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투표하고 죽더라도, 투표해야”…영하 26도 혹한에도 지지자 1000명 몰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을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를 예고한 아이오와주 인디애놀라의 기온은 영하 26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행사는 정오로 예정돼 있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이 예정된 심슨 칼리지 건물 앞에는 9시부터 긴 줄이 생겼다.
정오를 조금 넘겨 공화당 행사에 빠지지 않는 노래 ‘신이시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the USA) 음악에 맞춰 흰색 모자를 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단에 모습을 나타내자 참석자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수백명이 동시에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을 촬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시간 40분 동안 쉬지 않고 연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해 “바이든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싸우겠다고 말한다”면서 “그는 마가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른다”고 비꼬았다.
2위로 부상하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겨냥해서는 “(언론은) ‘헤일리가 뜨고 있다’고 이야기를 쓴다. 나는 지지율이 71%이고 헤일리는 11%다”라고 강조했다.
멕시코를 포함한 국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선) 첫날 국경을 폐쇄하고, 우리나라 침략을 봉쇄할 것”이라며 “지금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김정은은 매우 똑똑하고 매우 터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를 좋아했고, 나는 그와 잘 지냈다”면서 “우리는 안전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그들과 전쟁을 하려 했었다”면서 “그들에게 대량의 핵 보유고가 있는데, 아마도 그 누구보다 더 많지 않나 싶다. 우리는 훌륭한 일을 했다”고 덧붙였다.
유세 장소에서 60마일(약 100㎞) 떨어진 페리에서 무릎 높이까지 쌓인 눈을 치우고 나서야 운전을 해서 유세장에 올 수 있었다는 캐시 커티니티스(69)는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 놀라운 일을 해냈다”면서 “그는 낙태에 반대하고, 종교의 자유에 대해 적극적이었고, 우리의 국경을 지켰다”고 말했다. 캐시는 “바이든은 내 인생 최악의 대통령이었다”면서 “반대로 트럼프는 아이오와 농민들을 위해 수천만달러 예산을 확보했다. 중국에 강했고, 외교 정책 전반이 강했다. 지금처럼 세계 도처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니키 헤일리는 군산복합체 연관이 있고, 론 디샌티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았으나 트럼프에게 맞섰다”면서 “디샌티스는 2028년까지 기다려야 했고, 트럼프와 같은 투사 정신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아이오와 노워크에서 카이로프락틱 치료사로 일하고 있다는 제시 스텀바우(44)는 “바이든 행정부는 재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봐라. 끔찍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처리하는 방식,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질문에는 “그것은 민주당의 전략”이라며 “그들은 트럼프가 아니었더라도 똑같은 법정 싸움을 벌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와 디샌티스에 대한 질문에는 “트럼프가 4년 임기를 마친 뒤에 헤일리나 디샌티스가 대통령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시와 제시 모두 이번 대선에 가장 중요한 이슈는 불법 이민 문제를 꼽았다.
캐시는 “현재 3개월마다 100만 명의 불법 체류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그들에게 새 신발, 새 전화기, 새 셔츠, 그리고 2000달러짜리 카드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시는 “이민 문제는 모든 문제를 포함한다”면서 “불법 이민이 많으면 범죄가 발생하고,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납세자들은 세금을 더 내야 하고, 교육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자신의 이름을 연상케 하는 영화 ‘록키’의 주제가 ‘호랑이의 눈(Eye of the Tiger)’을 배경으로 무대에 올랐다.
헤일리 전 대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무능을 지적하고, 자신의 주지사 경험과 유엔 대사 경험을 강조하며 행정 및 외교 전문가로서의 강점을 부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밖이 정말 춥지만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면 지금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면서 “주유소를 갈 때, 대출금을 갚을 때, 보험금을 낼 때 우리가 얼마나 힘든지 느낀다”고 바이든 행정부에서의 인플레이션과 경제 상황 등을 비판했다. 그는 “중산층이 다시 숨을 쉴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휘발유 세와 디젤 세를 없애고, 중산층에 대한 세금을 인하하고, 중소기업 세금 감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경 문제에 대해서는 “이것이 미국이라는 것이 믿을 수 없다”면서 “가장 무책임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펜타닐이 미국의 주요 사망원인이라고 강조하고, 불법 이민을 막는 엄격한 법을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헤일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나는 바이든(과의 양자대결에서) 17%포인트를 앞서고 있다”고 말하자 장내에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는 “경제 문제가 심각하다. 젊은이들이 집을 사기가 어렵고, 식료품점에 가면 물가가 너무 올랐다”면서 “니키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브렛 바커(40)는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외교 정책이 가장 크다”면서 “헤일리는 힘을 통해 평화를 되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선거 기간 동안 트럼프에 대한 많은 이야기는 그의 법적 문제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며 “그것은 미국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캠프 자원봉사자 매리 프랜시스는 “미국은 너무 많은 분열이 있었다”면서 “지금 미국은 분열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훌륭한 대통령이었고, 우리나라를 위해 위대한 일을 했다”면서도 “트럼프는 그 시대의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인디애놀라·에임스=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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