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쏜 뒤… 트럼프 “김정은은 똑똑했고 미국은 안전했다”

홍주형 2024. 1. 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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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첫 경선전에서 “김정은은 나를 좋아해”
트럼프 연설 몇 시간 전 北 극초음속 IRBM 발사
美 후방기지 타격능력 과시…연말연초 줄이은 도발
“시험 발사 지역 정세와 무관”…최선희 北 외무상 러시아로
전문가 “美 대선쯤 7차 핵실험 가능…北 트럼프 당선 원할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공화당 첫 대선 후보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가 미국의 안보에 도움이 됐다며 재임 당시 미국은 ‘안전했다(safe)’고 주장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불과 몇 시간 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15일 전날 쏜 탄도미사일이 신형 고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이었다며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16일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다. 미국이 극도로 경계하는 북·러 군사협력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날 IRBM 발사가 ‘지역정세와 무관하다’고 언급했지만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연초부터 긴장을 고조시키는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북한 미사일 쏜 뒤 트럼프 “당시 미국은 안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 코커스를 하루 앞두고 아이오와 인디애놀라에 있는 심슨 대학에서 가진 유세에서 “김정은은 나를 좋아했고, 나는 그와 잘 지냈다”며 “김정은은 매우 똑똑하고 매우 터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훌륭한 일을 했다”며 “당시 우리(미국)는 안전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두 차례에 걸친 북·미 정상회담과 이후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간 만남 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자신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북한과의 ‘핵전쟁’을 막았다는 주장을 계속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연초 북한의 도발이 재개되고 북·러 밀착 역시 가속화되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있기 불과 몇 시간 전 감행된 탄도미사일 도발과 관련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 미사일총국이 신형 고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IRBM용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을 개발해 1, 2단 엔진의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지 약 두 달 만에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18일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을 시험발사하는 등 미국 대선 경선전이 본격화되는 시점부터 미국을 의식한 여러가지 형태의 핵·미사일 발사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5일차 회의에서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미·대적 투쟁 원칙을 일관하게 견지하고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정책을 실시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외무상은 15∼17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공식 방문한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한지 불과 3개월만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와 관련한 연합뉴스 질의에 “북·러 간 (군사) 협력 심화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 세계 비확산 체제를 유지하고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자유와 독립을 수호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北 “지역 정세 무관”…美 대선에 관심 없을까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IRBM 발사 사실을 보도하며 “주변국가의 안전에 그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으며 지역의 정세와는 전혀 무관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미국이나 한국을 의식한게 아니고 친미 성향의 민주진보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당선된 대만 총통선거 결과와도 무관하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하지만 지난달 ICBM 발사, 올해 초 서해 완충구역 포격에서 IRBM 발사까지 연말 연초 북한이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과 대미 압박을 완전 분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IRBM 발사는) 중거리라는 점에서 후방기지인 주일미군, 괌 기지 등 태평양 미군기지 공격력에 방점을 뒀다”고 평가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 뉴시스
북한이 최 외무상의 방러를 통해 연초부터 미국이 경계하는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과시하는 것 역시 동북아시아에서의 신냉전 구도를 부각시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양 교수는 “러시아를 뒷배로 대미 압박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대담프로그램에서 11월 이후 한반도 여러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북한의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라고 짚은 바 있다.

북한은 올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등을 치적으로 언급하는 동안 도발로 존재감을 보이며 선거 결과를 관전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북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을 더 원할 것이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대선 직전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제재 해제이기 때문에 (도발을 이어가다가) 내년에는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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