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아들 ‘수업내용 몰래녹음’…아동학대 인정 놓고 갑론을박

검찰, 특수교사 A씨에게 징역 10월 구형
변호인, 대법원 판례 인용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

주호민 작가. [사진출처=연합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의 재판에서 아들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수업 내용을 몰래 녹음한 파일의 위법성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15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곽용헌 판사)심리로 열린 특수교사 A씨의 아동학대 혐의 사건 6차 공판에서는 최근 대법원이 판결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쳤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은 지난 11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B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씨는 2018년 3~5월 자신이 담임을 맡은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 구제불능이야. 바보짓 하는 걸 자랑으로 알아요”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B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교사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교실 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날 곽 판사는 “최근 대법원에서 녹음파일에 대한 증거능력을 두고 판결이 선고됐다”며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고, 검찰과 변호인 측 쌍방 추가 의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서면으로 내달라”고 말했다.

검찰 측은 “최근 선고된 대법원 사건과 본 사건 간에는 차이가 있다”며 “피해 아동이 중증 자폐성 장애아동이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전달할 수 없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극히 미약하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특성상 녹음 외 피해 아동이 자신의 법익을 방어할 수단을 강구하게 어렵고, 장애 아동 교육의 공공성에 비춰 볼때 피고인의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발언이라고 볼지도 의문”이라고 밝히며 A씨에게 징역 10월 및 이수명령, 취업제한 3년을 구형했다.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유죄의 증거가 없고, 일부 증거가 인정되더라도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법원 판례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라고 판시한 것이라 (녹음파일을)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사랑으로 가르친 교사가 아니라 아동학대 가해자가 됐으니 20년간 교직생활 허무함과 자괴감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며 “이번 판결로 저와 유사한 이유로 지금도 어려움에 부닥친 교사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무죄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씨 아들(9)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선고재판은 2월 1일 오전 10시 40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