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트럼프 ‘바이든 복수’ 선동에…영하 40도 추위 녹인 지지자 환호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은 그동안 쏟아낸 적대감과 분열주의의 결정판을 뱉어내듯 더욱 원색적이고 거칠었다. 지지자들은 ‘거대한 복수’를 선동하는 그에게 뜨겁게 환호했다.
2024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 결정을 위한 첫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각), 눈 속에 파묻힌 주도 디모인은 기온이 영하 26℃까지 떨어졌다. ‘북극 한파’의 체감온도는 영하 40℃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끌어내겠다고 나선 후보들과 그 지지자들의 열기는 아이오와 코커스 역사상 최악의 추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디모인 근처 인디애놀라의 심슨대에서 마지막 유세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코커스는 모든 거짓말쟁이들, 협잡꾼들, 폭력배들, 변태들, 괴물들, 아첨꾼들을 상대로 당신들이 개인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지지자들을 위해 적대 세력을 응징하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시작하려는 응징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한 것이다. ‘트럼프 코커스 캡틴’이라고 적힌 흰색 모자를 쓰고 열변을 토하는 그에게 지지자 500여명이 열띤 반응을 보였다.
남녀노소가 골고루 섞인 청중을 보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알 수 있었다. 다만 백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친구 두 명과 연설을 들은 이 대학 1학년 제나 게서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뭘 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트럼프는 나라를 위해 더 잘할 것 같다”며 첫 대선 투표권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부모님도 나와 같은 의견”이라고 했다. 노령에도 불구하고 유세장을 찾은 블레인 멜빌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많음을 의식한듯 기자에게 “트럼프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면 이 추운 날씨에 우리가 여기에 왜 있겠냐”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 멕시코 국경 불법 월경 문제를 바이든 대통령의 양대 실정으로 꼽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그의 장시간 연설을 지켜보고 나가던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은 기자에게 연설이 “굉장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기 배경은 “상식에 기반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정치를 하는 데 있다”고 했다. 이번 코커스의 득표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는 크게 승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유세 뒤 기자가 방문한 디모인의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운동본부에서 20대 자원봉사자들이 유권자 설득 전화를 열심히 돌리는 장면도 그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첫 경선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제치고 선두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잇따라 유세를 소화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저녁에 디모인 근교 에이델에서 유권자들을 만난 그는 “모든 게 올랐다”면서 인플레이션 등 경제 정책을 중심으로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수’를 외쳤다면 그는 현 행정부 ‘심판’을 주장한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참석 행사에 한 인물에게 맹목적으로 열광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헤일리 전 대사의 행사장은 상대적으로 참신한 그에 대한 활기찬 지지가 느껴졌다. 헤일리 전 대사의 타운홀 행사장에는 아시아계 여성을 비롯한 유색인종이 상대적으로 많이 눈에 띄었다. 여기서 만난 아이오와주 에이델의 시의원 롭 크리스텐슨은 2020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줬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을 단결시키지 못했다”며 그의 분열적 정치에 환멸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유엔대사를 지낸 헤일리의 경험을 거론하며 “국제관계를 트럼프보다 훨씬 잘 다룰 것”이라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트럼프는 문제가 너무 많다”며 비리 정치인은 지지할 수 없다고 했다.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이날 헤일리 전 대사 지지를 선언하며 힘을 실어줬다.
이번 경선에서 헤일리 전 대사에게 밀려 3위로 추락하면 동력을 크게 잃을 것으로 보이는 디샌티스 주지사도 빙판길을 따라 곳곳을 누비며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14일 나온 여론조사의 평균치를 보면, 아이오와 유권자의 지지율은 트럼프 전 대통령 52.7%, 헤일리 전 대사 18.7%, 디샌티스 주지사 15.8%였다.
이런 가운데 코커스 당일인 15일 디모인의 경우 영하 22도까지 기온이 내려가고, 아이오와주 곳곳에서 체감온도가 영하 40도를 밑돌 것으로 예상돼 ‘날씨 변수’도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에서 “내일 따뜻하게 입고 나오라”며 투표를 독려했다. 그는 “투표하고 바로 죽더라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농담도 했다. 헤일리 전 대사와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지자들이 많은 편인 도시 지역은 도로 상황이 상대적으로 좋아 투표율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맹추위가 그에게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인디애놀라·디모인·에이델(아이오와주)/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미국 정부 쪽 “북한, 몇달 내 한국에 치명적 공격 가능성”
- 배현진 습격한 15살 중학생 ‘응급입원’
- 윤 대통령 부정평가 58%→63%…“김 여사 행보 때문” [갤럽]
- ‘배현진 피습’에…주요 인사 신변보호 경찰력 대규모 투입
- 중대재해법 시행된다고 “야당 무책임” 탓하는 대통령
- ‘캡틴’ 손흥민 “선수 이전에 인간…흔들지 말고 보호해달라”
- 교류 없이 정치 과몰입…그는 어쩌다 습격범이 됐나
- 갤S24, 지원금 받아도 최소 100만원 넘어…선택약정할인이 유리
- 중대재해법, 드디어 5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적용된다
- 군 시절 간부식당 관리했던 백종원, 장병 급식 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