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과 대화 끊긴 한미약품 장남…OCI 이우현과 교감이 관건

안정준 기자 2024. 1. 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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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현 OCI 회장(좌측)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한미약품 창업주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의 반발이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간 통합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통합과정에서 배제된 임 사장은 법적 대응도 불사할 태세다. 당장 오는 3월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정기주주총회까지가 고비다. 임종윤 사장은 마찬가지로 통합과정에서 배제된 동생 임종훈 사장(창업주 차남)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지분 20% 이상을 들고 있다. 임종윤 사장과 통합을 주도한 그의 어머니 송영숙 회장 간 감정의 골이 깊은 만큼 이우현 OCI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주총 전 임종윤 사장의 동의를 이끌어낼지가 관건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일본 출장 중인 이우현 회장은 지난 주말 출국 직전 임종윤 사장과 만나 그룹 간 통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파악됐다. 이우현 회장이 통합 과정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임종윤 사장에게 그동안의 경과에 대한 설명을 했다. 이우현 회장은 곧 일본에서 말레이시아로 건너가 현지 일정을 마무리 짓고 귀국해 다음주 초 임종윤 사장을 만나 재차 설득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간 통합 결정은 지난 12일 OCI의 지주사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를 거쳐 전격 발표됐다. 각 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고,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그룹 창업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등이 OCI홀딩스 지분 약 10.4%를 취득하는 구조다. 이 같은 통합 절차가 끝나면 두 그룹은 OCI홀딩스를 통합 지주사로 두는 하나의 기업 집단이 된다.

양측은 지난해 말부터 통합 논의를 진행했다. 한미약품 오너일가의 상속세 문제가 심화된 시점이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는 2020년 임성기 창업주의 사망으로 5000억원이 넘는 상속세 부담을 안게 됐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사모펀드 라데팡스에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12%를 3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지만, 이 거래에 참여키로 한 새마을금고가 투자를 철회하며 상속세 재원 마련이 어려워지자 양측 통합 논의가 시작됐다.

그동안 통합 논의가 1년 가량 진행된 셈이지만,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인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은 이를 알지 못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와 관련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어서 이사회를 통한 양사 통합 작업에 관여하지 못한 것이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그동안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제외된 것 자체가 그의 어머니 송영숙 회장과의 갈등 심화와 맞물려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임종윤 사장은 창업주 별세 후 한미약품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지만, 송영숙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단독 대표가 되고 그룹 경영을 이끌자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동시에 임주현 사장의 그룹 내 입지가 늘어나며 송영숙 회장이 장녀에게 힘을 실어주는 구도가 됐다.

임종윤 사장은 가처분 신청 등을 거쳐 이사회 구성을 변경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종윤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과 이번 통합과정에서 그와 함께 배제된 동생 임종훈 사장의 지분을 합하면 지분율은 20.47%다. 우호지분을 모으는 한편 사모펀드 등과 공동행동에 나설 경우 양사 통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다. 때문에 업계는 다음 주 초 예정된 이우현 회장과 임종윤 사장의 만남에 주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자 간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한미약품 그룹 오너가 내부에서 중지를 모으긴 힘들어 보인다"며 "따라서 정기 주총 전까지 두 사람의 대화가 어떤 양상으로 흐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우현 회장(1968년생)과 임종윤 사장(1972년생)은 비슷한 연배인데다 미국에서 수학하고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지난 주말 두 사람의 첫 회동에서 이우현 회장은 임종윤 사장의 바이오 산업에 대한 식견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양사 통합은 동반 상생 공동경영이라는 원칙과 합의를 토대로 결정됐다"며 "추후 통합 지주사 정식 출범까지 과정을 잘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임종윤 사장과 만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이번 통합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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