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생 "'마에스트라' 이영애 상대역, 제겐 너무 큰 축복"
"주어진 역할에 언제나 최선…'자연스러운 배우'로 기억되길"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와우! 너무나 감사한 일이죠. 제가 언제 이영애 선배님하고 호흡을 맞춰보겠어요. 저한테는 너무나 큰 축복이죠."
이무생은 지난 14일 종영한 tvN 드라마 '마에스트라'에서 이영애의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소감을 묻자 감탄사부터 내뱉었다.
1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무생은 이영애를 두고 "배려심의 끝판왕"이라며 추켜세웠다. 그는 "첫 촬영부터 이영애 선배님이 (극중 배역인) 차세음 그 자체였고, 그래서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마에스트라'는 거장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유명 지휘자 차세음이 국내 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맡은 뒤 의문스러운 사건들이 잇달아 벌어지는 과정을 다룬 범죄 서스펜스 드라마다. 전날 자체 최고 시청률인 6.8%로 막을 내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마에스트라'에서 이무생은 탁월한 통찰력으로 연이어 투자에 성공한 UC파이낸셜의 젊은 회장이자 차세음의 옛 연인 유정재를 연기했다.
서스펜스 드라마의 특성상 원인을 알 수 없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벌어지며 등장인물 대부분이 의심받는데, 유정재 역시 의문스러운 분위기를 내면서 긴장감을 더한다.
정재는 한국으로 돌아온 세음이 이미 결혼한 것을 알고도 거침없이 접근한다. 세음이 지휘를 맡은 한강 필하모닉을 인수하고 곁을 맴돌면서 친척 동생을 세음의 비서로 붙여 동향을 파악한다.
이후 세음이 누군가에 의해 맹독에 중독되는 일이 벌어지고, 항상 세음의 곁을 맴돌던 정재가 자연히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이무생은 "제가 의심스러운 모습을 연기하면 오히려 작위적으로 보일 것 같았다"며 "정재가 범인일지 모른다는 느낌은 제작진이 화면 각도나 조명 등 연출을 통해서 만들어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세음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조력하는 인물로 남는다.
극 초반부엔 저돌적으로 세음에게 접근하고 주변 인물을 냉담하게 대하는 등 다소 거칠게 그려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세음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을 드러내며 따뜻한 모습이 드러난다.
이무생은 "정재가 처음엔 자기 방식대로 사랑을 표현한다"며 "이후 세음이 희소병에 걸렸을지 모르는데도 음악을 계속하려 하는 순수한 모습에 정재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한다면 다른 의미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변화한 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 세음이 주문한 차가운 커피가 나오자 정재가 말없이 손수건을 꺼내 세음의 컵을 감싸 손이 시리지 않게 해주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이무생의 발상에서 나온 장면이라고 한다.
이무생은 이 부분을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으면서 "세음의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하는 역할인 만큼 거기에 집중하다 보니 나온 장면"이라고 떠올렸다.
그는 "정재를 통해서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이렇게까지 한 사람을 위해서 다 바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인물의 순수한 마음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차세음은 음악에 대해서만큼은 진심이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죠. 정재는 20대 때 만났던 세음을 오랜 세월이 지나 만났는데 세음의 순수한 마음이 변하지 않은 것을 보고 더 큰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2006년 데뷔한 이무생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자신의 연기 영역을 착실하게 넓혀왔다.
특히 2020년 큰 흥행을 거둔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다정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신경정신과 의사 김윤기 역할로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이무생로랑'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2023년에는 '더 글로리'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연기해 짧은 분량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무생은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 출연했고, 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시민덕희'로도 관객을 만난다. 올해 공개될 예정인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 시즌2에도 출연한다.
꾸준히 연기 보폭을 넓혀온 이무생은 "너무나 감사하게도 쉬지 않고 작품이 계속 나올 예정이라 당분간 작품을 홍보하는 시간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어떤 배역인지를 떠나서 배우로서 표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저의 사전에는 '연기'(演技)의 '연'자를 '그러할 연'(然)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한자가 다르긴 하지만요. 제 연기를 보셨을 때 '아 자연스럽구나', '그럴듯하구나' 하고 느끼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모습으로 기억되는 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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