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와의 원전 협력 위한 KAIST-칼리파 공동연구센터 문닫아
중동과의 과학 교류 구심점인 KAIST-칼리파대 공동연구센터가 1월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R&D 예산 삭감이 아무래도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지만 KAIST는 R&D 예산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당초 연구센터를 통해 아랍에미리트(UAE)와 협력해오던 각종 연구 사업이 중단되면서 차세대 과학 분야에서 중동과의 협력이 약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UAE는 비록 우주 분야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화성 탐사선 '아말'을 보내는 등 향후 우주 분야 R&D에서 한국과 협력 여지가 많은 국가인 동시에 한국 원전 수출의 주요 대상국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1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KAIST는 올해 1월 공동연구센터를 운영하는 조직을 해체했다. 이에 따라 이곳에서 이뤄지던 양국의 공동 연구도 일제히 중단됐다. 양국은 센터를 포함해 2011년부터 10년 넘게 이어진 교육·연구 협력 사업을 진행해왔다. 센터를 운영했던 조직은 'KAIST 중동협력단'이란 형태로 존속하고 있지만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게 됐다.
KAIST 관계자는 "칼리파대와의 과학기술 연구역량 강화라는 사업목표를 완수했다 판단해 해당 공동연구사업을 종료했으며 국가 R&D 효율화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협력단은 향후 칼리파 대학 외 다른 기관들과 새로운 국제협력 사업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KAIST-칼리파대 공동연구센터는 2019년 대전 KAIST 본원과 UAE 현지에 각각 개소했다. 4년 동안 원자력, 정보통신기술(ICT), 전기, 기계, 바이오,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제 수행에 협력해왔다.
특히 UAE가 신규 원전을 개설하게 될 경우 기술 전수의 거점이 될 예정이었다. 원전 산업이 '수출 효자'로 기대되는 시기에 협력의 다리가 끊겨버렸단 이야기다. 앞서 한국으로부터 원전 4기를 도입한 UAE는 한국 원전 산업의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 꼽힌다.
공동연구센터의 폐쇄는 올해 정부의 과학기술 R&D 예산 삭감에 따른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KAIST와 칼리파대는 매년 약 10억원씩을 부담하며 센터를 공동 운영해왔지만 더 이상 운영 비용을 충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KAIST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2024년 주요사업비 예산은 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줄었다.
연구자들은 과기원의 주요 국제협력 사례가 지속되지 못하게 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KAIST의 한 교수는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던 좋은 협력 사업이었는데 예산이 부족해졌다"며 "중동과의 과학기술 네트워크는 아직 살아있지만 이 상태로 수 년이 지나면 이마저도 무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한영 정상 합의에 언급된 초거대 전파 망원경 프로젝트도 '유야무야'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책정하면서 글로벌 선도국과의 적극적인 국제협력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기존에 진행되거나 추진 중이던 협력 사업들은 예산 삭감으로 타격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천문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스퀘어 킬로미터 어레이 천문대(SKAO)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서명한 '다우닝가 합의'에서 "한국이 국제 전파 망원경 구축 협력 협정에 서명할 기회를 갖기로 고대한다"는 내용은 바로 이 SKAO 프로젝트를 가리키는 것이다.
2030년까지 2조7100억원을 투입해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에 대형 망원경을 설치하는 '초거대 국제 프로젝트'다. 향후 국제 천문학계의 핵심 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정회원국은 호주, 중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 영국, 스페인 등 9개국이다.
한국의 SKAO 프로젝트 참여는 지난해 성사 직전에 결국 무산됐다. 업무협약(MOU)을 추진하던 한국천문연구원의 예산이 대폭 삭감될 것이라고 예고되면서다. SKAO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선 국제천문연맹(IAU)이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등을 반영해 할당 비율에 맞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은 최소 3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준비해야 한다. 천문연을 비롯한 정부출연연구기관 대부분은 올해 20~30%의 예산 칼질을 피하지 못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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