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단 1G' 탈락, 국민타자는 왜 뼈아픈 기억 꺼냈나…"패배 가슴 속 깊이"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10월 19일 창원 패배는 정말 잊을 수 없다. 패배를 가슴 속 깊이 갖고 있겠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2024년 시즌 시작을 알리며 뼈아팠던 기억 하나를 꺼냈다. 이 감독은 지금도 지난해 10월 19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패배를 잊을 수 없다. 5위 두산은 무조건 2차전까지 시리즈를 끌고 가 2승을 거둬야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1차전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강했고, 초반까지는 두산의 기세가 대단하기도 했으나 끝내 9-14로 역전패했다. 2022년 9위로 추락했다가 5위로 올라섰다는 기쁨도 잠시, 단 한 경기 만에 축제가 끝나니 이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구단은 가을야구 탈락 직후 사과문까지 게재했다. 당시 두산은 "감사했습니다. 저희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1년간 한결같이 보내주신 응원과 격려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기대와 달리 더 높은 곳으로 오르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부족한 탓입니다. 다만,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기필코 미라클 두산의 저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두산 팬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1년 내내 정말 감사했습니다"라고 사과하며 그날의 패배를 매우 무겁게 받아들였다.
이 감독은 1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구단 창단 기념식에 참석해 "선수들이 이제 마무리 훈련 끝나고 2개월 정도 지났다. 앞으로 보름 정도 있으면 진정한 2024년이 시작된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나부터 변하겠다. 여러분도 지난해 있었던 모든 일은 잊고, 2024년에 대표이사께서 말씀하신 많은 변화가 있는 프로야구 환경에 적응했으면 좋겠다. 적응하는 게 우리 첫 번째 목표다. 빨리 적응한다면 더 많은 승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10월 19일 창원 패배는 정말 잊을 수 없다. 패배를 가슴 속 깊이 가지겠다. 작년의 패배가 새해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는 공부가 됐으면 좋겠다. 선수단도 많이 변하겠지만, 우리 코치진도 변화가 없으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결단(코치 영입 및 보직 이동)이 헛되지 않도록 가까이 선수단과 프런트, 멀리 팬 여러분까지 보답할 수 있는 2024년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10월 19일의 기억을 조금 더 꺼냈다. 그는 "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 힘이 많이 떨어졌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승기를 잡고도 역전패했고, 그날 시즌을 마무리했다. 창원에서 경기가 시즌을 마무리하는 경기라 아쉬웠다. 우리 코칭스태프도 경기 흐름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다. 판단 미스들이 아쉬웠다. 10월 19일은 여운이 오래 갔다"고 털어놨다.
선수들도 10월 19일의 아픔을 되새기며 새 시즌 준비를 향한 각오를 다졌다. 올해 새로 주장으로 선임된 양석환은 "와일드카드 경기 전부터 우리한테 정신적인 데미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와일드카드 1차전 초반 분위기는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뒤에 힘이 부쳤고 감독님도 그렇게 느끼신 것 같다. 올해 (도약) 의지를 다지기 시작한 게 그때부터인 것 같다"고 비장하게 이야기했다.
10월 19일 두산의 시즌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고 마운드에 올랐던 선발투수 곽빈도 마찬가지. 곽빈은 시즌 마지막 경기 일정까지 조정하면서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선발 등판을 준비했지만, 떨어진 체력이 완벽히 올라오진 않았다. 곽빈은 순항하는 듯하다가 4회 서호철에게 만루포를 얻어맞고, 김형준에게 백투백 홈런까지 허용하면서 3⅔이닝 4피안타(2피홈런) 3사사구 4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다.
곽빈은 "감독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실 조금 많이 찔렸다(웃음). 나도 그때 많이 분하기도 했고, 솔직히 시즌 막바지라 힘도 많이 떨어졌다. 분할 힘도 모자라서 허탈했다"고 답하며 머쓱해했다.
언제까지 10월 19일 패배를 안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이 아픔을 발판 삼아 앞으로 더 나아가자는 게 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이다. 두산은 라울 알칸타라-브랜든 와델-곽빈-최승용까지는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해뒀고, FA였던 양석환을 4+2년 총액 78억원에 붙잡으면서 전력 약화를 막았다. 김재환은 지난해 10홈런에 그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이 감독과 마무리캠프 기간 1대 1 특타를 진행하고, 12월에는 미국에서 강정호에게 따로 타격 레슨을 받으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양석환-김재환-양의지와 함께 새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까지 함께 폭발한다면 타선의 무게감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감독은 "지난해 좋지 않았던 것들은 빨리 잊고, 새 시즌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단단해지고 더 냉철해지고, 지난해보다 모든 면에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올 시즌에는 지난해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게 당연하다. 많은 준비를 했고, 앞으로도 준비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양석환은 "확실한 목표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 외부에서 봤을 때 우리가 확실한 목표 의식이 있다고 말하기는 부족했던 것 같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가고 9등 했을 때도 '아 그래 한번 떨어질 때도 됐지'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코치진에 큰 변화가 있고 나서는 '이만하면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되돌아봤다.
이어 "올 시즌은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더 확실한 목표 의식을 갖고 시즌 중간 순위가 올라가거나 떨어질 때 흔들리지 않고 올 시즌을 치렀으면 좋겠다"고 선수단 전체를 향한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한편 이 감독은 다음 달 호주 시드니에서 진행하는 스프링캠프 명단을 짜면서 2024년 신인 2명을 적어 넣었다. 1라운드 투수 김택연과 6라운드 외야수 전다민이 주인공이다. 김택연은 차기 마무리투수감으로 언급될 정도로 기량이 빼어나 승선이 확실했고, 전다민은 신인 선수 훈련 기간 잠재력을 보여주며 이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 감독은 "전다민은 대졸 선수고, 워낙 발이 빠른 선수라 한번 보고 싶었다. 김택연은 계약 직후는 몸 상태가 안 좋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회복됐다. 한번 보고 싶다. 절대 무리시키지는 않겠지만, 빨리 프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선배들과 시간을 보내게 하려 한다. 실력은 검증됐으니 1군에서 바로 뛸 수 있을지, 프로에 적응할 강한 마음이 있는지 캠프에서 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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