐나다 영구동토층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들은 이렇게 된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기온이 오르면서 1년 내내 얼어붙었던 공원 내 영구동토층의 40%가 녹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코북밸리국립공원은 2006년 이후 기온이 2.4도가 상승했고, 2100년까지 10.2도가량 기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구진들은 기온 상승으로 해빙한 영구동토 내 광물에서 나오는 산 성분이 수천년 만에 처음으로 물에 노출된 암반에서 철분을 녹였거나, 해빙한 토양의 습지에서 박테리아가 철분을 끌어오면서 강물을 주황색으로 변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판도라의 아이스박스’로 불리는 영구동토층의 해빙은 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해온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얼어붙은 영구동토층엔 현 지구 대기보다 2배나 많은 탄소가 동식물의 사체로 저장돼 있는데, 이 물질들이 대기로 노출되면 미생물 분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배출돼 기후변화를 앞당기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86배나 강한 ‘기후변화의 뇌관’으로 불린다. 2016년 러시아에선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저균에 감염된 동물 사체가 노출돼 12살 소년이 사망하고 순록 2300여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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