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號 여전히 냉탕 속…반도체 훈풍 절실하다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2024. 1. 1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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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가득했던 작년
경제성장률 1%대 굴욕
소비침체·가계 대출에
올해도 가시밭길 예고
정부지출發 성장 한계
반도체 반등폭이 관건
일각선 "조기 금리인하"
매경DB

2023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아직은 잠정 추정치에 불과하지만 기관들은 대체로 1.3~1.4%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 수립 이후 2023년보다 낮은 수준의 성장률을 보인 것은 역대 5번뿐이다.

미국의 원조가 감소한 탓에 성장률이 0.6%에 머물렀던 1956년, 2차 오일쇼크에 큰 타격을 받으며 -1.6% 성장률을 기록한 1980년, IMF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5.1%로 최악의 고통을 겪었던 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대침체에 빠지며 0.8%밖에 성장하지 못했던 2009년,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마비되면서 0.7% 역성장을 했던 2020년이 전부다. 반도체 분야에서 침체의 골이 깊었던 한 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한 해 40조~50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이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당장 6조원대로 주저앉았다. 2021년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던 SK하이닉스는 아예 8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공시할 예정이다.

2024년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해보자. 우선 소비는 거의 여력이 없어 보인다. 문제의 원인은 가계부채다. 2000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금액이 우리나라 가계 소비지출을 짓누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26조5000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33조8000억원)보다 7조3000억원 감소했고, 전 분기(28조6000억원)에 비해서도 2조1000억원 줄었다. 순자금운용이란 예금이나 주식, 채권, 보험 등 운용 자금에서 금융기관 대출금 등을 뺀 금액으로, 경제주체의 여유자금을 의미한다. 월급을 받아도 대출원리금 등을 갚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는 이야기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88.2%에서 2020년 197.8%로 올라섰고, 2021년 209.8%로 정점을 기록했다. 2022년 203.7%로 부채비율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2023년에도 주택담보대출(51조6000억원) 등 가계대출은 37조원 순증했다.

투자 쪽도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기업들은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국내에 투자하지 않는다. 미국의 리쇼어링 전략에 따라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기 바쁘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건설 투자도 역할을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보수 정부를 표방하는 정부는 건전재정을 외치고 있다. 정부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방어를 기대할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기댈 곳은 수출뿐이다. 올해 반도체 경기가 충분히 살아난다면 작년에 수출이 좋지 않았다는 기저효과가 더해져 조금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경제 관련 기관들의 예측도 대체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1.8~2.2%로 예측하고 있고, 대부분은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야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한국의 수출이 작년 -8%대를 기록한 뒤 올해는 다시 작년 대비 4% 남짓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극단적으로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처방도 나온다. 이미 임계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상황에도 금리를 낮춰 가계의 소비 여력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래에셋증권은 "일자리 상황이 악화되고 가처분소득이 위축되는 가운데 금리 인하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60세 미만 취업자 수는 2023년에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고, 이자 지출 등 비소비성 지출이 높은 증가율을 유지하면서 가처분소득은 더 빠르게 위축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신호가 명확해져야 하는데, 시장의 기대와 달리 당장 3월에 금리를 낮출 것 같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말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형성됐던 측면이 있는데 서서히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시장 기대와 연준 스탠스 간 괴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시장으로 한정하면 미시적으로 공매도 재개 시점이라는 또 다른 변수도 있다. 작년 11월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이후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을 완료한 뒤 공매도를 재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탓에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공매도가 재개되면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을 위주로 부담스러운 수급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의 단기 등락을 예견할 하나의 수단으로 미국 하이일드 스프레드를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강세를 보인다고 할 때는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투자심리가 팽배해지고, 미국 외 지역에 대한 투자도 많아지면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 또한 많아진다"고 말했다. 또 강 연구원은 "반대로 미국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약세를 보이는 때는 투자심리가 냉각되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국 밖으로 나갔던 돈을 거둬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강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하이일드 스프레드와 코스피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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