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같이 키웠는데…" 멀쩡한 월동무 갈아엎는 제주 농민들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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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같은 월동무 갈아엎자니 농민들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1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월동무 밭에서 농업용 트랙터 4대가 시동을 걸었다.
이에 대해 농협 제주본부 관계자는 "월동무연합회원 중심의 자발적이고 대가 없는 자율 감축을 통해 수급을 안정화하고 지속가능한 월동무 농업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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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안정화" 위해 도내 143개 농가 181.5㏊ '자율폐기' 나서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자식 같은 월동무 갈아엎자니 농민들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1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월동무 밭에서 농업용 트랙터 4대가 시동을 걸었다.
푸릇푸릇한 월동무 잎사귀 너머로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한라산 백록담이 보였지만 현장에 있는 누구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 편히 즐길 수 없었다.
제주월동무연합회는 과잉생산·소비 부진 등으로 가격이 하락한 제주산 월동무를 자율 폐기하고 있다. 현재까지 143농가가 181.5㏊를 감축하겠다고 신청했다.
특히 이번 폐기는 행정당국의 재정적 보조 없이 농가 스스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농가의 사정이 급박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트랙터가 출발하자 농민들이 반년 넘게 정성껏 키운 월동무가 갈가리 찢겨나갔다. 트랙터 뒤에 걸린 '제주도 월동무 우리가 지킨다'는 현수막이 농가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제주도에 따르면 드론 관측 조사 결과, 2023년산 월동무 재배면적은 5091㏊로서 전년대비 6.8% 감소했다. 2023년산의 예상 생산량도 약 36만톤 수준으로 2021년산 39만톤, 2022년산 38만톤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여전히 제주산 월동무가 과잉생산 범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의 경우 동절기 월동무 재배 외엔 별다른 대체작물이 없어 과잉생산이 고착화된 상태다. 특히 올해는 가을·겨울 날씨가 따뜻해 생육이 지나치게 발달하면서 그 품질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여기에 경기 침체, 식생활 변화 등에 따른 소비 부진까지 더해져 월동무의 도매시장 가격도 하락하는 추세다.
2023년산 월동무 가격은 1월 기준 9276원(20㎏당)으로 2022년산 1만1442원은 물론 평년 1만1618원보다 적다. 1월12일엔 7937원까지 폭락했다. 제주월동무연합회는 월동무 경락가의 손익분기점을 1만1550원으로 보고 있다.
이날 월동무 폐기 현장을 찾은 농민 임현빈씨(65)는 흙에 뒤덮인 채 산산조각 난 월동무를 손으로 만지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임씨는 "현재 (월동무) 도매가격으론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 수확하면 손해를 보게 돼 어쩔 수 없이 폐기를 선택했다"며 "농사를 열심히 지으면 뭐하느냐. 인건비·물류비는 오르는데 가격은 떨어지니"라고 말했다.
강동만 제주월동무연합회장도 "농가들이야 항상 적정 생산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관측 조사 결과가 늦어지는 등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과잉 생산 문제도 있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무를 소비하는 경향이 점차 줄고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대해 농협 제주본부 관계자는 "월동무연합회원 중심의 자발적이고 대가 없는 자율 감축을 통해 수급을 안정화하고 지속가능한 월동무 농업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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