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가 분석한 ‘고독사’…“50대 가장 많고 알코올·약물대책 필요”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사회적 문제로 꼽히는 ‘고독사’를 법의부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보니 남성이 여성보다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가 가장 많았다. 알코올 장애 및 약물 관리와 관련해 사회적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주영 부산대학교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제43권 제4호)에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법의부검 자료를 통한 대한민국 고독사에 관한 고찰’ 논문을 발표했다. 법의학적 측면에서 고독사를 분석한 첫 연구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22년 12월 정부 차원에서 첫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7~2021년 고독사 발생 건수는 총 1만566건이었으며 연평균 8.8％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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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만 10명이 ‘고독사’…절반 이상은 ‘5060 남성’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1214145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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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경찰청 형사사법 정보를 분석, 법률상 고독사 요건에 충족한 사례를 조사했다. 고독사 예방법상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나 교수는 복지부의 실태조사 기간을 고려해 2017~2021년 시행한 664건의 법의부검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법의부검 자료는 경찰의 수사 자료 및 부검 결과가 포함된 자료로서 죽음을 설명해주는 가장 적확한 자료라고 나 교수는 설명했다.

분석 결과, 사망하고 3일 이상 지난 후에 발견된 고독사 사례는 128건이었다. 남성이 108명으로 여성(20명)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50대가 51명(39.8％)으로 가장 많았고 60대(30명, 23.4%), 40대(28명, 21.9％), 70대(10명, 7.8%) 등이 뒤를 이었다. 성별·연령 분포는 복지부 실태조사 결과와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고독사하고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평균 26.6일이 걸렸다. 시신의 색이 변하고 팽창하는 부패 단계에서 주로 발견됐다. 고독사를 가장 많이 발견하고 신고하는 사람은 이웃 또는 건물관리인, 임대인 등이었다.

고독사 사례에서 혈중알코올농도는 평균 0.074%였다. 62.5%(80건)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0.03%)을 넘었고 이들의 평균 혈중알코올농도는 0.109%였다.

생전 사회적 고립 이유 분석이 가능한 118명 중 43명이 알코올 관련 문제를 겪었다. 43명 중 10명은 부검에서 사인이 파악됐는데 간경변증 등 알코올 관련 질환이나 급성알코올중독, 만성알코올중독 등이었다.

나 교수는 “고독사와 알코올 장애에 대한 상호 유기적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자살 사례 10건에서 약물 중독에 의한 사망이 5건이었다며 약물 처방의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