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3번을 잡아라"...제3지대發 '야권 선거연합' 본격화

차현아 기자 2024. 1. 1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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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추진중인 이낙연 전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가칭)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조응천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01.14.


민주당 탈당파가 주도하는 미래대연합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의 제3지대 신당 창당이 본격화하자 정의당 등 야권에서도 이에 맞서 총선을 위한 선거연대 구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공동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등 의석수 확보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제안이다. 제3지대 신당이 22대 총선에서 '기호 3번'을 목표로 몸집을 키우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 심판을 기치로 한 야권 연대로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오전 비상대책회의에서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정당인 가칭 '녹색정의당'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오는 22~25일 나흘 간 당원 총투표를 거쳐 확정한 뒤 다음 달 3일 창당대회를 열고 녹색정의당을 공식 출범한다. 녹색정의당은 22대 총선에서만 활동하는 '임시 정당' 성격을 갖는다. 올해 총선에서 후보를 공동으로 공천한 뒤 총선 이후에는 각자 당으로 흩어지며, '녹색정의당' 이라는 당명 역시 22대 국회 개원 전까지만 유지한다.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보 진영을 향해 공동의 비례연합정당 추진을 제안했다. 용 의원의 개혁연합신당 구상 역시 연합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공동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방식이다.

용 의원은 개혁연합신당이 추구하는 원칙으로 △윤석열 정권 심판과 진보적 정권 교체 위한 협력 △22대 국회 전반기 내 완전연동형 비례대표제 전환 등 정치개혁 완수 △총선 공동 공약 후 국회 협력 등을 언급했다. 이 같은 제안의 대상으로는 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기존 야권 세력을 꼽았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2024.01.15.


이낙연 전 대표와 미래대연합 등 제3지대 신당은 22대 총선에서 '기호 3번'을 목표하고 있다. 제3지대 신당으로서의 파급력을 상징하는 숫자이기 때문인데, 기호 3번을 받으려면 현역 국회의원이 정의당(6명)보다 많은 7명 이상이 돼야 한다. 제3지대 신당 중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이 속한 미래대연합이 현역 국회의원이 가장 많다.

진보 진영에서도 제3지대로의 이탈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탈당을 선언하고 이미 창당 작업을 함께 해온 금태섭 전 의원의 신당인 '새로운 선택'으로 합류할 전망이다. 또 정의당의 권태홍 사무부총장, 배복주 전 대표, 오현주 전 대변인 등 8인도 이날 정의당을 나와 민주당 탈당파 주도의 신당인 '미래대연합(가칭)'과 뜻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한 야권 정당 관계자는 "이준석·이낙연 전 대표 등의 신당 추진으로 제3지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과 동시에 기존 진보 정당의 지지율 답보 상태와 당선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이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12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물은 결과 진보당은 지난 조사 대비 0.4%p 낮아진 1.8%, 정의당은 0.3%p 하락한 1.7%를 기록했다. 무당층은 1.1%p 내린 8.7%로 집계돼, 원내 진보 정당을 모두 합친 것보다 높다.

김준우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제3지대 신당에 대해 "실제로는 기호 3번을 쟁취하기 위한 다툼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각자 다른 셈법을 가지고 모인 세력들의 조합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빛깔 좋은 비빔밥이 아니라 개밥일지 모른다"며 견제했다.

야권의 선거연대는 향후 민주당과의 관계를 두고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함께하면 선거연대 역시 힘을 받을 수 있지만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용 의원의 개혁연합신당에 참여하는 열린민주당은 2020년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출발한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반대로 민주당과 선을 긋는 독자 행보로는 세를 키우기 힘들 수 있다.

위성정당 논란에 대해 용 의원은 "저와 기본소득당은 21대 국회에서, 총선 당시에도 가장 개혁적이고 현실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의원이고 정당이었다고 자부한다"며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답했다.

한편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무선(97%), 유선(3%), ARS 방식,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3.3%, 포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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