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지원센터 폐쇄’ 거꾸로 가는 노동자지원정책[현장에서]
“한국 생활 적응하기 힘들어요~”
매년 외국인노동자 수는 늘고 있지만 정부의 노동자지원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올해부터 고용노동부가 전국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면서 노동자들의 발길은 끊기고 센터 직원들은 실직했다. 고용노동부가 대안으로 추진하는 ‘외국인노동자 지역정착 지원사업’은 한시적인데다 지원 규모가 턱없이 모자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창원 마산합포구 청사 앞 ‘창원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입구에는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1층 센터 입구에는 신문과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이곳에서 한국어 교육, 생활·법률·직업 관련 정보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아 왔다. 창원 센터는 2008년부터 15년간 외국인노동자의 지역정착을 도왔다.
베트남에서 온 노동자 수안딩(35)은 “한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구직 정보와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7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어 교육 등으로 도움이 많이 됐는데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가 문을 닫았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또다른 노동자 리안(23·인도네시아)도 “입국한 지 몇 개월밖에 안 됐는데 말이 안 통하고 의지할 때가 없어서 일자리 구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에는 창원·김해·양산 등 3곳에 거점센터가 있었다. 전국에는 이를 포함한 거점 9곳과 소지역 35곳 등 총 44곳의 지원센터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비영리단체·법인이 운영하는 전국 센터에 71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외국인노동자 지원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올해부터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 지난해 11월 통보를 받은 거점 9개 센터(전국 127명 근무)는 지난 1일부터 폐쇄됐다. 나머지 전국 소지역 센터는 외국인노동자지원 업무를 중단하면서 존폐위기에 놓였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노동자들의 지역정착을 돕는 여러 대안을 찾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외국인노동자 고용허가·연장·구직과 관련한 법적 지원은 하고 있지만, 한국어교육 등 한국 정착을 돕는 업무는 하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알음알음 알게된 지역 이주민센터 등에서 한국 적응 교육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자 조선소 외국인 노동자가 늘고 있는 경남 거제에서는 한 비영리단체가 나서서 베트남인을 상대로 한국어 교육을 시작했다.
거제외국인노동자비전센터는 지난 5일부터 한 선박구성부품 제조업체의 요청으로 베트남 노동자 12명을 대상으로 1주일에 두 차례 한국어 출장 강의를 하고 있다. 비전센터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는 증가하는데 정부가 기존 예산마저 없애 지원단체와 노동자들이 혼란스러워 한다”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자원봉사자 등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 비전문 취업비자(E-9)를 받아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노동자 수는 올해 16만 5000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2022년 6만 9000명, 2023년 12만명보다 많다.
외국인노동자 지원사업 대안으로 고용노동부는 올해 18억원을 들여 9개 시·도를 대상으로 매칭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누리집에 지난 9일 공고한 ‘외국인근로자 지역정착 지원사업’은 1년 단위 약정, 최대 3년간 한시적 사업이다. 이 사업은 2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 드는 총 사업비 36억원(국비·시도비 50%씩) 중 절반인 18억원은 참여를 원하는 9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 예산이 없는 지자체는 참여가 어렵다. 게다가 고용노동부가 투입할 예산 18억원은 지난해 전국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에 지원한 예산 71억의 25% 수준이다.
진종상 전 창원외국인지원센터장은 “현재 고용노동부 소속 인력으로는 외국인노동자 지원 관련 업무를 맡기 어려울 것”이라며 “최장 20년간 운영된 외국인지원센터들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민간 중심에서 공공 중심의 체류지원 개편을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산업인력관리공단을 통해 한국어 교육 등의 지원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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