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창의와 혁신] 〈3〉실패, 실수와 오류에 숨은 창의를 찾다

2024. 1. 1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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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

실패, 실수와 오류는 나쁜 것인가. 업존(후에 화이자에 합병)은 1950년대 유기화합물 미녹시딜을 이용해 위궤양 치료제를 연구했다. 위궤양에 효과가 없었고 혈압을 낮추는 현상만 관측됐다. 중단하지 않고 연구를 거듭해 고혈압 치료제를 만들었다. 이후 미녹시딜을 처방한 고혈압 환자 중에서 털이 자라는 부작용이 생겼다. 후속 연구 끝에 탈모치료제를 만들었다. 위궤양 치료제 연구에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고혈압, 탈모치료제를 만들었다.

〈그림작가 이소연 作〉

3M의 스펜서 실버는 1960년대 초강력 접착제를 만드는 연구를 했지만 실패했다. 접착력이 약한 것만 나왔다. 1970년대 그의 동료 아트 프라이는 찬송가책에서 부를 노래가 있는 곳에 종이를 끼워 두었는데 책을 펼칠 때마다 바닥에 떨어져 낭패를 보곤 했다. 그 순간 스펜서 실버의 접착제 연구가 생각났다. 붙였다 떼었다 하는 포스트잇의 발명이다. 3M의 팻시 오코넬 셔먼, 사무엘 스미스는 1950년대 항공기에 쓸 화학물질을 연구하던 중에 실수로 컵을 떨어트렸다. 컵에 있던 용액이 신발 위에 떨어졌는데 쉽게 제거되지 않았다. 추가 연구를 통해 의류, 신발에 방수, 얼룩방지 기능을 추가할 수 있었다. 스카치가드의 발명이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1920년대 용기에 세균을 배양한 뒤 실수로 뚜껑을 닫지 않은 채 휴가를 떠났다. 돌아와 보니 용기가 푸른곰팡이로 가득했다. 세균을 잡는 페니실린의 시작이다.

루이 다게르는 1830년대 어느 날 풍경에 노출된 동판을 여러 화학약품과 함께 보관했다. 깜빡 잊었다가 몇 주 뒤에 열어보니 동판에 선명한 영상이 맺혀 있었다. 함께 보관했던 화학약품을 하나씩 제거하며 실험한 결과 수은에서 나온 증기가 영상을 선명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진의 발명이다.

많은 사람이 챗GPT 등 인공지능(AI)을 쓰고 있다. 누군가 챗GPT에게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의 맥북 프로(PC) 던짐 사건'에 대해 알려달라고 조롱했다. 챗GPT는 뭐라고 답했을까.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일화로 15세기 세종대왕이 새로 개발한 훈민정음 초고를 작성하던 중에 문서작성 중단에 대해 담당자에게 화를 내며 맥북 프로(PC)와 함께 그를 방으로 던진 사건'이라고 했다. AI는 질문을 하면 주어진 범위 안에서 가장 관련성 높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다. 통계, 확률적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데이터를 조합해 답변을 만든다. 여기서 오류가 생긴다. AI는 엉뚱한 질문을 곧이곧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여 최선을 다한 끝에 황당한 답변을 내놓는다. 현재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오류를 줄여가고 있다. 그런데 오류는 항상 나쁜 것일까. 챗GPT 등 AI는 항상 우리가 알고 있는 정답만을 내놓아야 할까. 챗GPT의 답변에서 새로운 창작의 단서를 발견하면 어떨까. 세종대왕이 환생해 세상의 모든 문자를 대체할 '한글2'를 만든다고 하자. 그 과정에서 빈둥대는 공직자에게 개인용 컴퓨터를 집어던졌다. 재미있지 않은가. 영화나 드라마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일부러 실패, 실수하고 억지로 오류를 만들 것까진 없다. 실패, 실수와 오류가 두려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눈앞의 성과와 평가를 위해 실패, 실수와 오류를 감추는 것도 문제다. 오히려 실패, 실수와 오류를 드러내고 의미와 가치를 찾는 습관을 기르자. 공동체와 기업의 제도와 문화로 뒷받침해야 한다. AI도 마찬가지다. 황당한 결과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누구나 공감하는 답을 얻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AI를 만들었다면 그 얼마나 낭비인가. 실패, 실수와 오류에 현재를 미래로 단박에 끌어올리는 창의가 숨어있다.

현재의 추세는 어떤가. 실패, 실수와 오류를 줄이려고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는 업무매뉴얼을 만들고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실패, 실수를 하고 오류를 만든 임직원을 징계한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해왔던 일들이 임직원의 창의를 옥죄는 것은 아닌지 다시 볼 일이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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