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바이오 선도국으로 도약을 위한 국제협력의 필요성
세계 바이오 시장규모는 2021년 기준 약 2조달러에 이른다.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시장규모를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하다. 타 산업에 대한 바이오 기술 적용 확대로 인한 경제효과는 최대 4조달러에 달한다. 바이오는 이렇게 산업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건강과 지속가능한 산업으로의 재편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필수 전략기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술 수준은 미국의 77.9%다. 유럽연합(EU),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5위권이다. 다가오는 바이오경제 시대에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 대한 지속 지원을 통해 선도를 유지하고, 뒤처진 분야는 세계 최고 연구자들과 협력을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
그동안 바이오 분야 국제협력은 주로 연구자 개인의 네트워크에 의존해 진행됐다. 산발적이고, 적은 예산에 협력 규모도 작았다. 단기간 협력 후 종료되곤 했다. 우리나라가 바이오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선도국과의 국제협력 연구개발(R&D)을 전략적으로, 연구자들이 얻는 성과가 최대화되는 방식으로 적극 지원해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열세는 아니다. 따라서 국제협력도 세부 기술의 우리 현 수준에 따라서 우리나라 주도형, 상대국 주도형, 동등한 참여 등 다른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내 우수한 신진, 중견, 선도연구자들이 최고의 외국 연구자들과 협력하고 그 과정에서 습득한 지식과 기술 등을 국내에 들여와 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바이오에서 가장 떠오르는 분야는 '합성생물학'이다. 필자가 평생 연구해 온 대사공학과도 긴밀히 연계된 합성생물학은 생명과학에 공학적인 기술개념을 도입해 DNA, 단백질, 미생물세포공장 등 생명시스템을 설계·제작하는 기술이다. 고위험, 고난이도의 분야 특성상 글로벌 역량 결집을 통한 대규모, 장기간 연구가 필요하다. 일례로, 최근 효모의 염색체 16개를 모두 인공합성에 성공한 '국제 합성 효모 유전체 프로젝트 컨소시엄'은 영국,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200여명 연구자로 구성돼 2007년부터 현재까지 17년간 지속적인 국제공조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합성생물학의 핵심 인프라인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에도 국제협력이 중요하다. 현재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인 국가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에 있어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선진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구축·운영 경험 및 노하우를 공유받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전략적 국제협력을 도모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해에는 부산, 올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미 합성생물학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지난해 4월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미국 애자일 바이오파운드리와, 11월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영국 런던 바이오파운드리, 임페리얼칼리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협력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그저 서명하는 행사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관련 국제공동연구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업을 신설해 첨단바이오 분야에서 전략적인 국제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미간 세계 최초·최고 공동연구를 지원하고, 미국·유럽·아시아 등 선도연구기관에 공동연구 플랫폼을 신설하는 한편, 다양한 선도연구기관에 국내 연구자를 보내 선진 기술과 연구 방법을 배우고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이를 추진함에 있어 위에 언급하였듯이 신진, 중견, 선도과학자 특성과 세부분야별 협력 형태 등이 연구자 중심으로 잘 기획 추진돼야 한다. 정부에서 큰 의지를 보이는 만큼, 이를 발판 삼아 우리 연구자들이 세계 최고 연구진들과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협력하며, 우리나라가 바이오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특훈교수·연구부총장 leesy@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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