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총수 불참… 재계에 부는 ‘다보스포럼 회의론’

권유정 기자 2024. 1. 1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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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 시각)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개막을 앞두고 재계에선 행사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올해 다보스포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참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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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세계화 흐름 속... 다보스포럼 명성 후퇴
총수 대신 오너 3·4세·전문경영인 등 참석

15일(현지 시각)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개막을 앞두고 재계에선 행사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불참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보스포럼은 그간 소수의 부자와 엘리트의 ‘공허한 말 잔치’라는 지적은 있었다. 여기에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가 보호무역 장벽을 쌓으면서 세계화, 자유무역을 주창해 온 행사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4일(현지 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로고. /신화통신·연합뉴스

재계에 따르면 올해 다보스포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참석하지 않는다. 대신 주요 기업 전문경영인이나 오너 3, 4세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보스포럼은 지난 1971년 출범해 매년 1, 2월 스위스 동부 그라우뷘덴주(州)에 있는 다보스에서 열리는 국제 민간회의다. 전 세계 주요 정·재계 인사, 학자 등이 모여 글로벌 경제 현안에 관해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다. 올해 54회째를 맞은 포럼은 ‘신뢰의 재구축’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다만, 최근 몇 년 들어 다보스포럼 인기는 점차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미·중 패권 경쟁이 보호무역주의, 공급망 위기로 이어진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에 주목받은 포럼이 추구하던 가치들이 하나둘 흔들리면서 주요국 정상들과 핵심 인사들의 발길도 뜸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포럼에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인이 총출동한 건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당시 총수들은 다보스포럼을 포함한 대통령 순방 일정을 동행했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대한상공회의소 주관으로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한국의 밤’(코리아 나이트)이라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주요국 정상이 참석 비율이 낮아지면서 다보스포럼이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거듭 제기되고 있다. 올해 행사에도 미·중 주요 2개국(G2) 정상은 빠졌고, 주요 7개국(G7) 정상 중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만 유일하게 참석한다. 지난해에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G7 정상 중 유일한 참석자였다.

다보스포럼이 상위 1% 부자들만의 잔치라고 비난하는 여론도 여전하다. 비싼 참가비를 요구하고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진행을 하는 데 그친다는 지적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등 행사를 보이콧을 하는 유명인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다보스포럼 폐지와 반대를 외치는 시위도 매년 열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다보스포럼은 한 장소에서 정상급의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기업인들이 참석했지만, 점차 참석자의 급이 낮아지면서 가야 하는 이유가 줄고 있다”라며 “시장이 점차 쪼개지는 상황에서 기업, 산업, 국가, 대륙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고 국제기구의 조율 기능마저 힘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다보스포럼의 위상도 후퇴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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