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A 도심에 연 LG전자 쇼룸엔 왜 유난히 의료기기가 많을까
병원 많은 캘리포니아주 겨냥해 메디컬 특화 제품 소개
투명 OLED 활용한 자동문·전기차 충전기도 눈길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 마련된 LG전자의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센터(BIC)' 한편엔 수술대가 놓여 있다. 주변에 놓인 모니터에서는 수술 중 신체 내부를 보여주는 장면이 또렷한 화질로 재생됐다. 바로 옆에는 엑스레이 검사대가 눈에 띄었다. LG전자가 만드는 디지털 엑스레이 검출기와 판독용 모니터 등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LG전자가 12일(현지시간)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한 이 장소는 북미 지역 기업간거래(B2B)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중 하나다. 특히 전시장의 상당 부분은 의료기기용 제품과 병원의 업무 공간을 겨냥한 제품으로 채워졌다. LG전자의 B2B 사업을 맡은 BS사업본부 미국 법인의 최유수 메디컬사업팀장은 "캘리포니아주에 미국 전체 병원의 10% 이상이 자리 잡고 있고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의 본사나 연구소도 많다"면서 "협업 관점에서 병원과 의료기기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한편에는 환자들을 위한 입원실용 제품도 보였다. 침대에 누워서도 조작할 수 있는 '암 TV'와 의사~환자 원격 진료용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카메라가 달린 대형 TV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는 대형 병원조차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원격 진료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에 LG전자는 전문 업체와 협력해 이를 집중 공략할 태세다.
LG전자의 제품이 비록 TV나 모니터 등 스크린 제품이긴 하지만 병원에 납품하는 이상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는 의료기기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만큼 품질과 환자 보호를 위한 규제는 까다롭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은 원격 진료가 허용이 돼 있지만 환자의 개인 정보에 대한 보호는 엄격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면에서 이를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TV 공급망 활용해 전기차 충전기 사업 확대
현재 미국에서 LG전자 B2B 사업의 핵심은 TV를 중심으로 한 디스플레이 제품이다. 가정용 TV 시장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호텔 TV 사업 영역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고 병원과 레스토랑, 상점 등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혀 업무용 모니터와 사이니지(광고용 대형 스크린)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만든 스크린을 내세워 고급 쇼핑몰 등을 공략하고 있다. OLED는 자체 발광하는 소재의 특성상 스크린을 구부리거나 투명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형태의 화면 제작이 가능하다. 이날 BIC 입구에는 자동문 시장 세계 1위 업체 아사아블로이와 손잡고 제작한 투명 OLED 자동문이 설치돼 방문객을 반겼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IT) 박람회인 'CES 2024' 전시장에도 가정용 투명 OLED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밝기가 소비자용 제품의 10배 이상인 고가형 프로젝터 '프로빔'도 미국 B2B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 제품 중 하나다. 현장에서 제품을 소개한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미국 골프시뮬레이터 업체 상위 5개 회사에 LG전자의 프로빔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전자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도 기존의 B2B 영업망을 통해 확대할 예정이다. 이날 LG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시에 새 전기차 충전기 공장을 설립하고 완속 충전기를 시작으로 생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자사의 전기차 충전기가 기존 공급망을 바탕으로 애프터서비스(AS) 지원을 충실히 해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장익환 LG전자 BS사업본부장은 11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서 "북미 지역에서 호텔과 레스토랑, 병원, 쇼핑몰 등 다양한 기업 고객들을 두고 있다"며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전기차 충전기 공급을 추가로 할 수 있다면 많은 사업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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