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 〈30〉AI 시대의 '몸': 섹스어필은 유효한 전략인가 (上)

2024. 1. 1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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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소셜미디어 환경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래피카(Graphika)는 지난해 12월 자체 보고서를 통해 기존 사진을 누드로 합성하는 34개 인공지능(AI) 서비스에 2400만명이 넘는 접속자 수가 확인됐으며, 이는 X와 레딧(Reddit)을 포함한 소셜미디어에서 옷 벗기 앱을 광고하는 링크 수가 2400% 이상 증가한 결과라 밝혔다. 특정인의 동의 없는 음란물은 오랫동안 인터넷의 재앙이었지만, 이제 AI 기술의 발전으로 딥페이크 소프트웨어(SW)가 더 쉽게 정교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섹슈얼리티는 전통적으로 매우 사적이며 상대적인 주제였다. 하지만 현재는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는 웹과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개인의 취향에 맞는 성적 자극을 찾을 수 있으며, 그 흐름은 자기중심적 한계를 넘어 보이지 않는 타인의 삶을 끌어들일 수도 있는 다소 파괴적인 형태로 전향되어 버렸다.

1968년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의 베트남 전쟁 참전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8명의 청년들이 시작한 시위는 프랑스 전역의 대학생 시위와 1000만 노동자 파업으로 확산돼 전례 없던 반체제, 반문화 운동이 됐고, 68혁명은 당시 성자유주의자에게 그동안 이상성욕이라 여겨지던 성적 행위와 질병이나 죄악으로 여겨졌던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이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이어진 1970년대의 성 혁명으로, 서구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사랑에 대한 종교적, 사회 관습적 규제가 대폭 완화됐고, 특히 여성의 경우 관계가 훨씬 더 선택적, 거래적이 되면서 갑자기 '성적 매력'이 최고의 상품이 되었다.

이전에는 순결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가치였기에 고의적으로 유혹하는 건 금기시되었으나 1970년대부터 순결은 관계를 맺기 위해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되어버렸다. 다시 말해 여성에게 있어 올바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인생의 성공 가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기에 로맨스와 유혹은 신체를 활용한 최고의 가치 추구와 닿아 있었다. 하지만 이후 미디어와 광고 업계가 곧 섹스어필의 변화된 가치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자동차부터 패션, 주류,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업계에서 구매 욕구를 촉진하는 아이디어의 근원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때부터 섹슈얼리티가 사적인 실제 육체성에서 벗어나 기업 등이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본래 정의와 관련이 없는 개방적 이미지의 영역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재의 우리는 섹스어필의 역할이 사적인 영역에서는 줄어들었고, 대중문화에서는 더욱 활발하게 퍼져나가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미디어 세계에서 섹스, 젊음, 에로티시즘에 대한 이미지와 모든 가상 이미지가 널리 퍼지면서 미의 기준은 어떤 면에서 더 동질화되고 더 측정 가능해졌으며 더 엄격해졌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철학자 한병철은 그의 저서 '아름다움의 구원'을 통해 이 미학을 매끄러움의 미학이라 표현한 바 있다. 그는 이 미학이 윤기 있고 흠잡을 데 없어 완전히 매끄러운 것이 우리 시대의 특징이라 칭하며 현시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예술가 제프 쿤스의 작품, 해마다 새 제품으로 관심을 받는 아이폰,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대화 소재가 된 브라질리언 왁싱, 잡티 없는 피부 등을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확인가능한 예로 들기도 했다.

유기체로서의 인간 신체의 아름다움에 질감을 부여하는 부정적 요소를 멀리하는 이 의도적인 사회적 무관심은 곧 신체를 생명이 없고 부패하지 않는 플라스틱과 같이 보는 경향을 의미한다. 따라서 실체 육체와 우리가 맺어 온 관계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건 아닌지 질문이 필요하다.

“섹스어필은 여전히 유효한 전략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에게, 나아가 기업에 앞으로 더 중요할 것이다. 현대의 사랑은 원래의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마찰에서 멀어져 모든 종류의 포르노를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상대적 관계에서 확인되던 모호한 에로틱한 힘을 잃어버렸다. 그럼 우리가 현재 외모와 신체를 가꾸는 목표는 무엇을 열망하기에 진행되고 있는지, 독신주의와 고독사 등 사회적 변화와 결을 같이하는 멀어진 로맨스 대신 가치 추구의 최상단에 무엇이 들어서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관련된 열망을 판매하는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기업에는 원래의 욕망이 오늘날 어떻게 나타나고 다른 영역으로 이전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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