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꿰는' 대만 총통 당선…셈법 복잡해진 K-반도체

김민성 기자 2024. 1. 1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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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혁신시스템연구본부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으로 본 한국 과학기술 대외전략 시사점' 보고서에서 "TSMC를 포함한 대만의 첨단 반도체 산업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초격차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며 "한국 반도체 산업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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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보유한 대만, 미국과 결속 강해질 듯…"전폭 지원 땐 韓 반도체 큰 위협"
대만 정세 불안정 땐 반사이익 가능성도…"균형점 찾는 전략적 고민 필요"
1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집권 민진당 소속의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4.01.1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한국의 핵심 경쟁자이자 파트너인 대만이 앞으로 처해질 상황에 따라 우리 반도체 기업들엔 도전과 기회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미국을 등에 업고 대만 정부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인 TSMC에 전폭적 지원을 한다면 우리 업계는 더욱 대만의 영향력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해 대만 정세가 불안정해진다면 우리 반도체 업계도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15일 대만 현지 언론과 업계에 따르면 총통 선거에서 라이칭더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40.05%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뿐 아니라 동북아의 안보 지형과 향후 미·중 패권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친미·반중 성향의 민진당의 승리로 대만과 미국 등 서방 간 지정학적 결속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TSMC가 진행 중인 대(對) 서방 공급망 구축 작업 역시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TSMC는 현재 미국·일본·독일 등에서 생산 라인을 새롭게 마련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005930)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12.4%인 반면 TSMC는 57.9%에 달한다. 자칫하면 이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혁신시스템연구본부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으로 본 한국 과학기술 대외전략 시사점' 보고서에서 "TSMC를 포함한 대만의 첨단 반도체 산업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초격차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며 "한국 반도체 산업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라이 당선인이 TSMC의 핵심 생산기지인 남부 타이난을 정치적 근거지로 삼아 성장해오며 TSMC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온 정치인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선거 결과가 TSMC에 또 한번의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측에서 노리고 있던 TSMC의 핵심 설비 탈취를 시도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또다시 흔들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주요 공급망을 점검하고 주요 시나리오별 전략 검토 등 상수화된 동북아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만 선거를 기점으로 미중 갈등 수위가 현재보다 높아지면 글로벌 공급망 전쟁에서 우리나라에도 '불똥'이 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여전하다. 미국은 현재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대만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물론 대만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한국 반도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중국 정부가 TSMC의 중국 본토 내 생산라인과 핵심 설비 등을 장악할 가능성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처럼 중국이 경제·외교·군사적 수단을 통해 대만 압박에 나선다면 TSMC의 반도체 공급이 어려워지고 첨단 반도체 등을 수급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들에는 또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들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대안인 한국 반도체 기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칩4(미국·한국·일본·대만) 동맹을 강화하겠지만 중국 시장도 한국 업체들은 무시할 수 없는 곳이라 균형점을 찾는 등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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